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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의 Digital 道] 방송사는 데이터 독립을 선언하라– 통신사는 어떻게 제압가능한가(3/4)

방송사는 통신사로부터 데이터 독립을 쟁취해야 합니다. 실시간 방송, 다시 보기 영상 등 모든 콘텐츠를 방송사가 직접 전송해야 합니다. 방송사 콘텐츠를 통신사가 마음대로 차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유선 인터넷, IPTV, 모바일 등 그 어떤 방식에서도 콘텐츠가 자유롭게 전송되도록 하고, 콘텐츠 전송료는 무료로 만드는 것, 이것을 망중립성이라고 부릅니다.

망중립성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망 사업자는 망을 통과하는 데이터를 (음성인지 문자인지 이미지인지 영상인지 등 종류에 따라) 차별할 수 없으며 콘텐츠 전송에 필요한 망 사용료는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송사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송을 인터넷으로 전송하기만 하면 됩니다. 인터넷 방송의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통신사의 몫입니다. 시청자가 폭주할 경우 캐시 서버를 사용하여 이를 해결하는 것도 통신사가 할 일입니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에게 데이터 사용량만큼 요금을 받고 있는 것은 방송사가 아니라 통신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통신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외국 동영상 업체를 위해 캐시 서버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는 또 인터넷 방송에 특화된 방송 전용망인 IPTV 망을 방송사에 개방해야 합니다. 통신사는 이미 구글과 넷플릭스 등 외국 동영상 업체에 자사 IPTV 망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 업체에는 개방하면서 한국 업체에는 개방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역차별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업체는 현재 방송사뿐이므로 한국 IT 발전을 위해서라도 방송사가 나서야 할 것입니다.

데이터센터에 볼모로 잡힌 방송사 서버

데이터 독립은 말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특히 방송사의 인터넷용 서버들이 통신사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입주해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방송사 서버가 통신사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한 아무리 독립을 외친다고 그들이 들어줄 이유가 없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 서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안정성을 위해서 전기와 네트워크 등 기반 시설의 이중화가 기본입니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서로 다른 발전소에서 두 개 이상의 전기선을 끌어와야 하듯이 안정적인 접속을 위해 여러 통신사의 인터넷 선을 끌어와 회선 이중화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방송사 서버가 통신사의 데이터센터에 입주해있는 상황에서는 인터넷 이중화가 어렵습니다. 통신사들은 자기 소유의 데이터센터에 자사의 인터넷 선 이외에 다른 통신사의 선을 끌어들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통신사는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서버를 자기들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데이터 독립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통신사 데이터센터에서 서버를 꺼내 오는 것입니다. 꺼내온 서버는 방송사 건물에 두거나 통신사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로 옮기면 됩니다. 서버를 물리적으로 통신사로부터 격리시킨 후에야 통신사에게 데이터 독립을 요구할 권리가 생깁니다.

통신사는 방송사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통신사는 가입자(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와 휴대폰 사용자 등)들로부터 데이터 요금을 받고 있는데 가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용 콘텐츠 중 하나가 방송 영상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방송사가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면 통신사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방송사가 자사 서버(실시간 방송, 다시 보기 영상, 방송사 홈페이지 서비스용 서버들)를 방송사 건물에 두면 통신사가 알아서 인터넷 선을 끌어와서 연결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통신사가 알아서 방송사 건물까지 인터넷 선을 끌어올 것이라는 주장이 황당하게 들린다면 당신이 멍청한 것입니다. 그들이 필요하다면 방송사에 직접 선을 끌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IPTV 서비스를 위해서 방송사 주조정실까지 직접 선을 끌어온 사례가 이미 있지 않습니까? IPTV와 방송사 인터넷 서비스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당신이 멍청한 것입니다.

