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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 칼럼] ‘박근혜 최순실 전경련 커넥션’ 규제프리존법 폐기하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열린 '재벌특혜 규제프리존법 추진한 박근혜-최순실-전경련 특검 고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열린 '재벌특혜 규제프리존법 추진한 박근혜-최순실-전경련 특검 고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정병혁 기자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규제프리존법) 은 지역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명분 하에 새누리당이 19대 국회말부터 공을 들이던 법안이다.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우선해 발의했던 법안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시작된 ‘규제개혁’을 법안의 명칭에 넣을 정도로 친기업, 반민중 법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이 대중투쟁으로 종지부를 찍는 이 시점에도 구 새누리당 잔당인 바른정당에 국민의당이 가세해 규제프리존 특별법의 처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 일부 의원과 소속 지자체장들까지 이에 동조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2월 임시국회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묻혀, 이 법안의 심의와 의결을 은근슬쩍 시도하려 한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 법안이 가진 위험성을 알려야 할 야당이 이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앞으로 탄핵 이후에도 결코 친기업, 반민중 정책들이 그냥 철회되지는 않을 것을 예측케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규제프리존 특별법

우선 규제프리존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법안의 문구가 모호하고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많아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가능하다. 이 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지자체에 각각 두 개씩 ‘규제프리존’을 설치하도록 허용 한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전략산업을 위해 재정‧세제‧금융 혜택 등을 지원해준다.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빌미이기는 하다.

문제는 허용되는 규제완화 영역에 의료, 환경, 교육, 경제적 약자보호, 개인정보보호 등 78개 영역의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법의 제 3조는 “규제프리존에 적용되는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경우 다른 법령보다 우선하여 적용”하고 “다만 다른 법령에서 이 법의 규제특례보다 완화되는 규정이 있으면 그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어 기존 규제법안들을 통째로 무력화시킬 공산이 크다. 기존 법적 규제들을 광범위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상위법을 제대로 된 설명과 토론도 없이 슬그머니 처리하려 한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규제프리존법은 법리적으로도 각종 규제에 대해 단지 경제 발전을 발목 잡는 불필요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한다. 하지만 법적 규제란 경제와 맞바꿀 수 없는 다른 가치들이나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의료민영화 시도

일례로 의료분야를 보면, 이 법의 제 43조는 기존 의료법에서 제한하는 범위의 부대사업 외에도 시•도의 조례로 정하는 새로운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경제지표를 최우선시 하는 기획재정부가 해당 시도지사와 협의만 하면 어떤 부대사업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료법에서 병원 부대사업의 범위를 장례식장이나 구내식당 등 일부 업종에만 제한하는 이유는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용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와 의료지식이 없는 환자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환자는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병원이 영리를 추구하며 치료상 꼭 필요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부가적 서비스를 권하게 되면 환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 이 법의 제 25조는 규제프리존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의료기기의 수입‧제조와 시판을 식약처의 허가가 나기 전에 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의료기기의 효과와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다. 환자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되는 것도 문제거니와 그 비용 또한 환자들의 주머니에서는 나가게 된다. 환자들이 안전한 의료를 제공 받을 권리를 무력화하고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지역주민들에게 전가하며 이루어내는 경제지표의 상승을 과연 지역경제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열린 '재벌특혜 규제프리존법 추진한 박근혜-최순실-전경련 특검 고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열린 '재벌특혜 규제프리존법 추진한 박근혜-최순실-전경련 특검 고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정병혁 기자

최순실-박근혜 청탁법안

물론 규제프리존법은 비단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 등 지역 주민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는 규제들을 걷어내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안이 누구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지는 입법 과정을 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규제프리존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5년 10월로, 당시 박근혜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창조경제 확산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으로 이 법안을 소개하면서 부터다.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폐기 되었지만 박근혜는 2016년 신년담화문에서도 규제프리존을 강조했고 20대 국회 첫 연설에서도 “규제프리존특별법이 역할을 할 수 있게 국회가 생명을 불어넣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법의 제 93조는 ‘시‧도지사는 추진단의 운영에 전담기관을 참여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전담기관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이고 이는 사실상 청와대와 재벌기업의 협의체라고 알려진 곳이다. 규제프리존법은 전경련이 요청하고 박근혜가 응답하여 새누리당이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박근혜표 재벌청부 입법이다. 재벌들이 그동안 박근혜-최순실과 뇌물을 주고받으며 검은 유착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 특검의 수사가 이루어지고 재벌 총수가 구속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도 규제프리존법이 추진되는 것이 황당할 따름이다. 법안은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마땅하다.

민주당의 불철저함

박근혜 정부 심판의 민심 덕분에 국민들의 기대와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악법을 폐기하는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특히 이 당의 유력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규제프리존법안 통과를 위한 지자체장 서명에도 동참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재벌이 하나가 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진정 국민들을 위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촛불의 염원이고 명령이다. 규제프리존법은 촛불을 들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국민들의 발목을 잡는 구시대의 친기업, 반민중 정책 유물이다. 박근혜가 청와대가 아닌 감옥에 들어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규제프리존법도 국회 본회의장이 아니라 역사의 박물관에 들어가야 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이승홍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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