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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의 Digital 道] 영화 “바보들의 행진”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통신사를 국유화해야 할 7가지 이유 (3/4)

구한말 조선은 쇄국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국제 정세를 제때 파악하지 못해 망국을 재촉했습니다. 그 후 백 년이 지난 오늘, 통신사들의 인터넷 쇄국 정책으로 인해 한국 IT가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5. 해외 업체에만 특혜를 베푼 죄

우리 선조들은 찬란한 기록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전통이 일제 시대에 잠시 흐트러졌으나 각 분야에서 이제 그 전통을 이어 나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영화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나간 필름 영화를 디지털화하여 공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60, 70년대 영화뿐만 아니라 80, 90년대 영화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서 과거 영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기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부 영화는 500원 정도를 지불해야 볼 수 있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서비스한 영화는 해상도가 아주 낮은 영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한국영상자료원 서버에서 고화질 영상을 직접 전송하는 것은 망 사용료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이 기관은 외부 사이트의 도움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누누이 말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한국의 어떤 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을 제대로 서비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한국영상자료원은 유튜브에 영화를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튜브에 올리면 아무리 많은 사용자가 몰려도 시스템이 다운되거나 속도 저하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데다가 광고로 얻은 수익도 나눠 준다는 사실도 여러 번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유튜브 한국영상자료원 채널: 이 채널에서는 지나간 한국 영화를 FHD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한국 사이트는 15초 광고가 기본이지만 유튜브는 5초가 지나면 광고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90년대 영화까지 올라오고 있으므로 한 번 방문해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유튜브 한국영상자료원 채널: 이 채널에서는 지나간 한국 영화를 FHD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한국 사이트는 15초 광고가 기본이지만 유튜브는 5초가 지나면 광고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90년대 영화까지 올라오고 있으므로 한 번 방문해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유튜브 화면 캡처

한국영상자료원은 유튜브가 있는 미국 사이트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물론 최초에 영상이 올라가는 유튜브 사이트가 있는 곳이 한국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누군가가 한 번이라도 이 영상을 보고 나면 통신사의 캐시 서버에 저장되고 그 후부터는 결국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씀드린 바 있으니까요.

통신사들이 국제 망 접속료를 아끼기 위해 유튜브의 중간 데이터 저장소 역할을 하는 캐시 서버를 스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캐시 서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현재 유튜브 캐시 서버를 통신사가 단독으로 운영하는지 구글이 관여하는지,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트래픽을 얼마나 쓰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런 사실이 공공연하게 밝혀지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져 국내 기업에게서 받아 내고 있는 비싼 망 사용료 가격을 낮추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망 사용료 계약을 할 때 비밀 유지 조항에 사인을 강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항은 정확히 공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분들이나 국회에 통신사 관련 분과에 계신 분들은 각 통신사에게 이런 정보를 요구해서 역차별 실상을 공개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저는 자료 요청권이나 조사권이 없으므로 인터뷰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파악한 내용 중에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마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클라우드 골든 타임”이라고 주장하며 클라우드 관련 법안 통과를 재촉했는데 그 목적 또한 통신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또한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 아마존 클라우드를 한국에 유치했는데 그 협상 과정이 굴욕적이어서 그 통신사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심했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에 세울 아마존 클라우드의 망 사용료가 국내 기업의 1/10 정도 가격이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이 문단의 내용은 검증이 안 된 인터뷰 대상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자료 요청권이 있는 분들이 정말 그런지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마존은 통신사에게 특혜로 받은 클라우드를 국내 기업들에 비싼 가격으로 되팔아 이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통신사들로 인해 외국 기업들이 비싼 국내 망 사용료라는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한국 인터넷 서비스를 잠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신사들이 외국 서비스에게 특혜를 주는 것도 모자라 한국에 유치한 외국 기업에도 특혜를 주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은 통신사에게 이중 삼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골든 타임”에 국내 정책 입안자들이 한국 클라우드 기업들을 열심히 구조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 죽이고 있는 중입니다. “골든 타임”이 지나고 나면 한국 클라우드 기업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외국에는 한없이 너그럽고 국내 기업에만 엄격한 이 관행을 타파하지 못하는 한 미래는 없습니다.

