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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2017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앞두고
2017 한국대중음악상
2017 한국대중음악상ⓒ사이트 캡쳐

해마다 10월말, 11월쯤 되면 설레는 기분이 든다. 11월부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어떤 음반과 곡과 뮤지션이 돋보였는지를 정리해보고, 다시 들어보는 과정, 그리고 놓쳤던 음악들을 챙겨듣는 과정은 그 자체로 즐겁다. 이런 음악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따금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비평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열혈 리스너로서 행복한 시간이다.

하지만 절대로 행복한 시간만 계속 이어지지는 않는다. 60여명의 선정위원이 7개 분과로 나뉘어 장르 분과별 추천과 분과장 회의, 재추천 투표, 전체 회의를 거쳐 분과별 후보를 확정하고, 다시 전체 투표와 전체 회의를 거쳐 종합분야 후보를 확정한 다음, 최종 전체 투표와 최종 선정회의를 거쳐 최종 선정작업을 해내는 일은 지난하다. 모든 선정위원들이 오랫동안 꾸준히 음악을 들어왔지만 절대로 같은 취향과 세계관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대와 세계관, 취향, 경험에 따라 엇갈릴 수밖에 없는 판단을 기초로 투표하고 논의 하기 때문에 의견은 늘 엇갈린다. 물론 언제나 다수가 동의하는 음악은 있지만 다수가 동의하는 음악이 오직 하나씩만 있지는 않기 때문에 길고 긴 토론과 회의를 통해 겨우 합의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럼에도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고, 기꺼이 고민하고 시간을 낼 수 있는 이유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위상과 그간의 성과 때문이다. 2004년에 처음 시작한 한국대중음악상은 그동안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대중음악계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음악성 중심의 시상식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개척해왔다. 음반 판매량이나 언론 노출, 방송 활동 횟수, 인기 등의 요인이 가진 의미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만들어내는 음악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폄하됨으로 인해 좋은 음악과 좋은 음악의 창작자들이 두루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이 한국대중음악상의 문제의식이었다. 한국의 대중음악 씬과 시장이 주류의 뮤지션들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다양한 씬과 뮤지션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특정 씬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은 분명 문제였다. 그리고 음악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씬과 장르를 가리지 않음에도 주류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에 대한 오해와 편견 역시 극복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한국대중음악상은 씬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은 음악에 주목했다. 꾸준히 선정위원을 늘리고, 선정분야를 늘리면서 좋은 음악을 찾는 일을 계속해왔다. 지금 한국대중음악상은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의 종합 분야와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음반, 최우수 록 음반/노래, 최우수 모던 록 음반/노래, 최우수 포크 음반/노래, 최우수 팝 음반/노래,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노래, 최우수 랩&힙합 음반/노래,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노래,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재즈 음반/크로스오버 음반/최우수 연주, 선정위원회 특별상, 공로상을 수상해오고 있다. 이 중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음반 분야와 최우수 포크 음반/노래 분야는 비교적 최근에 신설되었다. 그리고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3개 부문은 2017년부터 폐지되었다.

12회 한국대중음악상 축하공연_로큰롤라디오
12회 한국대중음악상 축하공연_로큰롤라디오ⓒ최우영

장르와 공간,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대중음악상

그렇다면 그동안 한국대중음악상이 지속적으로 선정 작업과 시상식을 개최하면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대중음악상이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해도 최소한 많은 음악팬들과 음악인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왔다고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해 음악인들과 음악팬들이 신뢰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고, 음악인들이 한국대중음악상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기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씬과 장르를 초월해 좋은 음악, 가치 있는 음악에 주목함으로써 당대에 산개해 있는 수많은 좋은 음악의 서로 다른 가치에 주목할 수 있게 도왔다. 익숙하지 않은 음악 방법론의 가치를 존중하고, 친숙한 음악에 내재한 뮤지션들의 노력과 아름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대중음악상은 세상에는 인기 있는 음악과 인기 없는 음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장점의 좋은 음악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도왔다.

또한 음악산업과 현장의 수많은 공간과 그 곳에서 애쓰고 있는 이들을 고루 주목함으로써 오늘의 음악이 뮤지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일깨워주었다. 그 결과 한국대중음악상은 여느 대중음악관련 시상식보다 실력 있고 다양하며 깊이 있는 음악의 기준이 될 수 있었다. 한국대중음악시장이 다양한 장르와 공간, 세대, 매체, 메시지로 확대되는 현실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은 그 차이를 모두 껴안는 충실한 기록자이자 평가자로 기능해왔고, 차이와 간극을 좁히는 장의 매개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왔다.

대중음악평론의 영향력이 높지 않은 현실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은 대중음악평론의 가치와 의미를 확인하게 하는 장으로서의 의미도 적지 않다. 매년 시상식 즈음이면 후보들을 몰아서 듣는 음악팬들이 많다는 것과, 음악인들 스스로 시상식을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한국대중음악상의 긍정성에 대한 증거이다.

1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 수상자 이승환
1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 수상자 이승환ⓒ최우영

한국대중음악상, 한국의 그래미 어워드가 되기를

하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은 여전히 적은 사업비와 높지 않은 지명도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정부 지원이 단절되면서 예산이 충분하지 못하고, TV매체 등으로 생중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매년 꾸준히 선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선정 작업의 엄격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장르 분과별 추천 과정에서 반드시 추천의 변을 제출해야 하고, 1차 투표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그해 년도 대중음악상 선정 과정에서 제외하며, 1차 투표 2회 불참시 선정위원에서 해촉하도록 했다.

또한 선정과정과 결과를 외부로 노출할 경우에도 선정위원 자격을 박탈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선정 작업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못할 경우 선정위원 자격을 자진 유예 하는 등의 강도 높은 윤리지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탈&하드코어, 포크 등 새로운 장르를 계속 신설해서 세분화함으로써 더 많은 음악들이 정당한 평가와 주목을 받을 수 있게 해가고 있다. 앞으로도 일렉트로닉 등 장르의 독자성과 중요성이 커지는 장르는 별도의 장르로 독립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혼재되어 있는 음반의 수록곡들을 장르별로 엄밀하게 분류해서 평가하고, 뮤지션들의 자유로운 활동으로 인해 복잡해진 신인 규정을 구체화 하는 등의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선정위원 역시 다양한 음악을 들어왔고, 다양한 음악을 고르게 평가할 수 있는 이에 한해 지속적으로 충원함으로써 선정위원회가 다양하고 폭넓으면서도 공정한 관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이 한국의 그래미 어워드처럼 폭넓은 지명도와 높은 권위를 얻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60여년에 이르는 그래미 어워드에 비하면 아직 한국대중음악상의 시간은 짧고, 시장의 크기 역시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대중음악상의 꾸준한 노력이 만들어온 14년의 노력은 헛되지 않다. 신중한 태도와 엄격한 기준, 꾸준한 질문과 반영, 지속성, 응원과 관심으로 만들어온 14년 동안의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한국대중음악상을 더 나아지게 하기를. 그리하여 이런 상 하나쯤 있다는 것이 모두의 진정한 기쁨이 되기를.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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