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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의 Digital 道] 통신사를 국유화해야 할 7가지 이유 (1/4)

인터넷 서비스 종사자들과 만나서 논의를 해 보면 통신사가 놓치고 있는 것들,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 정부가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 등 많은 의견을 열정적으로 쏟아 놓습니다. 국제 동향을 근거로 들며 우리나라가 이런 것들만 개선하면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왜 관계 당국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지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말을 오랫동안 들어 온 저는 인터넷 업체분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통신사와 그 관계자들이 해온 일들을 살펴 봤을 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최순실 일당이 자신들의 범죄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증언자의 입을 맞춘 것처럼, 통신사와 그 일당은 한국 IT가 망가지든 말든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챙길 수 있을 것인지만 치밀하게 연구하고 있는 집단이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저는 더 이상 그들의 선의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IT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망 사업 분야가 공기업이었던 시절에 재직했던 사람들이 정부 기관에 포진하고 있어 기본적인 정책 기조가 친통신사적입니다. 이들이 내놓는 정책은 거의 다 친기업 정책인데 그야말로 국민과 IT 기업의 돈을 통신사에게 효과적으로 넘겨주는 방안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했든 IT분야가 발전하기만 했다면 따지기 어려웠겠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IT를 병들게 했으므로 그들이 더 이상 통신사 위주의 정책을 집행할 수 없도록 바꾸어야 합니다.

저는 통신사를 계도의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통신사는 전쟁을 치러서라도 인터넷 기업의 권리를 지켜내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다음 정부에서도 여전히 친통신사 정책을 취한다면 이런 정부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지난 10년 한국 IT는 철저히 무너졌습니다. 우리에겐 이제 남은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속히 IT 분야 정책을 개선하여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모든 주도권을 후발 국가에게 뺏기게 될 것입니다.

통신사의 악행은 차고 넘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단통법을 무기로 사용자의 피 같은 돈을 빼앗아가고 있으며, 어떡하면 망 독점을 무기로 인터넷 기업에게서 더 많은 돈을 뜯어낼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를 국유화하여 IT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회사로 돌려놓지 못한다면 한국 IT의 미래는 없습니다. 통신사를 국유화해야 할 수 많은 악행 중에서 인터넷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부분만 알아보겠습니다.

1. IPTV망으로 국내 기업을 몰락시킨 죄

방송 시스템과 인터넷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목적이 다른 시스템입니다. 방송 시스템은 한 개의 방송국이 전 국민이 소유한 TV에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인터넷은 각각의 사용자에게 모두 다른 내용을 전송하는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남산 방송 안테나에서 전파를 쏘아 보내면 서울 지역의 모든 TV 안테나에서 같은 전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방송사들은 각자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여 방송을 보내므로 방송 간섭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생방송으로 월드컵 개막식을 중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인터넷 생방송은 아무한테나 송출하는 것은 아니고 방송을 보내겠다고 접속한 사용자에게만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회선의 용량은 정해져 있으므로 한 아파트 전체가 개막식을 인터넷으로 보면 회선 용량이 다 차서 방송이 끊기는 등 원활하지 않게 됩니다. 방송과 달리 네트워크에 여러 사용자의 데이터가 함께 섞여 흐르므로 방송을 보지 않는 사용자들도 인터넷 속도가 느려져서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TV 보다는 인터넷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인터넷 방송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IPTV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방안입니다. IPTV는 인터넷을 연결해주는 장비의 설정을 바꿔서 공중파 방송과 같이 생방송에도 문제가 없도록 만든 인터넷 방송 전용망입니다.

IPTV용 인터넷 연결 장비는 일반 인터넷 연결 장비와 같지만 일정 용량을 방송 전용으로 미리 할당해 놓은 것이 다른 점입니다. 이 용량은 오로지 IPTV 방송 데이터를 보내는 데 사용됩니다. IPTV 용 장비는 또 중간 서버 역할도 겸하기 때문에 방송국의 남산 중계소와 같이 IPTV 장비에 연결된 사용자에게 동시에 방송을 보낼 수 있습니다. 즉 IPTV 망으로 연결된 아파트 단지가 있다면 그 단지로 한 개의 데이터만 보내면 된다는 뜻입니다.

