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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감정이란 우리에게 갈길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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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 하면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해 느끼는 기분이나 일어나는 마음이다. 의미는 부정적이지 않지만, 사람들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으로 판단해선 안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라” 흔히 하는 말들이다. 감정을 마치 숨겨야만, 억눌러야만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항상 기쁘고,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반복해서 느낀다. 근데 이것을 억누른다면 어떻게 될까? 억눌린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면 그대로 폭발하고 만다. 

“감정이란 느끼고 표현해야 해소됩니다. 왜 느껴졌는지 원인을 이해하고 다른 생각으로, 대안적인 생각으로 바꿔야 재발하지 않아요.” 

이지영 서울디지털 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이지영 서울디지털 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서울 디지털대학교 제공

이지영 서울 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가 사람에 대해, 감정에 대해, 고민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였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부터 참 고민이 많았고 감성이 풍부했다. ‘내가 죽으면 그걸 어떻게 인지할까?’ 등 삶이나 죽음과 연관된 고민부터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고민까지 정말 다양했다. 

“어릴 때부터 너무 고민이 많아서 사는 게 힘들었어요. 너무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는 느낌을 받을때도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편안해질 수 있을까 이게 너무 간절했어요. 고통을 덜 느꼈으면 했고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 교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살 때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에 입학했지만 전공에 별 관심이 없어 마음을 붙이지는 못했다. 그러다 2학년 말 우연한 기회에 심리학 관련 책을 보게 됐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대중서적이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중앙도서관으로 가서 심리학 관련 개론서를 찾아 읽었다. 

두꺼운 개론서를 보고 나서야 지영 씨는 자신이 나아갈 길이 심리학이라는 것을 알았다. 스스로 이걸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한 순간이었다. 자신의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심리학과로 옮겼다.

“전공이 저랑 정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심리학 개론서를 보면서였어요. 거기에 나오는 수많은 이론이 제가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하면서 만든 이론, 가설과 똑같은 게 너무 많았어요. 제가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으면 그 이론에 제 이름이 붙어있을 수도 있었겠죠.(웃음)”

이 교수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들어가 임상·상담심리에 대해 공부했다. 특히 정서 심리에 중점을 두고 공부했다. 스스로 잘 맞는다는 느낌 탓이었을까, 남들은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할 때 이 교수는 행복감을 느끼며 논문을 썼다.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사람들이 감정조절을 하는 것을 도와주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감정조절 프로그램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프로그램 홍보를 했는데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홍보하자마자 학생들이 몰렸고 집단상담을 받으려면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많은 신문들이 며칠 동안 계속 제 감정조절 프로그램 이야기를 계속 기사로 쓸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경찰청이나 모 기업 콜센터 등 많은 곳에서 프로그램 요청이나 문의가 쏟아졌어요. 그런데 제가 그때 너무 바쁘고 프로그램도 완성된 게 아니라 요청을 받을수가 없었어요.” 

누구나 인간관계에서 불쾌한 일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사람에 대한 감정은 잘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런 감정들이 쌓이면 어느 한순간에 폭발한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수업하면서 학생들에게 감정적으로 힘들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냐고 물었더니 다들 ‘술 마셔요’ 아니면 ‘자요.’ 이렇게 대답했어요. 길거리에서 사람들 붙들고 물어봐도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에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감정조절 4단계’는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감정을 없애기 위해서는 3단계에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때 울거나 화를 내도 좋다. 4단계에서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하기 어렵다면 2단계에서 잠시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려서 유보를 시켜야 한다.

이지영 교수는 처음 만들었던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보완한 정서조절코칭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직접 강연도 나가고 상담도 한다. 

“강연 나갈 때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냐’고 사람들이 물어보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제 경험을 들어 설명해줘요. 제가 마흔에 시험관 시술 11번이나 하고 나서야 딸을 낳았거든요. 시험관 시술을 한번 하는 것도 정말 힘든데 11번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감정조절 4단계’를 거쳐 불쾌한 감정을 덜어냈기에 가능했습니다.” 

1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 교수의 연구성과도 많이 쌓였고 인정도 받았다. 지난 2014년 그는 임상심리학회 학술위원장을 맡았고 현재는 상담심리학회 학술위원장도 맡고 있다. 

“저의 학문적 역량을 인정해주신 것이니 정말 기쁜 일이죠. 임상심리학회장님은 예전에 저와 한번 마주쳤을 뿐 제가 잘 모르는 분이었어요. 그런데 제 연구성과들을 보시고 학술위원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다고 전화를 하셨어요. 제가 학회 일을 나서서 하는 사람이 아닌데 뜻밖의 제안을 받고 하게 됐죠.” 

이지영 교수와 서울대 심리학과 상담교실 동문들
이지영 교수와 서울대 심리학과 상담교실 동문들ⓒ이지영 교수 제공

교수가 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지영 교수의 지향점은 처음 정서조절 코칭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와 똑같다. 

이 교수가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체험적 심리치료다. 이 분야가 소외되고 있고 사람들이 더 관심을 받게 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집필을 시작해 내년에 책을 하나 낼 계획이다. 체험적 심리치료란 인간의 감정과 과정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는 치료법이다. 체험적 치료는 인간의 부적응(심리적 고통)이 자신의 경험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치료 장면에서 소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감정은 우리 인생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나침반이에요. 동시에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주는 요술램프 지니이기도 해요. 저는 지니와 나침반의 안내를 잘 받아서 여기까지 왔어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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