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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교의 인문학 교실] 서울디지텍고 학생들을 격려한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
서울디지텍고등학교ⓒ영상 캡쳐

지난 7일, 서울디지텍고 종업식 자리에서 이 학교 곽일천 교장(설립자의 아들)이 전체 학생들을 모아 놓고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한 시간 동안 쏟아부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학생들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겠다며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언론과 (국민의 성원 속에 진행되는) 특검을 싸잡아 부정했다고 한다.

교장이 이렇게 막 나가는 정치 발언을 쏟아낼 수 있는 데는 사립학교뿐이다. “이 학교는 내 꺼야!” 시 교육청이 그의 빗나간 정치행위를 따져 물어 재단에 해임을 요구한다 해도 재단이 ‘모르쇠’로 버티면 이를 징치할 처벌 수단이 딱히 없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죄(?)로 웃어른(?)의 시대착오적인 세뇌 공작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디지텍고 학생들한테 우선 ‘욕봤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 시절 선배들이 사립학교 민주화 싸움의 열매를 제대로 쟁취했더라면 우리의 젊은 학생들이 그런 곤욕은 치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곽교장의 망동妄動은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자면 오히려 약과다.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는 불과 몇 달 전에 ‘탄핵이 마땅하다’고 제가 뱉었던 말을 (더러운 침과 함께) 슬며시 되삼키고는 ‘박근혜 살리기’의 구국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민호 체육정책관은 특검을 막되게 헐뜯는 ‘가짜 뉴스’를 인터넷으로 열심히 퍼날랐다. 박근혜 ‘누님’을 모셨던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는 “프랑스가 1789년 시민혁명을 벌인 탓에 미국과 영국보다 더 못사는 나라가 됐다”고 비난하는 발제가 올라왔으니 이들은 세계사 전체를 깡그리 새로 쓰려는 모양이다. 새 국정 교과서로! 근대 사회를 거꾸로 돌리고 싶은가? 그날의 토론회장에는 ‘빨갱이들은 죽여도 돼’라는 팻말이 곳곳에 울부짖고(?) 있었단다. 이쯤 되면 이들을 ‘수구 반동’이라 불러야지, ‘수구 보수세력’이라는 명칭도 너무 점잖다.

앞 일이 어찌 될까? 사람들 대부분이 느끼겠지만 안갯속이다. 우리는 최악의 사태도 머릿속에 넣어 놓고 있어야 한다. 어쩌면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을 넘기도록 시간을 끌다가 탄핵이 흐지부지될지도 모른다. 탄핵이 되었는데도 그가 ‘나는 아무 잘못 없다’며 청와대에서 굳세게 농성을 벌이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단군 이래, 가장 기괴한 막장 드라마가 펼쳐졌는데 무슨 짓거리인들 안 튀어 나오랴.

서울디지텍고 곽일천 교장의 탄핵 반대 훈화와 반박하는 학생
서울디지텍고 곽일천 교장의 탄핵 반대 훈화와 반박하는 학생ⓒ서울디지텍고 영상 캡처

나라가 이 지경이라, 우리는 촛불에 나오거나 거기 박수를 보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간절히 고맙다. 그래서 우리는 못된 어른(들)한테 줄곧 억눌렸을 디지텍고 학생들더러 훌훌 털고 일어서라고 응원을 보낸다. 거기 어느 고1 여학생은 (교장더러) “당신의 생각과 행동이 옳습니까?”하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고 하는데, 이런 기개가 다시 꺾여서는 안 된다. 이미 지배세력의 사회적 권위는 흙바닥에 처박힌 지 오래다. 학교 안에서 무슨 핍박을 받는다 해도, 눈길을 바깥으로 돌려 보라. 이미 싸움은 나라 전체의, 자기 권세에 눈먼 한 줌의 무리들과 대다수 민중 사이의 거대한 격돌로 커졌다. ‘아산이 깨지나, 평택이 깨지려나’ 붙어야 할 일이다.

교장 앞에서 기 죽지 않고 말을 꺼낸 그곳 학생들이 참 예쁘다. 딴 얘기를 잠깐 곁들이자면 엊그제 김제동의 ‘톡투유’ 프로그램에서 장애인 아들을 감당해온 어느 어머니가 내지르신 말씀이 떠오른다. 다른 어느 어머니가 (농삿일을 배우러 농대에 진학하겠다는) 제 아들을 완강하게 뜯어말리는 데 대해 그 어머니가 타박을 주었다. “우리 아들은 이렇게 막막한 처지인데도 나는 달갑게 감싸고 있습니다. 댁의 아들은 멋지게 농사를 짓겠다는데, 그 아들이 얼마나 예쁩니까! 왜 격려해 주지 못합니까!” 농삿일과 정치는 세상을 살리는 일이다.

이렇듯이 세상에는 흐뭇한 청년들이 널려 있다. 그들을 걱정하지 마라. 이제 촛불 싸움의 향배는 중장년中壯年 층이 얼마나 힘을 내느냐, 하는 데로 넘어온 것이 아닐까. 지금 우리는 어쩌면 세계사의 한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득 둘러보면 한반도 상공에 포연砲煙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옷깃을 여미고 투쟁!

정은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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