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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풍자가 빛나고 시대의 아픔이 함께한 한국대중음악상

2월 28일 화요일 저녁 7시,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의 시상식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와 구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와 EBS 스페이스 공감이 주관하며, 벅스와 진학사가 협찬했다. 시상식에는 많은 음악인들과 음악팬들이 모여 2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는데 다시 희비가 엇갈렸고, 화제의 주인공들이 탄생했다.

우선 한국대중음악상의 최고상 격인 올해의 음반은 조동진이 수상했다. 거장의 멈추지 않는 음악정신이 음악으로 온전히 평가받았다. 조동진은 최우수 팝 음반 부문까지 2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그가 단지 포크라는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 현재의 뮤지션임을 증명했다. 올해의 노래는 생동감 넘치는 팝으로 인기를 끈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가 차지했다. 박재범은 올해의 음악인과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까지 거머쥐면서 흑인 음악계의 리더로 확실히 인정받았다. 한편 실리카겔은 신인상을 차지하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신인 밴드가 차지할 수 있는 상들을 독차지해버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최우수 모던록 부분에서는 9와 숫자들의 ‘엘리스의 섬 (Song for Tuvalu)’이 선정됐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최우수 모던록 부분에서는 9와 숫자들의 ‘엘리스의 섬 (Song for Tuvalu)’이 선정됐다.ⓒ조재무 사진가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음반 부문은 지난 해 돋보이는 음반을 내놓은 램넌츠 오브 더 폴른[Shadow Walk]이 수상했다. 최우수 록 음반 부문은 선정위원의 높은 지지를 받은 ABTB의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이 수상했다.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은 전범선과 양반들의 ‘아래로부터의 혁명'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모던록 음반은 이상의날개가 내놓은 [의식의흐름]이 차지했고, 최우수 모던록 노래는 9와 숫자들의 ‘엘리스의 섬 (Song for Tuvalu)’의 몫이었다. 9와 숫자들은 음반을 낼 때마다 상을 받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최우수 포크 음반은 이민휘의 [빌린 입]에게 수여되었고, 최우수 포크 노래는 이랑의 ‘신의 놀이’가 받았다. 한국 포크 음악의 세대교체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최우수 팝 음반은 조동진의 [나무가 되어]에게, 최우수 팝 노래는 원더걸스 'Why So Lonely'에게 호명되었다. 원더걸스의 해체가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은 키라라의 [moves],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는 히치하이커 (Hitchhiker)의 '텐달라 ($10)'로 선정되었다.

최우수 랩&힙합 음반은 화지의 [ZISSOU], 최우수 랩&힙합 노래는 비와이(BewhY)의 ‘Forever (Prod. by GRAY)’가 받았다.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은 박재범의 [EVERYTHING YOU WANTED],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는 jeebanoff (지바노프)의 ‘삼선동 사거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재즈음반은 최성호 특이점의 [바람 불면],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크로스오버음반은 두번째달의 [판소리 춘향가],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최우수연주는 블랙스트링의 [Mask Dance]가 차지했다. 두번째달은 10년만에 다시 상을 받았다. 특별분야인 공로상은 김홍탁에게 수여되었고, 선정위원회 특별상은 윤민석과 음반 [젠트리피케이션] 참여 음악인이 공동 수상했다.


시상식에서 선정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환호와 탄식이 이어졌다. 시상식은 시상자와 수상자의 진심 어린 소감으로 빛났다. 우선 시상식의 사회가 탁월했다. 사회를 맡은 밴드 소란의 리더인 고영배는 적절한 유머와 안정된 진행으로 시상식의 품격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시상식 자체가 늘어지지 않을 수 있게 소리 없이 조율해냈다. 끼어들어야 할 순간과 빠르게 진행해야 할 순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그에게 종신사회자를 시켜도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깔끔한 사회였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는 히치하이커 (Hitchhiker)의  ‘텐달라 ($10)’로 선정됐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는 히치하이커 (Hitchhiker)의 ‘텐달라 ($10)’로 선정됐다.ⓒ조재무 사진가

재치 넘치는 수상자들도 돋보였다. 로봇 컨셉트의 의상으로 등장한 히치하이커는 아무런 수상 수감도 하지 않았지만 의상만으로도 큰 재미를 선사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 가장 큰 화제가 된 수상 소감은 이랑이었다. “친구가 돈과 명예와 재미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 충족되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이랑은 “이 상으로 명예는 충족됐는데 재미는 없고 상금을 안 줘서 돈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말하더니 “1월에 전체 수입이 42만원이더라. 2월에는 감사하게 96만원이었다.”면서 예술인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자신의 생활을 드러냈다. 그리곤 돌연 “어렵게 아티스트 생활을 하고 있으니 상금을 주면 감사하겠는데 상금이 없어서 이걸 팔아야 할 것 같다.”고 선언했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이랑의 ‘신의 놀이’가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았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이랑의 ‘신의 놀이’가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았다.ⓒ조재무 사진가