한 개의 IPTV용 장비는 그 단지의 모든 시청자에게는 방송을 보내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IPTV는 동영상 업체를 위한 통신사의 캐시 서버와 비슷합니다. 국내에서 미국 유튜브의 강남 스타일을 클릭하면 미국에서 동영상이 전송되는 것이 아니고 국내 통신사가 무료로 운영하는 캐시 서버에서 데이터가 전송되듯이, 월드컵 생중계는 우리 아파트 IPTV 용 장비가 처리해 주는 것입니다.

통신사 IPTV 화면:여기에는 오로지 통신사가 허용하는 콘텐츠만 존재합니다. 인터넷 콘텐츠 판매 사이트는 보이지 않습니다. 통신사는 IPTV에 자사 인터넷 개인 방송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KT 올레TV)
통신사 IPTV 화면:여기에는 오로지 통신사가 허용하는 콘텐츠만 존재합니다. 인터넷 콘텐츠 판매 사이트는 보이지 않습니다. 통신사는 IPTV에 자사 인터넷 개인 방송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KT 올레TV)ⓒolleh tv skylife

카카오TV나 네이버TV 등 인터넷 방송국들은 영화와 방송 등 인기 콘텐츠를 확보하여 판매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개 방송 중인 드라마 최신판 등 인기 콘텐츠에 수요가 몰리기 마련이므로 IPTV 망을 활용할 수 있으면 수요가 몰려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고 망 사용료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IPTV 망에 인터넷 방송국에 대한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통신사들은 IPTV 망을 자기들이 구축했다는 이유로 IPTV 메뉴를 자기들이 원하는 콘텐츠만 파는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케이블, IPTV 등을 선택하는 최우선 고려 사항이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 채널 등 실시간 방송이 나오는지 여부이므로 이런 방송은 허용하지만 카카오TV 등은 IPTV 망을 활용할 수 없어 실시간 방송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등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케이블 방송과 IPTV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실시간 방송 이외에 영화 등 부가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는데 자체 콘텐츠 확보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자 결국 구글과 넷플릭스등 해외 업체에게 IPTV 망을 개방했습니다. IPTV 셋톱 메인 메뉴에서 구글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게 된 것이 이 때문입니다.

셋톱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사용하므로 구글의 유튜브를 뺄 수도 없게 된 이유도 있지만 해외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막강한 경쟁력을 이길 수 없게 된 이유도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국내 기업의 역차별을 볼 수 있습니다. IPTV 초기 국내 업체가 자체 셋탑을 사용하여 인터넷 TV 사업을 하려는 것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통신사의 IPTV 망을 활용하지도 못하게 해서 경쟁력을 죽여버리더니 결국 그 공백을 외국 인터넷 TV 업자에게 열어 준 것입니다.

통신사는 IPTV와 경쟁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죽여 왔습니다. 인기 서비스가 부상하면 망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기술적인 방법으로 접속 품질을 떨어뜨려 서비스를 불안정하게 함으로써 사용자가 외면하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해왔습니다. TV 제조사의 스마트TV가 이런 방식으로 타격을 입었습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망이 폭주하는 것은 통신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므로 망 부담 주장은 IPTV에 경쟁이 되는 서비스를 죽이기 위한 사기 논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정부도 통신사의 사기 행위를 방조함으로써 결국 스마트 TV의 스마트 기능 또한 시장에서 퇴출되고 만 것입니다.

더 이상 통신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죽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만약 통신사가 처음부터 인터넷 TV를 허용하고 이들을 IPTV 전용망에 입주시켜 성장을 도왔다면 한류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인터넷 방송 채널의 탄생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통신사를 국유화하여 인터넷 TV의 재도약을 노려봐야 할 것입니다.

2. 저화질 서비스로 TV 수요 창출을 막은 죄

HDTV로 방송되는 한국 공중파의 화질은 매우 열악합니다. 방송의 화질은 시간당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는가에 달렸습니다. HDTV의 기준 화질과 같은 영상을 만들려면 1.92MBps(1초에 1.92MB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 업계에서는 19.2Mbps라고 씀, 연재 기사의 단위를 통일하기 위해 MB를 씀)가 필요합니다. 이 대역폭을 모두 사용하는 일본의 방송 화질은 세계에서 가장 좋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김연아 선수의 팬들은 피겨 경기 영상을 소장하기 위해서 일본 중계 방송을 녹화합니다. 같은 경기의 한국과 일본의 중계 영상을 비교해보면 한국 방송의 화질이 얼마나 처참한 지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김연아 중계 방송 화질:일본 NHK와 한국의 모 방송국의 중계 방송 화질을 비교합니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한국의 방송국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HD가 아닌 그 보다 한 단계 낮은 화질로 방송을 내 보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더욱 더 처참했습니다. (NHK,SBS)
김연아 중계 방송 화질:일본 NHK와 한국의 모 방송국의 중계 방송 화질을 비교합니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한국의 방송국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HD가 아닌 그 보다 한 단계 낮은 화질로 방송을 내 보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더욱 더 처참했습니다. (NHK,SBS)ⓒNHK,SBS 방송화면 캡처