IPTV 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관점에서는 IPTV도 방송 콘텐츠를 활용하여 통신사들이 돈을 벌고 있는 시스템일 뿐입니다. 만약 방송사가 방송 콘텐츠를 통신사에 팔지 않는다면 IPTV는 곧바로 망하게 될 것입니다.

데이터 독립을 선언해도 통신사가 방송사 건물까지 인터넷 선을 끌어올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방송사가 멍청하게 실시간 방송 콘텐츠와 다시 보기 영상 그리고 인터넷 홈페이지 콘텐츠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사의 모든 콘텐츠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송되어야 할 방송 콘텐츠란 점에서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방송사가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을 단일하게 취급한다면 방송사의 콘텐츠 전송 비용을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라

데이터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모든 콘텐츠를 단일하게 취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사의 콘텐츠를 한 곳에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즉 방송사 콘텐츠가 담긴 모든 서버를 물리적으로 한곳으로 모으는 것입니다. 방송사의 모든 서버를 모아 놓은 곳, 즉 방송사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함으로써 실질적인 데이터 독립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방송사 자체 데이터센터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회사 건물의 일부를 서버 전용 공간으로 만들고 전기와 네트워크 이중화 공사만 해도 훌륭한 자체 데이터센터가 됩니다. 물론 항온 항습 시설과 비상 발전기 등 추가 시설 구축비가 들기는 하겠지만 생각보다 엄청나지는 않습니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대부분 기업들이 자기 회사에 이런 시설을 구축했을 정도니까요.

방송사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고 나면 통신사에 대한 완벽한 갑의 지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통신사는 방송사의 콘텐츠 없이 망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진 방송사는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최혜국 대우를 넘어 거꾸로 망 접속 허용을 대가로 통신사에게 돈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인터넷은 전쟁을 대비해 만든 통신망이기 때문에 일부 네트워크가 끊기더라도 정상동작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KBS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기만 하면 사용자들이 어디에 있든 여러 경로를 통해 KBS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즉 KBS에 KT 인터넷 선만 연결되어 있어도 SKT나 LGU+의 인터넷 가입자들이 KBS에 접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SKT 가입자들은 KT 가입자만큼 쾌척한 속도로 KBS 영상을 즐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KT 가입자가 KBS에 접속을 요청하면 사용자-KT-KBS로 곧바로 연결되지만 SKT 가입자가 KBS에 접속 요청을 하면 사용자-SK-KT-KBS 형태로 SKT에서 KT로 넘어가는 단계가 추가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KBS에서 보내주는 영상은 KBS-KT-SK-가입자 형태로 KT에서 SKT로 넘어온 후에야 가입자에게 전달되므로 전송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신사 간의 네트워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사끼리는 다릅니다. 만약 SKT 가입자들이 KBS 영상을 많이 본다면 KT에서 SKT로 더 많은 데이터가 넘어가게 됩니다. 즉 통신사 간에 주고 받는 데이터 양에 불균형이 생기게 됩니다.

한국 사용자들이 미국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면 한국 통신사가 국제 망 사용료를 물듯이 한국의 통신사 간에도 데이터 전송량 불균형이 생기면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KBS에 KT만 연결되어 있다면 SKT가 KT에게 망 사용료를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통신 3사가 1급 통신사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자기들끼리는 데이터 양 불균형이 생겨도 차액을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2,3위 통신 그룹에게는 징수합니다.) 하지만 이 불균형이 심화되어도 계속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KT가 모든 방송사를 독점적으로 연결했다면 결국 다른 통신사들이 매달 막대한 망 사용료를 KT에 내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통신사들은 가능하면 방송사와 직접 연결해서 망 사용료 부담을 줄이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방송사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으면 접속을 허용할 통신사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습니다.