그녀는 “인테리어로 훌륭한 메탈릭한 디자인의 네모난 큐브형 대중음악상 상패다”라고 상패를 소개한 후 "월세가 50만원인데 5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돌발적인 경매 선언이 터지자마자 한 관객이 손을 들어 “50만원”을 외쳤고, 경매는 즉시 성사되었다. 오해의 여지가 있는 퍼포먼스였고, 한국대중음악상의 권위를 매매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순간이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유쾌했다. 음악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뮤지션의 현실을 퍼포먼스로 표현한 것처럼 보였으며, 실제로 50만원을 지불한 관객은 소속사의 대표로 알려졌다. 시상식이 끝난 뒤 이랑의 퍼포먼스는 온라인을 통해 더욱 큰 화제가 되었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ABTB의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이 최우수 록 음반의 영광을 차지했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ABTB의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이 최우수 록 음반의 영광을 차지했다.ⓒ조재무 사진가

“혼자 편의점에서 알바하면서 작업해서 고맙다고 말할 사람이 별로 없다”고 밝힌 키라라의 수상 소감 역시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을 재치있게 드러냈다. 키라라는 “소원이 하나 있는데 친구들이 자살을 안했으면 좋겠다. 자살 안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할 수 있는거 열심히 하겠다. 항상 우리 존재 파이팅"이라고 외치면서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응원을 보냈다. 9와 숫자들 역시 ‘peace my wish for the girl’라고 적힌 티셔츠와 페미니즘 팔찌 차림으로 등장해 “대중음악상에서 더 많은 여성 뮤지션, 여성 평론가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으로 평등과 연대의 의지를 드러냈다. 블랙리스트를 비판한 선정위원 강일권의 멘트와 다른 음악인들에게 응원을 보낸 이상의날개의 수상 소감도 인상적이었다. ABTB의 박근홍은 앞부분에는 ‘ㅂㄱㅎ’가 새겨져 있고, 등 부분에는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 문장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박근혜 대통령을 재치있게 풍자했다.

음반 [젠트리피케이션] 참여 음악인을 대표해 특별상을 수상한 황경하의 소감은 특히 뭉클했다. 젠트리케이션으로 삶을 빼앗긴 이들을 한 명 한 명 거명하면서 “마포구청은 아현포차 할머니들의 철거되고 쫓겨난 삶을 반드시 돌려주십시오. 뮤지션 리쌍은 한 가장이 4인 가족을 짊어지고 부양하기 위해서 6년동안 열심히 일궜던 삶의 터전입니다. 함부로 빼앗지 마십시오. 돌려주십시오.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우리 이웃들 삶을 빼앗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간절한 발언을 토해냈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윤민석씨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윤민석씨가 특별상을 수상했다.ⓒ조재무 사진가

특별상 공동수상자인 윤민석은 “어쩌다보니 민중가요라는 걸 만든지 30년이 되었어요.” “노래를 30년동안 만들면서 받아온 거라곤 구속영장이나 출두 요구서밖에 없었고, 기사가 나도 문화면에는 안 나고 사회면에만 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대중음악상을 들고 있으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라고 쉽지 않았던 자신의 삶을 고백했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학살로 별이 된 우리 아이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라는 의미 있는 수상소감을 더함으로써 객석의 진심어린 박수를 이끌어냈다. 음악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가치에 대한 주목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반면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하면서 대리 시상자를 보내지 않거나, 수상 소감조차 전하지 않은 이들의 모습은 아쉬웠다. 특히 “행사를 마치고 오는 볼빨간사춘기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한 대리 시상자의 멘트에서는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럼에도 혼이 비정상 되는 시간속에서 멋진 음악을 만든 음악인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축하공연을 펼친 더 모노톤즈와 이부영, 서사무엘의 축하공연은 한국대중음악상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특히 지난 해 수감되어 있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이센스가 등장해 시상과 공연을 펼쳤던 순간은 힙합 마니아들의 환호를 집중시켰다.

어느새 많은 음악인들과 음악팬들의 진심어린 환호와 기대를 받게 된 한국대중음악상이 내년에는 어떤 음악과 음악인들을 주목하게 될까. 환호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시상식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제 시상식이 끝난 오늘은 다시 질문하고 이야기 해야 할 순간이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더 모노톤즈가 축하공연을 펼쳤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더 모노톤즈가 축하공연을 펼쳤다.ⓒ조재무 사진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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