한국 공중파의 화질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여러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1.92MBs보다 낮은 1.2MBps 정도로 일부러 화질을 떨어뜨려서 방송을 하고 있다는 주장, 화질을 높이려면 영상 처리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월드컵 중계 같은 국가적 행사에 모든 방송사가 동시에 생방송을 하는 현실에서 조금의 지연만 있어도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라는 주장, 방송 장비 구입 과정에 비리가 만연하여 품질 떨어지는 장비가 도입되어 그렇다는 주장 등이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각자 근거가 있지만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 이 글에서는 생략합니다.(차후 다른 지면에서 상술하겠습니다.)

케이블방송은 방송법 상의 규제 때문에 공중파를 그대로 재전송하지만 통신사의 IPTV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으므로 그나마 1.2MBps 정도로 전송되는 공중파 영상을 다시 그 반 이하인 0.6MBps 정도로 화질을 떨어뜨려서 전송합니다. 최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H.264)를 사용하여 영상을 처리하므로 이 정도 대역폭으로도 공중파 원본과 비슷한 화질을 유지한다고 주장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두 영상을 함께 틀어 놓고 본다면 품질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공중파 재전송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IPTV로 판매하는 다른 콘텐츠는 0.4MBps 이하의 화질로 제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영상 품질을 직접 비교할 대상이 없으므로 필요한 만큼 화질을 떨어뜨려도 뭐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상 처리 성능이 좋아지면 그 기술을 화질을 높이는데 써야 하지만 통신사들은 처리 성능이 좋아진 만큼 대역폭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화질은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중입니다.

화질에 문제가 있으면 대형 TV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42인치 정도의 TV로 HD 방송을 볼 때는 0.4MBps 정도의 화질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50인치 이상 TV로는 현재 IPTV 영상의 문제점을 일반 시청자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65인치 TV로 IPTV의 공중파 드라마를 본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화면이 엉망으로 뭉개져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세계 TV 1위 생산국입니다. 65인치, 75인치를 넘어 100인치 이상의 TV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대화면 TV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지 않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대화면 TV를 사야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IPTV에서 UHD 방송을 해주고 있지만 대형 마트에서 UHD 대화면 TV 판촉용으로 이런 방송을 틀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UHD TV 용으로 촬영한 고화질 데모 동영상을 틀어주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이런 영상을 실제로 틀어주는 방송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혀 구매 욕구를 느끼지 못합니다. 만약 UHD 방송에서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고화질 영상을 방송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대화면 TV 수요가 생길 것입니다.

삼성 스마트TV:삼성이 자체 서비스를 위해 만든 스마트TV, IPTV 셋탑과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삼성 스마트TV:삼성이 자체 서비스를 위해 만든 스마트TV, IPTV 셋탑과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삼성

TV의 미래는 스마트화에 있습니다. 때문에 국내 TV 제조사들은 TV에서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동영상을 구매해 볼 수 있는 스마트 TV를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통신사는 망 부담을 준다고 주장하며 스마트 TV가 최초로 접속하는 사이트를 강제로 차단함으로써 스마트TV의 기능을 무력화 시킨 바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스마트TV의 스마트 기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한국 TV 제조사가 스마트TV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없애 버렸습니다.

내수 시장에서 대화면 TV가 활발히 판매되지 못하는 한 국내 TV 제조사들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스마트TV의 기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한 스마트TV는 쓸모 없이 비싼 TV로 전락하고 맙니다. 통신사들이 한국 TV 제조사를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화면만 나오는 단순 TV 제조사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통신사로 인해 인터넷 업체뿐만 아니라 한국이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TV 제조 분야까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통신사의 저화질 IPTV 방송은 UHD 시대에도 계속 될 것입니다. 망 독점을 위협하는 그 어떤 분야도 통신사의 제물이 될 것입니다. 정부 조직도 이들 편입니다. 다음 정권이 이들을 국유화시키지 못한다면 한국 IT의 저질화는 IPTV 화질 수준을 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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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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