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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의 Digital 道] 방송사가 멍청한 이유 – 통신사는 어떻게 제압 가능한가? (2/4)

방송사는 통신사와 여러 분야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방송사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이고 통신사는 콘텐츠 유통사이므로 서로 공생 관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공중파 방송사는 실시간 방송이라는 대체할 수 없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통망은 다릅니다. 공중파, 케이블, 위성 등 전통적인 전송 방식뿐만 아니라 IPTV, 인터넷TV, 스마트TV, 셋탑, 게임기, VOD 앱 등 수 많은 인터넷 동영상 유통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통신사는 인터넷의 물리적인 망을 판매하는 동시에 동영상 전용 플랫폼까지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개업, 도매업, 소매업까지 모두 다 싹쓸이하는 것이 통신사의 목표겠지만 동영상 판매 시장만 볼 때 통신사는 콘텐츠 유통망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방송사가 우위에 있는 콘텐츠 가격 협상

공중파 재전송 협상을 할 때마다 방송사와 통신사 간에 마찰이 발생합니다. 매번 IPTV 망에서 공중파 실시간 방송이 중단 될 것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입니다. 통신사의 인터넷 방송망에서 공중파가 빠지면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대부분 중단 직전에 극적으로 협상이 마무리되곤 했습니다.

올해에도 방송사들이 콘텐츠 가격을 2배로 올리는 바람에 통신사들이 운영하는 “KT 올레TV모바일”, “SK옥수수”, “LGU+ 비디오포털”에서 다시 보기 영상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물론 서비스 중단은 며칠에 그칠 것입니다. 조만간 통신사들이 방송사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협상이 타결될 것이니까요.

수많은 유통망 중 하나에 불과한 통신사가 킬러 콘텐츠를 가진 방송사를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통신사는 가입자들에게 이용료를 받고 있으므로 만약 서비스 중단이 길어지면 가입자들의 엄청난 항의에 직면하게 될 뿐만 아니라 가입자 이탈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방송 제작이 디지털화가 되면서 방송 제작이 간편해졌고, 개인 인터넷 방송 등 새로운 방송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사용자들의 시청 형태도 달라져서 공중파 실시간 방송의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이 방송의 위력을 넘어설 콘텐츠는 없습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공중파 방송사는 통신사를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700MHz주파수 전쟁에서 승리한 방송사

700MHz 대 주파수를 사용하던 아날로그 TV 방송이 종료된 후 이 주파수 영역에 대한 활용 방안을 놓고 방송사, 통신사 그리고 정부가 한 차례 전쟁을 치렀습니다. 방송사는 애초에 방송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UHD 공중파를 위해서 써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통신사는 지금도 부족한 무선 통신망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관한 복잡한 기술적 주장과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일 처리 과정을 보면 관련 전문가들도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결국 700MHz 대역은 국가재난망까지 끼어들어 조각 조각 나는 바람에 그 어느 쪽도 만족할 수 없고 그 어떤 서비스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주파수 분배 과정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방송사가 통신사와 싸워 승리한 사건이라고 판단합니다. 특혜로 성장한 통신사, 통신사에 편향된 정부 관료, 통신사에 우호적인 언론사, 주파수 싸움을 방송사의 이기주의로 보는 여론 등 그 어느 것 하나 방송사에 유리한 영역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UHD 방송을 위한 주파수 영역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주파수 확보 경쟁에서 방송사의 이기주의를 탓할 수도 있습니다. UHD 방송을 하겠다고 주파수를 확보해 놓고 정작 정부가 제시한 UHD 방송 일정은 맞추기 어렵다고 나오는 방송사를 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통신사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세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터넷 업체들도 이미 오래전에 통신사에게 제압당했습니다. 통신사가 요구하는 그 어떤 황당한 요구도 다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인터넷 업체의 현실입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통신사를 이길 수 있는 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방송사는 실시간 방송 콘텐츠와 다시 보기 영상을 무기로 통신사에게 정당한 콘텐츠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통신사의 돈줄인 주파수 확보 전쟁에서도 방송사는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는 여기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방송사가 멍청하게도 자사 홈페이지, 인터넷을 통한 방송에 필요한 망 사용료를 여전히 통신사에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방송사가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통신사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고 이로 인해 인터넷 업체의 경쟁력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 한 발을 내딛지 못해 한국 IT가 망해가고 있습니다.

그 한 발이란 방송사의 홈페이지 서비스,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방송, 인터넷을 통한 다시 보기 영상 전송에 들어가는 망 사용료를 무료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누누이 설명했듯이 이 요구는 전혀 무리한 것이 아닙니다. 통신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외국 업체들을 위해서 무료로 캐시 서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니지는 왜 통신사에게 우대를 받았나?