특정 통신사에게만 접속을 허용할 경우 접속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 통신사의 접속을 허용하면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물론 이때에도 개별 통신사에게 접속비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매년 경매 방식으로 통신사를 정한다면 높은 접속비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낙찰가는 IPTV에 실시간 방송을 판매하는 금액 이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방송사 연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라

사실 한 방송사가 혼자서 거대 통신사를 상대로 이런 식의 협상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방송사가 자사 전용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경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잘못하면 통신사 데이터센터에 입주해서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이 더 쌀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운영비도 절감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친 데이터센터 관련 업체들이 있긴 하지만 방송사가 이런 부분까지 관여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방송사 연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EBS를 포함한 공중파 방송사, 종편 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방송 채널들이 연합하여 차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함으로써 통신사가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방송사 연합 데이터센터는 각 통신사와 개별 협상 혹은 경매 방식으로 접속료를 낸 통신사에게만 접속을 허용할 수도 있습니다. 방송사 홈페이지를 포함하여 방송사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콘텐츠를 단일한 것으로 취급한다면 인터넷을 통한 방송사 콘텐츠를 오히려 유료로 전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통신사 연합 데이터센터는 개별 방송사의 서버 운영비 절감 등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저비용, 고효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여 서버 운영비를 줄이고, 방송사 간에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여 콘텐츠 전송 효율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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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atacenter.navercorp.com/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네이버가 세운 데이터센터 각의 전경과 내부 모습입니다. 한국 1등 인터넷 기업답게 건물 외부는 물론 내부도 화려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네이버가 세운 데이터센터 각의 전경과 내부 모습입니다. 한국 1등 인터넷 기업답게 건물 외부는 물론 내부도 화려하게 꾸며져 있습니다.ⓒhttp://datacenter.navercorp.com/

연합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서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네이버가 춘천에 세운 데이터센터 “각”은 필요 이상으로 화려한 건물로 건축비가 상승했고, 입지 선정에 착오가 있어 전기를 끌어오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았고, 통신사와 싸워 이기지 못해 망 접속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데이터센터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는 건물을 짓는 노하우, 전기를 끌어오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위치 선정 방법, 운영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운영 경험을 갖춘 데이터센터 전문가들이 한국에도 있습니다. 연합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결정만 한다면 저비용, 고효율 데이터센터를 방송사가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페이스북 데이터센터: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원과 네트워크 연결, 그리고 항온 항습만 되면 됩니다. 외국 인터넷 업체는 거의 다 박스형 공장처럼 지어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데이터센터: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원과 네트워크 연결, 그리고 항온 항습만 되면 됩니다. 외국 인터넷 업체는 거의 다 박스형 공장처럼 지어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https://www.wired.com/2012/06/facebook-nc-data-center/
페이스북 서버:페이스북은 스스로 서버를 설계함으로써 서버 구축 비용을 줄였습니다. 페이스북이 설계한 서버는 시장에서 팔리는 초저가 조립 서버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런 노하우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오랫동안 자체 서버를 제작해 온 데이터센터가 있습니다.
페이스북 서버:페이스북은 스스로 서버를 설계함으로써 서버 구축 비용을 줄였습니다. 페이스북이 설계한 서버는 시장에서 팔리는 초저가 조립 서버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런 노하우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오랫동안 자체 서버를 제작해 온 데이터센터가 있습니다.ⓒMedia.npr.org

통신사 연합 데이터센터는 한류 콘텐츠의 집결지가 될 것이므로 외국 사용자의 접속도 많을 것이므로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데이터가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으로 한국 통신사가 외국 통신사에게 국제 망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기, 한국 인터넷이 폭발하고 있을 때 외국에서 한국으로 접속하려는 사용자가 더 많은 적도 있습니다

콘텐츠가 힘이고 경쟁력입니다. 콘텐츠를 가진 자가 결국 승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방송사가 콘텐츠를 무기로 망 사업자인 통신사와 싸워 이긴다면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도 혜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IT를 짓누르고 있는 통신사를 극복할 수 있는 곳은 방송사뿐입니다. 방송사가 데이터 독립을 선언하면 방송계뿐만 아니라 한국 IT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시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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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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