한국영상문화원 뿐만 아니라 한국의 콘텐츠의 해외 이전이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는 아마존 클라우드에서 시작되며, 영상은 유튜브에 저장되고 있습니다. 70년대에 만들어진 걸작 한국 영화 “바보들의 행진”도 미국 구글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자기들의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적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은 트위터로 퍼 나릅니다.

네이버가 춘천의 데이터센터 “각”을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각”처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한국의 데이터 저장소는 외국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500년간 이어진 조선왕조실록을 남긴 위대한 기록 문화의 전통을 잇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기업 구글이었던 것입니다.

6. 인터넷 쇄국 정책을 강요한 죄

한국 인터넷이 갈라파고스처럼 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20년 이상 우리를 괴롭힌 공인인증서는 한국 인터넷을 뒤처지게 만든 주범임에도 아직도 위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쇼핑몰 사이트에서조차 클릭 한 번으로 간단히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 복잡한 한국 쇼핑몰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해외에 나가서 한국 사이트 가입을 한 번이라도 해보면 전화 인증 등 한국 인터넷이 얼마나 까다롭고 복잡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용자보다는 기업들의 편익을 위한 것으로 결국 한국을 중국보다 뒤처지게 만든 주요 원인입니다.

실명제는 한국 인터넷 업체의 경쟁력을 외국 기업에 넘겨 주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악법이었습니다. 실명제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세계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중국이 한국의 실명제를 극찬하며 인터넷 통제 방법을 열심히 배워가기도 했습니다. 실명제 시행 후 한국의 UCC와 동영상, 소셜 사이트가 완전히 몰락했습니다. 실명제는 결국 위헌 판결을 받고 사라졌지만 여전히 변칙적으로 운영되면서 한국 인터넷을 옥죄고 있습니다.

한국 인터넷을 망가뜨린 조직으로 검찰과 경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수사 편의를 위해서 영장도 없이 수시로 인터넷 업체에 회원의 개인 정보를 요구했는데 기업들은 별 저항을 하지 못하고 이들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제가 포렌식을 도와준 재판에서 사용자가 직접 지운 7년 전 메일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한국인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은 특히 많은 요구를 받았는데 수상한 카톡 사용자를 몇 개월 동안 실시간 감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불거질 때마다 디지털 망명이 발생하곤 했는데 디지털 망명의 첫 번째 원칙은 “서버를 한국이 아닌 외국에 두고 있는 외국 기업의 서비스일 것”입니다.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검열과 침해는 인터넷 기업의 국제 경쟁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힙니다. 중국 정부가 감시한다는 이유로 우리가 중국 서비스를 불신하듯이 외국 사용자들도 한국 서비스를 촌스럽게 여길 테니까요. 결국 한국의 모든 서비스는 국내용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국내 사용자 차별:한국 방송 콘텐츠를 한국인들은 유튜브에서 볼 수 없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 방송을 짧은 광고를 건너뛴 후 고화질로 볼 수 있지만, 한국 사용자들은 국내 동영상 사이트에서 15초 이상의 긴 광고를 강제로 시청한 후에 저화질로 감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식 인터넷에서는 외국인이 들어올 수도 한국인이 외국으로 나갈 수도 없습니다.
국내 사용자 차별:한국 방송 콘텐츠를 한국인들은 유튜브에서 볼 수 없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 방송을 짧은 광고를 건너뛴 후 고화질로 볼 수 있지만, 한국 사용자들은 국내 동영상 사이트에서 15초 이상의 긴 광고를 강제로 시청한 후에 저화질로 감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식 인터넷에서는 외국인이 들어올 수도 한국인이 외국으로 나갈 수도 없습니다.ⓒ유튜브 화면 캡처

