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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화 칼럼] 김기춘-박한철 커넥션, 특검 수사로 진실 밝히자

제발 저려서일까? 헌법재판소는 어제 이례적으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기재된 ‘통합진보당 사건 연내선고 방침에 이어 재판결과까지 유출되었다’는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선고일자와 재판결과가 누설되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업무일지에 기재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과 관련한 내용은 청와대의 추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와 같은 해명은 발표내용도 조사방식도 납득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 공개 변론'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 소장이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 공개 변론'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 소장이 주재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누가 ‘빨대’였는가?

먼저 조사내용을 보자. 헌재는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헌재는 2014년 12월 18일자 업무일지에 “기각, 인용간에 파란 예상”이라고 적혀 있다는 이유로 같은 해 12월 17일자 기재가 단지 추론에 불과하다고 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2014년 12월 17일자 수요일 업무일지에는 “월 – 정당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지역구 의원 상실 이견 – 소장 의견 조율 중(금일)/조정 끝나면 19일, 22일 초반(?)”라고 분명히 기재되어 있다. 이 날자의 기재내용은 누가 보더라도 12월 15일에 정당해산과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은 이미 ‘확정’하였고, 단지 지역구 의원의 자격 상실 여부만 재판관 사이에 의견이 갈려 헌법재판소장이 재판관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중 누군가가 재판관들의 평의내용을 누설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다. 헌법재판관 중 청와대의 ‘빨대’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평의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이 무슨 근거로 이와 같이 추론할 수 있단 말인가?

12월 18일자 업무일지에 ‘기각‧인용 간에 파란 예상’이라는 문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파란 예상’은 김기춘의 추론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뒤 이어서 기재된 내용을 보면 청와대가 단순히 추론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같은 날의 업무일지에는 “후속조치 (관계부처 협조) 선관위 ① 국고보조금 환수-계좌압류-동결, ② 공문 발송 – 채무부담 등 원인행위 금지”라고 기재되어 있다. 정당이 해산된다는 결정은 확정되었으니 선거관리위원회로 하여금 국고보조금을 환수하고, 채무부담 등 원인행위를 금지하도록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12월 18일자 업무일지의 기재내용은 청와대가 선고결과를 추론한 것이라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2014년 10월 4일자 “비서실장, 통진당 해산 판결- 연내 선고”라고 기재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2014년 10월 4일자 “비서실장, 통진당 해산 판결- 연내 선고”라고 기재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헌재는 10월 4일자 업무일지에 “비서실장, 통진당 해산 판결- 연내 선고”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청와대가 선고기일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과 관련하여서도 업무일지가 작성된 10월 4일경은 변론의 막바지라 선고시점이 대략 예상되던 시기였으므로 역시 청와대의 추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무렵은 청구인과 피청구인측 소송대리인조차 연내에서 선고를 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하였을 때이다. 당시는 정당해산 심판은 ‘내란음모 등’ 사건이 무죄가 선고되면서 오히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때였다. 정부와 통합진보당측에서 제출한 서증에 대한 증거조사를 아직 마치지 않았고, 새롭게 채택된 핵심증인 4명에 대한 증인신문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의 내용은 그대로 현실화되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7일 느닷없이 소송대리인들에게 이틀 후에 선고를 하겠다는 기일통지를 했다. 재판기록이 13만 페이지로 방대하고, 정당해산의 기초가 된 내란음모사건의 대법원 선고가 2015년 1월 하순경에 이뤄지는 것에 예상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누구나 정당해산 선고는 2015년 1월 하순 후에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헌재는 이례적으로 선고를 서둘렀다. 선고기일도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2주기인 2014년 12월 19일이었다. 2014년 10월 4일자 김영한 민정수석 업무일지의 “연내 선고”는 청와대의 일방적인 추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특검 수사 필요성 확인시켜준 헌재의 해명

조사방법 또한 납득하기 힘들다. 헌재는 경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재판관들 개별면담, 통화내역 확인, 정문 방문일시 확인 등 자료를 다각도로 검토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방문확인을 하고 재판관을 만났을 리가 있겠는가? 방문일시 확인은 애초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직접적인 ‘내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통화내역이다. 그러나 헌재는 2014년 당시의 통화내역도 확인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재판관들의 개별면담을 통해 확인해보니 김기춘 비서실장과 접촉한 재판관은 없었다고 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접촉했던 재판관들이 순순히 자백할 리가 없다. 재판관 개별면담은 형식적인 조사방법에 불과하다. 헌재의 경위조사위원회의 조사는 그 어느 하나도 객관적인 조사방법이 아니다.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조사시늉만 낸 것이다.

헌재의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은 역설적으로 특검수사의 필요성을 확인해 주고 있다. 헌재는 의혹을 받은 당사자에 불과하다. “통합진보당 해산 재판 정보 유출은 사실이 아니다’’는 헌재의 조사결과 발표는 마치 ‘최순실을 모른다’는 김기춘과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몰랐다’는 조윤선’의 말을 그대로 믿어달라는 것과 같다. 전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은 박한철 헌재소장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혐의로 특검에 고소를 해둔 상태다. ‘박한철 - 김기춘’의 내통 의혹의 진실은 특검의 수사로 가려져야 한다. 이 문제는 또하나의 국정농단 사건이다. 특검은 이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하여 그 실체를 가려야 할 것이다.

이재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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