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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평범한 ‘직장맘’이 이재명 대선후보 후원회장이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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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두 아이의 엄마인 김유미(39)씨가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서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의 목소리는 긴장감 탓인지 미세하게 떨렸다.

“성남에 살면서 이재명 시장이 시장으로 있는 동안 아이를 위한 정책도 많이 내줬기 때문에 성남시에서 살고 있는 저와 아이가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성남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자랑스러워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장이 꼭 그런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이 시장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선 경선후보 후원회 출범식’이었다. 김 씨는 공동후원회장 중 한 명으로서 발언대에 올랐다. 공동후원회장단은 분야별 대표 ‘을(乙)’들로 구성됐다는 게 특징이다. 어찌보면 우리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볼 수 있다.

김 씨 역시 그랬다. 경기도 성남에서 6살과 3살의 어린 두 딸을 키우며 살고 있는 평범한 엄마이다. 그가 ‘직장맘(워킹맘)’이라는 것도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평범한 모습의 한 면이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하고, 육아를 하고, 집안일을 해야 했던 그는 그동안 정치에 눈을 돌릴 틈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김 씨가 어쩌다가 직접 나서서 이 시장을 지지하고 후원하게 됐던 것일까. 그 이유 역시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결정적 계기는 있었다. 아이가 다니던 한 민간 어린이집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다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워킹맘 차별철폐를 촉구하는 직장맘인 김유미 씨가 9일 서울 여의도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선캠프에서 열린 후원회 발족 기자회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워킹맘 차별철폐를 촉구하는 직장맘인 김유미 씨가 9일 서울 여의도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선캠프에서 열린 후원회 발족 기자회견 인사말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직장맘의 하루

짧은 머리에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던 김 씨는 강단 있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처한 현실은 단단해 보이는 그에게도 가볍지 만은 않았다. 버티고 또 버텨야 했다. 대부분 ‘직장맘’의 현실이 그렇듯이.

30대 초반에 결혼한 그가 첫째 아이를 가진 건 그로부터 3년 뒤였다. 그는 “이런저런 핑계로 아이를 3년 동안 못 가졌다”고 회상했다. ‘이런저런 핑계’의 배경에는 바로 직장이 있었다.

그는 한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전문직이다. 그만큼 업무의 강도도 높았다. 결혼 전뿐만 아니라 결혼 후에도 이른바 ‘풀 야근’, ‘풀 특근’을 하며 회사에 시간을 쏟아야 했다.

아이를 낳게 되면 휴직을 해야하고, 그렇게 되면 그동안 해온 업무가 연속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쉽게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저희 회사에서는 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임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요. 업무를 계속 이어나가야 하니까요.”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인 그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지 않았다. 업무 특성 탓인지, 그가 결혼할 당시에만 해도 팀 내에서 기혼자는 그 뿐이었고, 여성 중 출산한 사람도 그 혼자였다.

“그런 게 있어요. ‘왜 너는 일찍 퇴근해?’ 이런 분위기. 아마 맞벌이 하는 분들은 이런 저를 이해할 거예요. 하지만 외벌이 하는 분들은 ‘그럴 거면 뭣 하러 일해, 집에서 아이를 봐’라고 해요. 같은 여자여도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으면 ‘그렇게까지 (일까지 하면서) 버텨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곤 하죠. 그럴 때 저는 뭐라고 하냐고요? ‘네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봐. 모르던 게 보인다’라는 말밖에요.”

“임신을 하는 순간 모든 중요 업무에서 배제돼요. ‘넌 어차피 자리 비울 거잖아’라는 이유에서요. 물론 임산부를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선에서 조금씩 일을 도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배제돼요.”

출산 후 김 씨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똑같은 직장인으로서 당당하게 인정 받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성남에서 살고 있는 그의 하루 일과는 보통 이렇다. 새벽 5시반에 일어나 6시 좀 넘어 출근을 해서 7시쯤에 회사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야근을 하지 않으면 보통 5시에 퇴근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이미 저녁시간이 된다. 어린 아이들에게 저녁을 챙겨 먹이고 책을 읽어주고 씻기고 재우고 나면 밀린 집안일을 한다.

그렇게 하면 밤 11시. 그리고 다시 새벽 5시에 일어난다. 개인의 시간은 사실 새벽에 잠을 자는 시간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회사에서 일이 밀릴 때면 노트북을 들고 퇴근해 집안일을 모두 끝낸 후 밤을 새워 마감하기도 했다.

“아이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게 되면 육아와 일 둘 다 못하는 여자가 되는 것 같아서 더 치열하게 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과 시어머니가 아이들의 등·하원을 도와줬다는 것이었다.