한국 인터넷 서비스를 국내용으로 만든 것은 통신사의 역할도 결정적입니다. 인터넷 기업이 100MB 속도의 망을 구입하면 그중에서 해외 접속은 5MB 정도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싼 국제망 사용료로 인해 해외 사용자의 국내 서비스 접속이 어려워 국내 인터넷 서비스는 글로벌화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국내와 외국이 구분될 리가 없습니다. 한국의 인터넷TV 업체가 해외 서비스를 하고 싶다면 한국에 있는 서버에 외국어 페이지만 만들면 됩니다. 미국, 일본, 중국까지도 이런 방식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하고 실제로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해외 진출이란 그 나라 언어 페이지 개설로 시작하여 사용자가 많아지면 그 나라에 캐시 서버를 두는 것으로 완료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국제망 속도 제한 때문에 제대로 서비스를 할 수 없으므로 결국 물리적인 해외 진출을 해야 합니다. 물리적 해외 진출은 그 나라에 지사를 설립하고 그 나라에 서버를 재구축하는 등 또다시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므로 고비용 고위험 투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모 인터넷TV 업체는 해외 진출을 시도했습니다. 다만 초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서비스를 열었습니다. 사실 클라우드를 비싼 서비스입니다. 클라우드를 빌려 쓰면 자체 서버를 구축하는 초기 비용은 절약되지만 사용료가 비싸 장기간 사용할 경우 오히려 돈이 더 들어갑니다. 때문에 클라우드는 스타트업들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고 본격 서비스가 되면 자체 서버를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놀라운 것은 한국 인터넷TV 업체가 해외 진출 초기에 국내 서버에 외국어 페이지를 개설하는 것보다 비싼 아마존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점입니다. 통신사의 쇄국 정책으로 인해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가 이토록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없음
해저 광케이블 현황:전세계 해저 광 케이블 망(위)과 아시아 지역 현황입니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한국의 해저 케이블 연결망 대역폭은 작은 편인데 그나마 일본 중국을 거쳐가기 때문에 속도가 늦습니다.
해저 광케이블 현황:전세계 해저 광 케이블 망(위)과 아시아 지역 현황입니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한국의 해저 케이블 연결망 대역폭은 작은 편인데 그나마 일본 중국을 거쳐가기 때문에 속도가 늦습니다.ⓒhttp://www.submarinecablemap.com

해외 통신사들은 자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인터넷 망 구축 사업에 뛰어들어 자국 서비스 국제화의 물리적인 기초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일본 통신사 NTT도 전 세계의 인터넷 망 구축 사업을 통해 일본 인터넷 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인터넷 업체에 글로벌한 인터넷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거치면서 통신 인프라가 좋아진 중국의 경우 중국내 서비스를 곧바로 글로벌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검열과 무관한 서비스의 경우 처음부터 국내외 어떤 지역에서 접속하는지 구별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100개 이상의 언어가 지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통신사는 서비스 국제화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한중일과 미국을 연결하는 새로운 해저 광케이블이 완공된다고 하는데도 국제 망 사용료 인하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국제망 사용료 인하는 국내 망 사용료 인하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 망 사용료를 인하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서비스의 해외 망명을 막기 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국제망 사용료가 낮을 경우 한국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외국에 구축하면 한국보다 싸게 운영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망명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 경우 통신사가 구글에게 하듯이 캐시 서버를 구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망명한 서비스에 특혜를 베풀기 시작하면 국내 업체의 해외 망명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통신사는 망명한 서비스에게 국제망을 마음껏 쓰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니까요. 망명한 서비스를 위해 캐시 서버를 구축해주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귀신같이 잡아내서 접속 제한을 하거나 비싼 국제망 사용료를 징수할 것입니다. 통신사의 인터넷 쇄국 정책은 비싼 국내 망 사용료를 유지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합니다.

정부의 인터넷 감시로 인해 사용자의 해외 망명이 이루어진 것처럼, 통신사의 비싼 망 사용료는 콘텐츠의 해외 망명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또한 통신사의 인터넷 쇄국 정책은 국제화를 원하는 한국 인터넷 서비스의 해외 이전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 사이트에는 사용자도, 콘텐츠도 사라져 버리고 끝내는 인터넷 서비스마저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공동화 현상을 막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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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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