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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새로운 시대를 향해 폭주하는 화염병 같은 노래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 민중총궐기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 민중총궐기ⓒ@스카웨이커스

팡파르가 울려퍼진다. 이어서 들려오는 전직 대통령들의 선서와 연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군인과 경찰은 대통령부터 지켜야 합니다”, “국민 행복 포기해야 합니다”, “우리 다함께 고통을 분담합시다”, “창조경제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책임은 국민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에 힘차게 달려갑시다” 전직 대통령의 연설들을 편집해 재구성한 1번 트랙 ‘The Great Dictator’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를 빌어 결코 시민과 민중의 대통령인적 없었던 이들의 속내를 통렬하게 폭로한다. 이 첫번째 곡은 스카웨이커스의 정규 2집 [The Great Dictator]가 권력의 심장을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쏘아올린 불화살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예고한다.

그렇다. 스카웨이커스는 2월 21일 새 음반 [The Great Dictator]를 자신들의 디스코그래피 가운데 가장 정치적이고 뜨거운 음반으로 뽑아냈다. 사실 스카웨이커스의 출발을 아는 이라면 얼마든지 예상 가능한 음반이다. 설령 스카웨이커스의 출발을 몰랐다고 해도 그동안 이런저런 집회에서 스카웨이커스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충분히 수긍할만한 음반이다. 스카웨이커스는 밴드 결성 이후부터 지금까지 자신들의 노래가 필요한 사회적 현장에는 항상 주저하지 않고 달려왔다. 그리곤 화끈한 스카 공연을 펼치고 사라졌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폭발한 촛불집회에서도 스카웨이커스의 이름은 흔하게 목격되었다.

그런데 스카웨이커스가 무대에 올라가면 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곤 했다. 이미 다른 스카 레게밴드들이 자주 집회 무대에 오르곤 했던 탓에 스카 레게 밴드의 집회 공연이 특별히 어색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스카웨이커스가 무대에 오르면 갑자기 긴장감이 가득차고 공기가 팽팽해지곤 했다. 스카웨이커스는 전투적이었다. 리듬과 함께 흥겨워지게 하는 다른 스카 레게 밴드들의 공연과 다르게 스카웨이커스의 공연에는 거리의 땀내음과 함성뿐만 아니라 오래 전의 신나 냄새와 피 냄새까지 배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스카웨이커스의 공연을 보다보면 당장 권력의 심장부로 돌진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2016년 8월 26년 홍대 라이브클럼데이
2016년 8월 26년 홍대 라이브클럼데이ⓒ@스카웨이커스

바로 어제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 먼저 공개된 2집 [The Great Dictator]는 이러한 스카웨이커스의 전투성이 라이브 음반처럼 생생하게 담겨있다. 장르로 치자면 스카펑크라고 할 수도 있고, 스카코어라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 장르의 방법론만이 아닐 것 같다. 스카웨이커스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촛불 혁명의 한복판에서 끓어오른 시민의 열정을 정점에서 퍼담은 듯 노래한다. 민주주의를 우습게 아는 이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도저히 이런 나라에서는 살 수 없고 살고 싶지 않다고,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다섯 달째 촛불을 드는 이들의 분노와 열망을 모으고 모아 음악으로 대변하는 것만 같다.

사실 촛불이 타오른 광장의 분위기가 이 음반처럼 폭발적이지만은 않다. 촛불집회는 대체로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촛불은 다만 성숙하고 차분하게 표현할 뿐, 분노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스카웨이커스는 촛불이 밝혀지기 오래전부터 쌓이고 쌓인 분노와 갈증을 대변하듯 음반의 처음부터 끝까지 맹렬하게 토로하고 밀어붙인다. 스카의 경쾌한 리듬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일렉트릭 기타와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건반 등이 이끄는 멜로디 파트는 리듬감보다 더 격렬한 사운드를 수시로 토해내며 하드코어에 가까운 열기와 속도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정세일의 보컬 역시 거친 떼창의 형태로 당당하게 노래하면서 비판하고 공격하고 소멸시켜버리고 싶은 비상식과 불의를 짓밟아버리듯 노래한다.