통신사에게는 콘텐츠 사업자가 갑입니다. 방송사는 자신이 갑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통신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사기와 거짓말에 근거하고 있듯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자신이 갑임을 모르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콘텐츠가 중요하다면 통신사는 콘텐츠 사업자를 알아서 모시게 되어 있습니다.

90년대 피시방의 인기를 견인한 것은 온라인 게임 리니지였습니다. 사람들은 리니지를 하기 위해서 피시방에 갔고, 피시방은 리니지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애썼습니다. 리니지 게임을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도 피시방에서 리니지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 혜택을 줬습니다. 피시방은 리니지 덕에 매출을 올렸고 리니지는 피시방 덕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 피시방에서 리니지를 즐기는데 가장 큰 장애는 네트워크 품질 문제였습니다. 네트워크가 잠시라도 끊기면 수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피시방 업주들은 그때마다 회사에 항의했습니다. 처음에는 리니지 게임 서버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엔씨소프트에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네트워크 문제는 통신사 책임임을 알게 되어 통신사가 타깃이 되었습니다.

사실 피시방 업주에게는 이것이 생계가 달린 심각한 문제였으므로 통신사에게 즉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전화로 쌍욕을 하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피시방은 돈을 주고 인터넷을 쓰고 있는 통신사의 고객이었으므로 이들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해결해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리니지의 인기가 더해가면서 피시방 수도 급증했으므로 통신사의 최대 관심사항은 리니지 서버가 있는 엔씨소프트와 피시방 사이의 망 안정성이었습니다. 인터넷 초기에는 게임사들이 게임 서버를 자기 회사에 두고 서비스를 했으므로 통신사는 엔씨소프트에 연결된 네트워크의 품질에 각별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다른 업체에 비해 항의 빈도와 강도가 남다른 피시방에 대한 망 안정성은 더욱더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때문에 90년대 피시방은 인터넷 접속 면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했습니다.

통신사는 리니지 서비스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혜택을 베풀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통신사는 엔씨소프트의 네트워크 품질을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네트워크 관리자가 통신사의 네트워크 관제실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도록 허용했고 통신사가 운영하는 전용망의 네트워크 품질 체크도 엔씨소프트가 직접했다는 것도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당시를 기억하는 엔지니어들의 증언에 의하면 엔씨소프트는 통신사에 대해서 갑의 지위를 충분히 누렸다고 합니다. 망중립성이란 개념이 나오기도 전의 일이라 엔씨소프트가 추가적인 요구를 하지 않았을 뿐이지만 만약 망 사용료를 무료로 해달라고 요구했더라도 통신사는 다 수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후 리니지 서버들이 좀 더 안정적인 네트워크 품질을 기대할 수 있는 통신사 데이터센터로 이전하면서 통신사에 대한 갑의 지위는 상실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리니지도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게임 중의 하나일 뿐이므로 다시 이런 지위를 요구했다가는 게임 접속 차단 초치를 받을지 모릅니다. 자신이 갑임을 깨닫지 못하고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은 결과입니다.

리니지 사례는 통신사는 돈을 내고 인터넷을 쓰는 소비자의 항의를 이길 수가 없음을 보여 줍니다. 소비자가 간절히 원하는 콘텐츠가 중요한 상황이라면 통신사는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례는 소비자가 원한다면 통신사는 무료로 선을 깔아서라도 콘텐츠가 있는 곳을 연결시켜 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멍청한 짓만 하고 있는 통신사

방송사는 통신사에게 유튜브에 준하는 무료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정말 멍청한 짓만 골라서 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에 올린 한국 방송 영상을 한국에서만 볼 수 없게 만든 정책입니다.

유튜브 공중파 뉴스 채널:한국의 방송사들이 유튜브에 서비스하고 있는 실시간 뉴스 채널. KBS, MBC, SBS는 물론 종편들도 경쟁적으로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유튜브 공중파 뉴스 채널:한국의 방송사들이 유튜브에 서비스하고 있는 실시간 뉴스 채널. KBS, MBC, SBS는 물론 종편들도 경쟁적으로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습니다.ⓒ유튜브 화면 캡처

