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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소녀상이 드러낸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체

2016년 12월 28일 부산 일본 영사관 담벼락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설치 4시간만에 소녀상은 도로 정비용 트럭에 실려 철거 됐다. 소녀상이 끌려 간 곳은 폐기물 야적장이었다. 조선의 딸들이 일제의 반인륜적 전쟁 범죄와 일그러진 욕망의 배설구로 처참히 짓밟힌 때가 떠올랐다. 절규 속에 끌려갔고, 고립된 공포 속에 쓰러져간 소녀들의 모습이 겹쳤다. 소녀상의 발꿈치가 아직도 땅에 닿지 못 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은 28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기습 설치됐다. 그러나 경찰과 동구청은 4시간 30분 만에 이를 강제 철거했다.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과 대학생을 경찰, 동구청 공무원들이 끌어내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은 28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기습 설치됐다. 그러나 경찰과 동구청은 4시간 30분 만에 이를 강제 철거했다.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과 대학생을 경찰, 동구청 공무원들이 끌어내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일본의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불가 입장과 한일‘위안부’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하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동구청은 서슴없이 일본 순사의 얼굴을 자처했다. 부산 시민은 평화의 소녀상이 겪은 모욕적 처사에 분노했다. 국민들은 주권 국가의 국민으로서 밀려오는 자괴감을 항의의 전화와 댓글로 표출했다.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박근혜-최순실 표 나쁜 정책들의 폐기를 요구하는 촛불의 힘이 부산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로 모아졌다.

그래서 부산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는 국민 주권, 국민 승리의 상징이다. 당당한 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국민들이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고,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주인 된 권리와 의지의 표현이다.

일제 치하 독립 운동은 불법이었다. 한일‘위안부’합의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도불법의 테두리에 가두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굴욕적 합의의 폐기를 요구하는 국민의 명령을 도로법을 걸고 들어 막을 수는 없었다. 주인 된 국민의 요구가 하나로 모이고, 도도한 물결을 이루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역사의 증거가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이 된 것이다.

시련 속에 자리 매김한 평화의 소녀상, 사시사철 비바람에도 영사관 앞을 지키고 있을 소녀상의 시련이 하루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영사관 앞은 국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각지의 국민들, 나아가 해외의 교포들까지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을 찾고 있다. 일장기가 보이는 영사관 담벼락 앞에서 추위를 견디는 소녀상이 걱정되서 달려 왔다고 한다. 아직도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겨울 거리로 나서는 할머니들에게 힘이 되고자 소녀상을 찾아왔다고 한다. 연일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과 일본 눈치 보느라 말 한마디 당당하게 못하는 정부에 대한 항의와 경고의 발걸음이다.

소녀상에 격한 반응 보이는 일본

일본은 부산 영사관 앞 소녀상으로 자신들의 민낯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것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경제 협상을 중단시키는 등 고강도의 외교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반응이 격할수록 일본 스스로 ‘위안부’ 범죄의 주체이자 가해 당사자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10억엔을 줬으니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는 아베의 발언은 한일‘위안부’합의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위안부’범죄 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과 사과, 법적 배상은 얼버무려 진채 10억엔에 소녀상 철거를 약속한 합의였다. 합의 직후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일본 기자들에게 한 말은 잊을 수 없다.

“일본이 잃은 것은 10억엔 뿐이다”

돈 100억에 일본의 ‘위안부’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안긴 최악의 외교 참사가 12.28 한일‘위안부’합의이다. 그래서 부산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은 한일‘위안부’합의 파기 선언이다. 공식적 책임과 진정성 있는 사죄, 법적 배상과 진상 규명이 빠진 어떤 합의도 ‘위안부’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돈 몇 푼으로 식민 지배의 한일간 과거사가 청산 될 수 없다고 소녀상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10억엔과 소녀상 철거를 위한 노력을 맞바꾸면서까지 ‘위안부’문제를 황급히 해결하고 넘어가려 한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 당사자들을 두 번 죽이는 합의를 해 놓고도 역대 어느 정부도 못한 최선의 결과라고 우겨대는 박근혜 정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열쇠는 미국에 있다. 전 CIA 한국지부 국장이었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상임연구원은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수년간 한일 양국에 위안부 합의 체결을 설득해 왔다”고 밝혔다. 한미일 군사동맹과 사드 배치, 한일군사협정을 위해선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한일 간 과거사 문제, 그 중에서도 ‘위안부’ 문제였던 것이다.

한일‘위안부’합의 직후 백악관은 기다렸다는 듯 환영 논평과 함께 한미일 공조 강화를 언급했다. 이번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이 설치 된 후 일본 아베 총리는 조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통화했고, 이후 미국은 한국정부에게 한일합의의 평화적 이행을 요구했다. 나아가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언급하며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노골적 일본 편들기다.

제1264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발언 하는 김복동 할머니
제1264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발언 하는 김복동 할머니ⓒ정병혁 기자

그래서 부산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은 이름 그대로 평화의 푯대다. 미국의 한미일 신 냉전 군사동맹과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온 몸으로 거부하는 소녀상이다. 한일‘위안부’합의가 한미일 군사동맹과 사드로 한반도를 신냉전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징검다리이기에 소녀상은 평화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려 한다. 전쟁과 대결의 상흔으로 새겨진 ‘위안부’라는 이름은 소녀상으로 부활해 평화를 파괴하는 그 모든 것들과 맞서는 투사가 되고 있다.

국민 승리의 상징인 부산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은 박근혜-최순실의 나쁜 정책인 굴욕적 한일‘위안부’합의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 더불어 한반도를 대결과 위기의 땅으로 지속시키려는 미국과 일본의 전략에 파열구를 내고 있다.

국민 승리의 상징이고, 한일‘위안부’합의 파기 선언이며, 평화의 푯대인 소녀상. 철거의 압박과 훼손의 위협 속에서도 평화의 소녀상은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당당하고 평화로운 주권 국가의 희망찬 미래는 쉬이 오지 않겠지만, 반드시 오고야 만다는 진리를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말해주고 있다.

윤용조 부산겨레하나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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