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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의 Digital 道] 이것 못 바꾸면 정권 교체 소용 없다 (4/4)

인터넷 사업이 언제부터 어려워졌을까요? 인터넷의 시작은 어땠는지 기억나시나요? 일반 전화선에 모뎀으로 접속하던 PC 통신은 낮은 속도로 인해 주로 텍스트 위주의 서비스를 했습니다. 인터넷은 전용 망으로 구성되어 속도가 빨라 이미지 위주의 서비스도 가능했습니다. 인터넷이 폭발한 것은 마우스만 쓸 줄 알면 누구라도 접속가능하게 해 준 웹 브라우저 모자익이 출현하면서부터였습니다. 90년대 초반 미국에서 인터넷이 대 유행하자 한국에서도 망 사업자들이 곧바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인터넷 사용자(=소비자)들은 주로 미국에 있는 웹사이트(=콘텐츠 생산 사이트)를 방문하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망 사업자에게는 소비자를 인터넷에 연결 시켜 주는 중계자 역할뿐이었습니다. 기업들은 홈페이지 개설 목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했으나 이 또한 자사 홍보용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인터넷 소비자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한국에도 뉴스, 메일, 검색 등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이트들이 생겨나면서 사용자들이 국내 사이트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갔습니다.

인터넷 생산자, 소비자, 중계자

하지만 통신사들은 콘텐츠 생산 사이트에게도 여전히 소비자 요금을 징수했습니다. 초기에는 인터넷 기업들도 서버를 회사에 두었으므로 통신사 입장에서는 소비자든 생산자든 상관없이 인터넷 선을 회사 건물까지 연결해주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 업체는 업무용으로 신청한 전용망 사용료가 너무 비싸 이를 충당하려고 서울 근교의 카페 소개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회사 본업은 잘 안되고 사이트가 유명해지는 바람에 결국 인터넷 벤처로 전환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 사이트를 만들었던 분이 최근 국내 대표 포털의 첫 여자 대표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신사들은 데이터를 주로 내보내는 생산 사이트와 데이터를 받기만 하는 소비자의 차이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각 통신사들은 저마다 일반 소비자와 생산자를 모두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었는데 생산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유리하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KT가 확보한 인기 사이트에 SKT의 사용자들이 몰리게 되면 SKT 사용자가 받아 간 데이터 양 만큼 KT에게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통신사들은 생산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짓게 됩니다.

데이터센터는 두 개 이상의 발전소에서 따로 끌어온 전원, 대용량 비상 발전기, 물리적으로 이중화된 네트워크, 중단 없는 냉각 시스템, 지진과 화재 등 재난 방재 시스템, 서버실에 대한 인적 보안과 네트워크상의 보안 등 안정적인 서버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서비스하는 곳이라 서버 호텔이라고도 부릅니다. 90년대말 벤처붐이 일던 시기, 자사에서 서버를 운영하던 인터넷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데이터센터로 서버를 이전시켰습니다.

통신사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국내 모 포털의 서버:노란색 표시가 붙은 것 하나 하나가 고성능 서버 한 대입니다. 한 칸에 16대를 쌓은 서버랙 16대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을 한 줄로 치면 사진에 24줄이 보이고 있는데 오른편에 같은 양의 서버가 있습니다. 물론 같은 구조로 여러 층에 서버가 쌓여 있습니다.
통신사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국내 모 포털의 서버:노란색 표시가 붙은 것 하나 하나가 고성능 서버 한 대입니다. 한 칸에 16대를 쌓은 서버랙 16대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을 한 줄로 치면 사진에 24줄이 보이고 있는데 오른편에 같은 양의 서버가 있습니다. 물론 같은 구조로 여러 층에 서버가 쌓여 있습니다.ⓒ김인성

데이터센터에 볼모로 잡힌 인터넷 서버

문제는 데이터센터에 있는 사이트들이 통신사의 가입자들을 자사 인터넷망에 머무르게 만드는 효자 역할을 해주었음에도 망 사용료를 낮춰주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데이터센터에 있는 사이트의 기여도를 따지면 망 사용료는 0원을 넘어 마이너스가 되어야 했습니다. 데이터센터 트래픽이 증가하는 것은 입주 사이트 덕분에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을 뜻합니다. 타사에서 데이터센터의 인기 사이트로 오는 접속량이 늘어나면 그 만큼 통신사에게 수익이 생깁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사이트는 통신사에게 돈을 돌려 받아야 정상이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구글 같은 인터넷 업체는 최소한의 망 유지비용 이외에는 통신사에게 망 사용료를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단계를 거쳐 구글에 접속하게 되는 중소 통신사들이 접속료를 줄이기 위해 자비로 구글에 직접 접속을 요청할 정도입니다. 중소 통신사의 가입자들이 구글에 많이 접속하면 구글과 중소 통신사 사이에 있는 대형 통신사에게 접속료를 내야 하니까요. 한국 사용자가 미국 유튜브에 접속하면 국내 통신사가 국제 망사용료를 내야하는 것과 같습니다.

