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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화 칼럼] 대통령 자진사퇴해도 헌재는 탄핵인용결정 해야한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오른쪽)와 정기승 전 대법관이 대화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오른쪽)와 정기승 전 대법관이 대화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대통령측 소송대리인의 최근 법정에서의 변론과 거리에서의 발언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소송대리인은 탄핵사건이 기각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23일 대통령측 소송대리인 김평우 변호사가 “강일원 재판관은 국회측의 수석대리인이지 법관이 아니다.” 등의 막말변론을 한 것도, 또 다른 소송대리인인 조원룡 변호사가 “강일원 재판판이 편파진행을 하고 있다”며 기피신청을 한 것도, 헌법재판소가 23일까지 최 제출하라고 한 종합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아니한 것도 탄핵인용결정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측 소송대리인들이 법정 외에서 “8인 재판관 체제에서 한 판결은 무효다”거나 “탄핵사유를 하나로 묶어 의결한 ‘섞어찌개’ 의결은 무효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더이상 헌재의 판결로서는 승산이 없다고 결론내렸음을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탄핵인용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헌정사상 첫 파면’이라는 불명예를 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진사퇴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청와대는 “자진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하지만 궁지에 몰린 박근헤 대통령이 ‘승부수’로 ‘자진사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자진사퇴론’은 대통령은 언제든지 사퇴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헌법재판소로서는 탄핵사건을 각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 박 대통령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유린하고, 비선실세를 통해 국정을 농단한 실체가 확정되기 때문에 그후 정치적 공세를 하더라도 명분이 약화된다. 반면 자진사퇴하면 종국적 판결을 피할 수 있고, 탄핵사유를 ‘주장 대 주장’으로 남겨놓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속셈’이다.

과연 ‘자진사퇴론’을 제기한 측의 이러한 논리는 타당한가? 대통령이 탄핵결정 전에 자진 사퇴할 수 있는가? 자진사퇴가 가능하다면 헌법재판소는 각하결정을 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인용결정 또는 기각결정이라는 종국적인 결정을 하여야 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게이트’ 관련 3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게이트’ 관련 3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뉴시스

탄핵소추가 된 대통령은 사임할 수 있는가?

국회법에는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제134조 제2항). 탄핵심판은 피소추자가 공무원 신분을 가지고 있어야 유지된다. 만약 탄핵소추가 된 후에 탄핵대상 공무원이나 임명권자가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수리하거나 해임을 하면 공무원관계가 소멸되어 버리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종국적인 탄핵결정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이 규정을 둔 취지는 임용권자가 탄핵소추가 된 후 탄핵인용결정을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법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50조 제2항). 장관, 법관 등이 탄핵대상일 경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탄핵인용결정을 하기 전에 파면처분을 할 수 있다. 탄핵은 임명권자가 파면처분을 하지 아니하였을 때 국회가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파면을 하도록 하는 절차인데, 탄핵인용결정 전에 이미 그 목적이 달성되었기 때문에 기각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선언적 의미로 규정한 것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탄핵결정을 할 사람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규정은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탄핵대상이 되는 임명직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자진사퇴할 경우 헌재는 탄핵사건을 각하해야 한다’는 견해는, ① 탄핵대상 고위공직자의 경우에는 임명권자가 있지만 대통령의 경우는 임명권자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은 언제든지 자진사퇴할 수가 있고, ②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은 대통령을 제외한 고위공직자를 염두해둔 규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매우 부당한 것이다.

모든 공무원은 공무원직에 대해 사임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공무원은 사임의 의사표시만으로 공무원관계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의 사의표시가 있어도 임명권자가 이를 수리하여야만 비로소 공무원신분이 소멸한다. 즉 단독행위가 아니라 수리를 요하는 행정행위이다. 공무원은 사임의 의사표시, 즉 사퇴서를 임명권자에게 제출하고 임명권자가 이를 수리하면 된다. 통상적인 경우에는 공무원의 사임의 의사표시를 하면 임명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수리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징계청구를 당한 공무원이 사임의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임용권자는 이를 수리할 수 없다. 징계절차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132조 제2항은 탄핵대상 공무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다. 만약 대통령의 경우 탄핵소추가 된 후에도 자진사퇴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였다면 명시적으로 예외규정을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법에는 이와 같은 예외규정이 없다. 따라서 대통령은 탄핵소추 전에는 자진사퇴를 할 수 있으나, 국회가 탄핵소추를 한 이후에는 비록 자진사퇴의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사임서는 수리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탄핵심판의 대상이 된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회는 탄핵소추된 대통령의 사임서를 수리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임용권자를 누구로 보아야 하는가?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경우 명문규정이 있다. 국회법과 지방자치법에는 “의원은 그 표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국회법 제135조 제1항, 지방자치법 제77조). 국회나 지방의회는 사직을 하려는 의원이 징계절차에 회부된 자가 아닌 한 표결로 이를 수리하면 된다.

대통령의 경우 누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누가 이를 수리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이 없다. 대통령을 임명한 자는 유권자이다. 유권자는 단일한 인격체가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사직서를 유권자에게 제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 대표자인 국회가 유권자를 대신하여 대통령의 사직서를 수리하여야 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해석은 선례에 비추어 볼 때도 타당하다. 이승만 대통령은 4․19혁명이 일어나자자 1960. 4. 27. 국회의 사임서를 제출하였고, 국회는 5. 3. 본회의에서 ‘대통령 사임서 수리’ 안건을 의결한 후 ‘대통령 사임서 수리’를 선포했다. 국회의 이러한 의결로 이승만 대통령의 대통령직은 소멸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탄핵소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는 그의 사임서를 수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가 탄핵소추 의결을 하기 전에 국회에 사임서를 제출하였다면 국회는 의결로 이를 수리할 수 있었고, 실제로 수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의 탄핵소추로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심판사건’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인용결정을 피하기 위해 사임서를 국회에 제출한다면 국회는 “임명권자는 사직원을 접수할 수 없다”는 국회법 제132조 제2항에 따라 의결해야 한다. 따라서 국회는 대통령 사직서 수리를 부결해야 한다.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횃불을 들고 청운동 사무소로 행진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횃불을 들고 청운동 사무소로 행진하고 있다.ⓒ정병혁 기자

탄핵열차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임서를 제출하더라도 대통령직을 그만 둘 수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심판사건에 대하여 종국적 판결(인용결정, 기각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아니할 경우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헌법을 유린하여 탄핵소추된 대통령이 탄핵심판 상황을 보고 인용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되면 자진사퇴하여 파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일관되게 “심판청구의 이익이 재판 중에 사라졌다고 해도, 헌법위반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있고,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해왔다(헌재 2010. 6. 24. 2009헌마257 등). 백보 양보하여 대통령은 국회법 제132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된 이후에도 자진사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종국적 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사유에 해당하는 위헌행위를 하였느냐’는 헌법수호‧유지를 위해 헌법적 해명이 긴요하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종국적인 판단을 하지 않게 되면 탄핵사유가 존재하였는지를 둘러싸고 극심한 국정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다른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같이 헌법위반행위를 하게 되면 탄핵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서도 헌법재판소는 종국적 판결을 하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그동안 3차례의 준비절차와 16차례의 변론절차를 통해 모두 입증되었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 헌법재판소는 변론종결 후 박근혜 대통령이 사임의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탄핵인용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정혼란을 방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탄핵열차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야 한다.

이재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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