2016년 12월 3일 부산 시국대회 트럭 위
2016년 12월 3일 부산 시국대회 트럭 위ⓒ@스카웨이커스

이 음반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민중가요의 오랜 전통을 모르지 않은 밴드임에도 기존의 민중가요와는 다른 음악어법을 선택한 스카웨이커스는 명백한 청년세대의 음악인이다. 그런데 현재의 청년세대는 승리의 경험이 없고, 미래를 낙관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음반에서는 어떠한 절망과 의심도 발견하기 어렵다. 대통령들의 목소리를 재치있게 편집해놓은 첫 곡 ‘The Great Dictator’ 이후 이어지는 ‘Wakers, Wake Us’에서부터 스카웨이커스는 참으로 당당하고 낙관적이다. 쉽게 낙관하기 어려운 현실의 무게 앞에서도 스카웨이커스는 고민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밀고 나간다. 연주곡 ‘Wakers, Wake Us’는 시종일관 활기차고, 관악 파트는 진군나팔처럼 거침없으며 신명난다. 파죽지세의 기개는 ‘우리가 왔다’에서도 쭉쭉 이어진다. 레게 리딤을 차용한 ‘보이지 않는 손’에서는 “우린 날 때부터 각인되지/등급으로 매겨지는 자유//성공해야 꾸릴 수 있다지/가족 같은 근사한 행복은 보류”라며 통제하고 억압하는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여기서도 스카웨이커스는 보컬 이펙터와 관악 파트 연주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분노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폭발시킨다. 음악의 열기와 전투성은 음반 끝까지 식지 않는다.

기존의 민중가요가 익숙한 어법을 반복함으로써 문제제기의 간절함을 온전히 살려내지 못했고,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많은 대중음악은 차분한 어조로 위로하거나 사유하는데 반해, 스카웨이커스는 레게와 스카의 원초적 에너지와 리듬감을 펑크와 하드코어에 버물려냄으로써 가장 뜨거운 분노를 실제로 가장 뜨겁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냈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카웨이커스는 광장의 촛불이 꾹꾹 눌러온 분노와 열망을 가장 생생하게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음악 언어와 방법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쾌하게 증명했다. 오래도록 거리에서 불려진 노래들이 더 이상 새로운 세대들의 분노와 열망을 대변하지 못해 갈증나고 답답하게 할 때 스카웨이커스는 스스로 자신들과 자신들의 세대를 대변하는 멋진 노래를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행진곡, 새로운 시대의 투쟁가를 오늘 화염병처럼 내던졌다. 스카웨이커스의 노래는 똑같이 팔뚝을 흔들며 부르지 않아도 되는 노래다. 형식이 본질을 가리지 않는 노래이고, 형식만으로도 매료될 수 있는 노래이다. 당연히 새로운 세대를 설득할 수 있는 노래이고, 똑같은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더 많은 이들을 뒤흔들 수 있는 노래이다. 앉아서 듣기만 하는 노래가 아니라 함께 춤추면서도 강력하게 싸울 수 있게 만드는 노래다.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 민중총궐기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 민중총궐기ⓒ@스카웨이커스

사운드만 뜨거운 것은 아니다. 스카웨이커스의 비판 역시 적나라하고 근본적이다. 대통령과 여당, 자본만 익숙하게 공격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저들이 부추긴 쓸개 빠진 욕망”의 자본주의 작동원리를 비판하고(‘Mass Man’), ‘原電Mafia’를 비판하고, “정부의 하수인”과 “곤봉을 든 놈들”과 “권력의 앞잡이 펜을 든 놈들”과 “황금에 눈이 먼 법을 쥔 놈들”과 “민중의 고혈로 돈을 쥔 개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려 한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스카웨이커스가 어떤 대상을 문제화하고 있는지만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이다. 이미 민중가요에서 익숙했던 비판의 목소리임에도 스카웨이커스의 노래에 실릴 때 더 생동감 넘치고 격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전적으로 음악의 완성도 때문이다. 스카웨이커스는 이 음반에서 민중가요 혹은 진보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이 담지했던 비판정신을 고수하면서 음반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폭풍처럼 밀어붙이는 우직함과 전투적인 정신, 펄펄 끓는 에너지를 생동감 넘치는 음악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듣는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고, 언젠가 올 해방의 그 날을 다시 용기 내어 통 크게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실의와 절망, 패배와 굴종의 시간이 길었던 지난 날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스카웨이커스가 음악으로 해냈다. 어떤 음악은 시대를 기록하지만 어떤 음악은 시대를 기록하면서 미래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간다. 우리에게는 이런 노래가 필요했고, 이런 노래를 기다렸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노래가 스카웨이커스로부터 터져나왔다고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스카웨이커스 2집 ‘The Great Dictator’ 표지
스카웨이커스 2집 ‘The Great Dictator’ 표지ⓒ@스카웨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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