통신사들은 또 데이터센터의 서버에 망 다중화도 허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서버에 한 개의 네트워크만 연결되어 있으면 그 네트워크가 장애가 생겼을 때 서비스가 불가능해질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접속을 위해 반드시 이중화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선거관리위원회에는 KT라인과 LG라인이 각각 연결되어 있었는데 디도스 공격을 받았을 때 이중화가 되어 있었던 덕분에 두 라인을 번갈아 사용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중화는 인터넷 사이트에게 또다른 이점이 있습니다. 만약 서버에 여러 통신사의 선을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면 한 통신사의 망이 붐빌 때 다른 통신사의 망으로 부하를 분산 시킴으로써 사용자가 폭주해도 안정적인 접속 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선관위같은 권력 기관에는 이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네이버같은 인터넷 기업에게는 아직까지도 불허하고 있습니다.

한 통신사의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입주하면 결국 그 업체의 인터넷 선만 사용해야 합니다. 아프리카TV 등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이트에 접속하려는 가입자가 많은 중소 통신사 입장에서는 접속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런 사이트에 직접 접속을 원하지만 이것도 상위 세 통신사가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의 횡포가 도를 넘게 되자 인터넷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시도했습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으면 접속할 통신사를 고를 수 있고 이를 통해 망 사용료 절감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 전쟁을 위해 고안되었으므로 일부가 망가져도 전체 네트워크는 동작하도록 설계 되었습니다. 태평양 해저 지진으로 한중일에서 미국으로 가는 모든 해저 광케이블이 끊겨도 한국 사용자가 유튜브에 접속하면 중국-인도-이란-터키-독일-영국을 경유하여 미국에 접속이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의 자체 데이터센터에 한 통신사의 선만 연결하면 다른 통신사의 가입자들도 네이버를 쓸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대량의 서버를 가진 포털들이 한 때 적극적으로 자체 데이터센터 확보에 나섰지만 끝내 통신사의 압력에 굴복하여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예외적으로 네이버가 춘천에 “각”이라는 데이터센터를 지었지만 세 통신사가 모두 인터넷 연결을 거부함으로써 통신사로부터의 독립은 이루지 못한 채 친환경 데이터센터라는 정도의 포지션에 그치고 있을 뿐입니다.

통신사들은 한국의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를 시범케이스로 삼아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만 손보면 나머지 인터넷 업체도 굴복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때 네이버가 여러 업체로 서버를 분산시키자 모 통신사가 징벌적인 망 사용 요금을 징수한 바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금도 국내에서 가장 비싼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 네이버의 콘텐츠 독점을 비판한 바 있지만 인터넷 망중립성 문제에서는 인터넷 업체를 응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콘텐츠 유통망이 건실해져야 콘텐츠 창작자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력한 콘텐츠 유통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인터넷 업체를 고사시키고 있는 자들이 바로 통신사들입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각 데이터센터는 고용 효과를 기대한 춘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졌으나 건물 규모에 비해 상주 인원이 적어 실제 고용 효과가 미미해 춘천의 계륵이 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각 데이터센터는 고용 효과를 기대한 춘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졌으나 건물 규모에 비해 상주 인원이 적어 실제 고용 효과가 미미해 춘천의 계륵이 되고 있습니다.ⓒ네이버 데이터센터 홈페이지

외국 인터넷 업체에 퍼주기 하는 통신사

국내 업체에게는 가혹하게 구는 통신사들이 외국 기업에게는 특혜를 베풀고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국내의 시각일 뿐 외국 기업과 한국 통신사의 관계가 정상적인 생산자 중계자 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계업자인 통신사는 콘텐츠 생산자 덕분에 사용자를 모을 수 있으므로 생산자에게는 망을 무료로 제공하고 망 사용료는 소비자에게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경우 사용자에게 MB당 데이터 통신 요금을 받고 있는데 그 데이터는 생산자에게서 스마트폰으로 온 것이므로 인터넷 업체에게도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 징수에 해당됩니다.