화근은 어린이집 비리 문제

김 씨는 후원회 출범식에 오기 전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해서 고민했다. 괜히 회사에 피해가 가거나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떨려서 말을 제대로 못할까봐 원고도 미리 준비했다. 후원회 출범식이 끝난 직후 인터뷰를 할 때에도 이런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괜찮다”며 용기를 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 지역 주민들의 힘으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다. 어린이집 비리 문제였다. 그는 단순히 두 아이가 다니고 있는 곳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깨달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필요했다.

그가 어린이집 비리 문제를 인식하게 된 건 지난해였다. 재작년 말에 둘째를 출산하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의 생활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다가 알게 된 것이다.

“저희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에게 교재가 매달 나와요. 그런데 6개월 동안 아이들에게 지급이 안 됐더라고요. 그래서 환불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왜 우리가 그동안 몰랐을까’ 문제를 느꼈죠. 원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이 운영위원회에 모여 예결산 내역을 봐야하는데 그걸 한 번도 못했던 거죠.”

그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내는 보육료 중 교재비 외에도 현장학습비 등의 결산이 제대로 안 돼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흔히 뉴스에서 보던 교구업체를 통한 리베이트 의혹 영수증도 나왔어요. 낸 돈에 비해 지출은 적고 환불은 안 해주더라고요. 어린이집 보조금을 다 받았는데도 보육교사 월급도 제대로 안 나갔고요.”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어떻게 이걸 이제 알았을까’,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김 씨는 이 문제를 진상규명하고 해결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곳곳에 민원을 제기했다. 처음에는 민원을 어디에 어떻게 내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물어물어 가장 먼저 지역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돌아온 답변은 성에 차지 않았다.

이에 그는 시청, 국민신문고, 보건복지부, 검찰, 경찰 등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을 다 찾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카카오톡 단체방을 만들어 같은 어린이집의 학부모들을 모아 직접 서명을 받고 수사 의뢰를 했다. 이렇게 7군데 정도에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지금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저희 어린이집 문제를 알고 다른 어린이집 학부모에게 연락을 해보니 정도의 차이일 뿐 별반 차이가 없더라고요. 엄마들과 모여서 많이 한 얘기가 어린이집을 관리·감독할 기관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데, 그러면 대체 어디에다가 아이를 맡겨야 하느냐는 것이었어요.”

김 씨는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 간 의사소통이 평상시에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엄마들, 특히 직장맘들은 아이를 보낸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를 전해듣지 못해 불안해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는 일에 쫓긴 나머지 오리엔테이션 외에는 어린이집을 가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제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둘째 출산 때문에 육아휴직을 보내던 중 일이 터졌다는 거예요. 그나마 놀이터에서 만난 엄마들도 알고 있었고요. 만약 제가 지금 일을 하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어린이집 문제를 밝혀서 해결하려고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9일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에서 열린 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유미 씨.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9일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에서 열린 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유미 씨.ⓒ정의철 기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어느 날 그는 학부모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우연한 계기로 이 시장 후원회 공동회장을 맡을 ‘직장맘’을 수소문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누구 하고 싶은 분 있으신가요?”
“저요! 제가 가면 안 될까요?”
김 씨는 손을 번쩍 들었다.
“어린이집을 뜯어 고치고 싶어요. 그걸 할 수만 있다면 그거 제가 해볼래요.”

그렇게 손을 들고서도 후원회 출범식에 오기 전날까지 그는 고민을 거듭했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다행히 남편은 아내인 그를 응원했다. 남편 역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부모이다보니 문제 의식이 다르지 않았을 터다.

“만약 후원회를 하다가 개인적인 피해를 보지 않겠냐고 우려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이를 생각하면 후원회 출범식에 갔다오는 게 맞겠다고 생각도 하고. 남편은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오라고 해줬어요.”

“큰 아이 어린이집 문제를 바로 잡고 싶은데, 이렇게 많은 기간을 투자해도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어디까지 해봐야 하나. 결론은 정치밖에 없더라고요. 그거(이 시장 후원회)라도 해볼까 했던 거죠. 시작은 아이를 믿고 맡기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김 씨는 이 시장 후원회에 참여하면서 1월 말에 복직하려던 계획도 뒤로 미뤘다. 다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남은 육아휴직 기간을 다 쓰고 가겠다”고 말했다.

“저는 성남시에서 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밖에 나가면 장난감 도서관도 있고, 겨울이든 여름이든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많거든요. 여러 정책도 많고요. 다만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정책이 국가적으로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김 씨는 앞으로도 육아와 직장 일을 병행해야 한다. 그것은 그의 분명한 의지이기도 하다.

“저는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전문가로서 더 인정 받고 싶어요. 물론 우리 사회에서는 한계라는 게 있겠죠. 그렇더라도 제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고 싶어요.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 짓는 게 아니라 최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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