한국의 방송사들은 대부분 한류 붐을 이어가기 위해 외국 동영상 서비스에 콘텐츠를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뉴스는 거의 모든 방송사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JTBC는 페이스북에서도 실시간 뉴스를 제공합니다. 유튜브에 올린 실시간 뉴스는 한국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시청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시 보기 영상에 있습니다. 한국 방송사들은 유튜브에 올린 다시 보기 영상에 대해 한국과 외국에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누구나 마음대로 볼 수 있지만 한국에 있는 사용자들은 보지 못하게 막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방송 영상:IP를 우회하여 외국에서 접속한 것처럼 속인 후 유튜브에서 “개그콘서트”를 검색한 화면입니다. KBS 공식 채널에 올라온 고화질 영상이 검색되고 시청도 가능합니다.
외국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방송 영상:IP를 우회하여 외국에서 접속한 것처럼 속인 후 유튜브에서 “개그콘서트”를 검색한 화면입니다. KBS 공식 채널에 올라온 고화질 영상이 검색되고 시청도 가능합니다.ⓒ유튜브 화면 캡처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방송 영상:한국 IP 상태에서 유튜브에 접속하여 “개그콘서트”를 검색한 화면입니다. 개그콘서트 콘텐츠가 보이긴 하지만 유튜브의 저작권 체크 시스템을 우회하기 위하여 영상을 좌우로 뒤집고 크기를 줄인 불법 영상만 나올 뿐입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방송 영상:한국 IP 상태에서 유튜브에 접속하여 “개그콘서트”를 검색한 화면입니다. 개그콘서트 콘텐츠가 보이긴 하지만 유튜브의 저작권 체크 시스템을 우회하기 위하여 영상을 좌우로 뒤집고 크기를 줄인 불법 영상만 나올 뿐입니다.ⓒ유튜브 화면 캡처

그렇다면 한국 방송사들의 다시 보기 영상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다행스럽게도 국내 동영상 포털에서 고화질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포털에서는 볼 수 있지만 유튜브에서는 볼 수 없는 이유는 아마 한국의 동영상 포털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 방송 콘텐츠를 독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국내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닙니다. 국내 사용자를 유튜브 등 외국 업체에게 다 뺏기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극약 처방이 필요 할 수도 있습니다. 방송사들이 국내 동영상 업체의 경쟁력을 키워 주려는 나름대로의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선의도 공짜는 아닐 것입니다.

국내 포털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방송 영상:네이버TV, 카카오TV 등 국내 동영상 포털에서 다시 보기 영상을 고화질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만스럽게도 유튜브에 비해 긴 광고를 강제로 봐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 단말기를 중간 서버로 활용하는 P2P 방식을 쓰기 때문에 그냥 유튜브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불편합니다.
국내 포털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방송 영상:네이버TV, 카카오TV 등 국내 동영상 포털에서 다시 보기 영상을 고화질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만스럽게도 유튜브에 비해 긴 광고를 강제로 봐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 단말기를 중간 서버로 활용하는 P2P 방식을 쓰기 때문에 그냥 유튜브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불편합니다.ⓒ네이버 TV 화면 캡처

한국인을 위한 방송을 한국 내에서는 비용 때문에 서비스가 어렵습니다. 한국이 아닌 외국 서버에 올려야 비용 걱정 없이 고화질 서비스를 한국인에게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한국인이 볼 수 없게 만들어야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현실이 황당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된 이유는 모두 통신사의 횡포 때문입니다. 이 모든 문제는 방송사만이 해결 가능합니다.

용감하게 한 발만 나아가라

IPTV에는 콘텐츠를 돈 받고 팔면서 왜 홈페이지 다시 보기 서비스에 들어가는 망 사용료는 통신사에게 내고 있습니까? 왜 통신사들이 무료로 서비스해주고 있는 외국 동영상 업체에 준하는 대우를 요구하지 못하고 있습니까?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왜 외국 동영상 업체에게 무상으로 넘겨 주고 있습니까?

홈페이지 서비스, 인터넷 실시간 방송, 인터넷 다시 보기 서비스 이 모든 것들은 방송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전송한다는 면에서 모두 동일합니다. 방송사는 이 모든 콘텐츠 전송에 대해 전송 비용을 무료로 해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리니지는 시기를 놓쳤지만 방송사는 그러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방송사는 용감하게 한 발을 내디뎌야 합니다. 방송사의 한 걸음이 한국 인터넷 사업자들에 거대한 진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싸움을 특정 방송사 혼자서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서로 힘을 합치면 통신사 연합도 견뎌내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통신사를 이기는 방법도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 방송사 내부에 있는 온라인사업부에서 그 방법을 오랫동안 외쳐왔지만 이런 부분에 문외한인 피디, 기자 여러분들이 듣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 방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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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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