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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내 탓이오’ 박원순, ‘남 탓이오’ 반기문

대선 잠룡으로 꼽혀온 두 사람이 대권 레이스를 떠났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은 일주일 사이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두 주자의 마지막 모습은 극명하게 갈렸다.

솔직히 인정한 박원순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정의철 기자

박원순 시장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대선 도전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며 "성찰과 단련의 계기로 삼겠다"고 고백했다.

박 시장은 국회에서의 짧은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후 질문은 따로 받지 않고 서울시청으로 향했다. 다만, 그를 도왔던 더불어민주당 박홍근·기동민·김상희·남인순·권미혁 의원이 대신 취재진에게 박 시장의 결심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 시장은 이후 서울시 출입기자들과 만나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박 시장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와 눈인사를 나누며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이유를 담담히 밝혀나갔다.

그는 "국민의 뜻이 정권교체를 가장 갈망하고 있고 개인의 준비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사실 서울시장 두 번을 어렵지 않게 (당선)됐던 것 때문에 정치라는 것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런 것을 많이 반성하고 새로 성찰하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짧지만 지난 몇 달간 너무 긴 여행을 했던 것 같다"며 "그동안 확인한 민심을 성찰하고 추슬러서 새로운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은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줄곧 '자신의 부족함'을 꼽았다. 이 때문에 대선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을 향한 여론은 상당히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알린 페이스북 글에는 수많은 응원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남탓만 한 반기문
"인격 말살 용납 안 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반기문 전 총장의 뒷모습은 박원순 시장과는 사뭇 달랐다. 반 전 총장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측근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국의 정치와 언론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해 제기된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한 분노였다.

그는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부연했다.

반 전 총장은 준비해 온 원고를 다 읽은 뒤 취재진이 쏟아내는 질문들을 무시한 채 곧바로 국회를 빠져나가려고 시도했다. 반 전 총장은 "저 혼자 결정한 겁니다", "오늘 (결정) 했습니다"라는 두 마디만 남긴 채 자리에서 벗어났다.

반 전 총장은 사당동 자택에서 기다리던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제까지 공직 생활하면서 순수하게, 소박하게 제가 한번 (출마를) 시도해 본 것인데, 완전히 인격 말살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며 "평생을 남의 모범이 되겠다고 해서 살아온 사람"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반 전 총장은 대권 주자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국민의 검증과정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현재 반 전 총장의 페이스북에는 그의 '적반하장' 태도에 분노하는 누리꾼들이 조롱 섞인 '불출마 환영' 반응을 내놓고 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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