더 황당한 것은 데이터를 많이 쓰는 업체일수록 통신사의 수익을 늘려 주므로 수익 기여분만큼 보상을 해도 모자랄 판에 뻔뻔하게도 망부하 분담금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래픽이 폭주하면 인터넷이 다운된다는 주장보다 더 큰 사기는 없습니다. 트래픽이 폭주하면 수익 또한 폭주할 것이고 그 수익으로 대규모 망 증설에 나설 수 있습니다. 트래픽 폭주는 통신사가 간절히 원하는 일이지 결코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기업을 방어하는 모든 논리가 사기에 해당하는 이런 기업도 드물 것입니다.

한국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할 경우 통신사는 외국 통신사에게 접속료를 내고도 훨씬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싼 망 사용료로 국내 동영상 업체가 고사하자 사용자들이 외국에 있는 유튜브에 접속을 하게 되었지만 국내 통신사는 국가 경쟁력을 망친 부분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유튜브에 대한 중간 데이터 저장 서버(캐시 서버)를 스스로 구축하게 됩니다. 한국 인터넷 사용자는 미국 유튜브의 강남 스타일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국내 통신사의 캐시 서버에 저장된 영상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비싼 국제 망 사용료를 줄일 수 있고 국내 사용자는 동영상 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지므로 모두 행복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엽기적입니다. 국내 동영상 업체를 고사시킨 통신사들이 해외 동영상 업체를 위해 무료로 다운로드 서비스를 대행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인터넷 동영상 업체를 죽이고 있는 자들이 바로 통신사들입니다. 이것이 국내 인터넷 업체가 처한 역차별의 현장입니다.

통신사의 횡포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동영상 서비스가 돈이 되다고 판단한 통신사는 IPTV란 자체 인터넷 방송망을 구축합니다. 이 망은 실시간 방송에 특화된 전용망으로 통신사들이 확보한 콘텐츠만 서비스하고 “다음TV” 등 국내 콘텐츠 유통 업체의 진입은 원천 차단해 왔습니다.

하지만 자체 콘텐츠가 부족해지자 결국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업체에게 IPTV망을 개방했습니다. 또 한 번 전용망 독점 방식으로 동영상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려다 실패하게 되자 국내 업체를 배제하고 인기 있는 해외 업체에게만 독점망을 개방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신사를 국유화하라

통신사는 한마디로 길목을 막고 삥을 뜯는 양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목적은 가능한 빨리 한국 IT를 망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통신사들은 소위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모든 분야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지만 각 분야에서 이들이 퇴출 당한 후에야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휴대폰 생산량 세계 1위인 나라의 국민이 가장 후진 휴대폰을 가장 비싸게 쓰고 있었습니다. 살인적인 인터넷 사용료로 인해 휴대폰을 구입하면 인터넷 접속 금지 설정부터 하던 때가 10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이폰 출현 후 거의 대부분의 권력을 잃었음에도 오늘도 그들은 어떻게 하면 한국 IT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지 연구 중입니다. 지면이 모자라 그 악행을 다 적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는 차라리 세금으로 통신사의 수익을 보전해주더라도 망 사업에서 손을 떼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인터넷 망은 국유화해야 합니다. 최소한 국가 기간망은 공공의 재산으로 환원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내 인터넷 업체가 인터넷 망 사용에서 차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모든 데이터센터를 국가가 관리하거나 공익기업으로 만들어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게는 최소한의 유지비만 받도록 해야 합니다.

절망적인 것은 통신사를 견제해야 할 정부 부처 관계자들마저 통신사를 위한 정책만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가격 형성과 경쟁이라는 자본주의 원리를 역행하는 단통법(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 행위를 방해하고 한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망하게 하는 대신 통신사들만 살찌게 했습니다. 이 법 때문에 오히려 휴대폰 유통망이 왜곡되어 여러 업체의 제품을 비교하면서 팔 수 있었던 양판점은 사라지고 각 사의 대리점만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단통법이 사라지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소비자들이 비싼 휴대폰을 구입해야 할까요? 어디까지 휴대폰 제조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져야 할까요?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 뿐이겠죠.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대통령을 조종하고 공적 시스템을 망가뜨린 최순실처럼 통신사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망치고 있는 세력을 하루빨리 뿌리 뽑지 못하면 정권 교체도 아무 소용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끝)

(주)

제가 쓰는 글의 주제는 창작자가 우대 받는 사회, 창작자를 위한 인터넷 유통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저작권, 유통망, 포털, 검색, 통신사, 불법 복제 등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통신사의 횡포와 개선 방안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일단 창작자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선해야 할 최소한만 거론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능하면 통신사에 대한 부분은 어려운 글보다는 쉬운 웹툰으로 그려 볼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응원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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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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