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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의 청춘칼럼] 청와대의 ‘경북대 농단’, 참담해도 끝까지 간다

서울대와 연세대 재학생들이 ‘부끄러운 동문상’을 선정해 화제가 됐다. 서울대는 깁스 우병우, 춘천 트럼프 김진태, 기춘대원군 김기춘 등이 연세대는 진박감별사 최경환, 개돼지 나향욱, 동문이냐 아니냐로 갑론을박 중인 장시호까지 참 면면이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한 때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승승장구하던 하였으나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해악은 헤아릴 수 없고 결국은 후배들의 ‘부끄러운 선배’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정농단의 주범 혹은 부역자인 ‘부끄러운 선배’들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당당한 후배’들은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같은 학교를 나온 동문이란 참 묘한 관계다. 크게 인연이 없어도 제 식구 챙기듯 챙기기 마련이다. 누가 잘한 일이 있거나 명성을 얻으면 내 일처럼 자랑스럽고, 악명을 떨치면 내가 다 부끄럽다. 그래서 우리는 ‘부끄러운 동문’ 같은 이들을 볼 때면 학교의 명예에 먹칠을 한 것을 넘어 자신에게도 망신을 준다고 느낀다. 학벌주의와 연고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크던 작던 간에 ‘학연’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사유도 밝히지 않고 총장 임용 거부하던 교육부
전례 없이 2순위자 총장으로 임용한 청와대

필자는 경북대를 입학하고 졸업했다. 경북대 동문인 나에게도 부끄러운 동문이 왜 없겠냐만은 요즘에는 ‘참담한 대학’ 때문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바로 장기간의 총장 공백사태와 비상식적인 총장임용 때문이다. 2014년 10월, 경북대는 총장선거를 치러 1순위 김사열 교수, 2순위 김상동 교수를 총장 임용후보자로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교육부는 어떤 설명도 없이 임명을 보류했다. 일반적으로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교육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은 1순위자를 총장에 임용한다. 그렇게 교육부는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2년여 동안 시간을 끌다가 재추천을 요구했다. 그리고 같은 후보가 재추천되자 작년 10월 21일 2순위이던 김상동 교수를 임용했다. 당연히 이번에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경북대 18대 김상동 총장의 취임을 반대하는 경북대 범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일 취임식이 열릴 예정인 대학내 글로벌플라자 2층 효석홀 앞에서 반대 문구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북대 18대 김상동 총장의 취임을 반대하는 경북대 범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일 취임식이 열릴 예정인 대학내 글로벌플라자 2층 효석홀 앞에서 반대 문구와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이 경북대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의 몇 개의 국공립대는 2순위자를 총장으로 임용해 논란이 일고, 또 몇 개의 국공립대는 교육부의 총장 임용 제청 거부로 총장이 공석이다. 도대체 왜 안 되는지, 왜 거부하는지 이유를 한사코 밝히지 않는 교육부. 이 지긋지긋한 묵비권 행사에도 교육계 블랙리스트인 청와대 발 ‘블루리스트’의 존재는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총장에 앉히고 대학을 길들이려는 의도도 드러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일어나고 있는 총장사태의 본질은 바로 박근혜 정권의 ‘대학농단’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동문들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한 때 지역거점 국립대, 한강이남 최고의 학부라는 ‘부심’으로, 민주주의 운동 역사에서 역할을 했다는 ‘존심’으로 학교 이야기만 온갖 무용담을 쏟아내는 그들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 동문들은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대학이 국정농단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것을 뻔히 바라보면서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더욱 비참한 것이 이제는 대학이 저항하지 않고 부조리 앞에서 서서히 ‘순응’하고 있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처량한 신세라는 점이다. 수차례 집회도 하고 회의도 했지만 답보상태였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갑갑한 상황이 이어졌다.

참담한 현실, 끝까지 맞서 진실 밝힌다

그렇게 총장 사태가 장기화 되고 많은 시간을 지나며 함께했던 많은 이들이 지쳐가고 등을 돌렸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진실은 밝혀야 한다, 불씨는 살려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경북대 구성원들은 ‘경북대학교 민주적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이하 경북대 비대위)’를 결성했다. 양심 있는 학생, 교수들이 나섰고 동문들이 함께 했다. 경북대 비대위의 요구는 분명했다. 총장사태의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다. 그리고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총장의 취임식을 보류해달라 요구했다. 하지만 경북대학교는 총장 취임식을 강행했고 반발하는 이들을 피해 장소를 옮기고, 물리력을 동원하여 입구를 봉쇄한 채 ‘뒷방 취임식’을 강행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 자리에서 총동창회장이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 민주란 이름으로 질서를 파괴해도 아무도 이야기도 못 하고, 정말 좋은 나라이다.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분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누가 누굴 나무라는가? 참 부끄러운 동문이다.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무시한 채 불의에 눈 감으며 대학을 망가뜨린 장본인들이 할 소리는 아니다.

이제 경북대 비대위는 경북대 새 총장 임용 과정에서 절차가 잘못됐다며 국립대 총장 임용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다. ‘유전무죄 추정의 원칙’이 통용되는 법치 좋아하는 나라에서 좋아하는 법대로 한번 싸워보려는 것이다. 앞으로 법원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2년간의 노력이 지금의 진실을 밝히는 단초가 되었듯 이 또한 진실을 향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부끄러운 동문, 참담한 대학이 망신을 줘도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잘못은 그들이 했고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은 맞서는 우리가 될 테니 말이다.

박석준 함께하는 대구청년회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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