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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욱 칼럼] 성조기와 트럼프 사진 흔드는 수구교회도 탄핵돼야
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 탄핵 반대 집회에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등장했다.
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 탄핵 반대 집회에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등장했다.ⓒ사진공동취재단

3월 1일 도심 광장에서는 매우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이 주최한 구국기도회는 여러 부조화들이 한데 뒤섞였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미국 국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흔들었다. 또 박정희와 박근혜 초상화는 기본이고 트럼프 사진까지 등장했다. 교통방송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 씨도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게 최순실 이권을 위해서냐, 기독교와 박사모가, 박대통령과 3.1절이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었다.

기도하러 모인 사람들이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를 비호하는 것도 이상했고, 연일 촛불을 밝히는 민주시민들을 나라를 망가뜨리는 세력이라고 매도하는 것도 볼썽사나웠다. 어찌하여 이 사람들은 기도회를 빙자하여 자기들만의 자위행위를 하는 것일까. 어찌하여 기독신자라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서 이런 퇴행적인 행위를 하는 것일까.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의 한 대형교회는 목사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신도들을 대거 조직적으로 동원했다. 그 목사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당한 박근혜를 변호하는 김평우 변호사와 변희재 같은 극우논객을 추켜세우며 집회에 나갈 것을 독려했다. 유감스럽게도 탄핵반대집회의 주요동력이 대형교회 교인들이다.

이와 같은 반역사적이고 수구적인 교회들의 행태에 대해, 한국기독교장로회는 “3.1운동의 태극기를 더 이상 모독하지 마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독단체 ‘예수살기’도 구국기도회를 빙자하여, 탄핵을 반대하며 촛불시민들을 폄하하는 교회는 신도들을 권력의 노예로 만드는 가짜기독교라고 꾸짖었다.

필자도 김어준 씨처럼 한국 수구교회들이 벌이는 행위에 대해 자꾸 질문을 하게 된다. 어찌하여 3.1절에 만세를 외친 조상들을 숭모하는 대신 미국 국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것일까? 조상들은 독립을 외쳤는데 사대주의 행태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하나님께만 신심을 바쳐야 하는 기도회에서 독재자의 초상을 들고 나오는 정신상태는 무엇 때문인가?

한국 교회는 미국에 대해 무한애정을 품고 있다. 구한말 한국 개신교에 처음 복음을 전한 사람들이 미국 선교사였다. 조상들은 나라를 잃은 설움 때문에 미국의 위세를 더욱 절절히 느꼈다. 한국전쟁 때는 미국이 아니었으면 절단이 났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또 그 당시 교회들은 미국 원조를 독점한 까닭에 미국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래서 허다한 목사들이 설교 때 성공사례로 미국 이야기를 했다. 하나님께 복 받은 나라라고 나팔 불었다. 록펠러의 부 축적과정은 따지지도 않고 십일조를 많이 내서 축복받았다고 선전했다. 정치군인 맥아더의 극우성향은 모르쇠한 채 점령군 대장인 그를 추켜세웠다. 그러한 맹목적인 사대는 지금 트럼프도 우리나라를 위할 것이라는 기대로 발전하여 미국 국기도 모자라 트럼프 사진까지 흔드는 지경에 온 것이다. 미국의 전후 사정을 아는 사람이 보면, 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할 진풍경이다.

지난 1월14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탄핵 반대 구국기도회에 등장한 이스라엘 국기와 성조기
지난 1월14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탄핵 반대 구국기도회에 등장한 이스라엘 국기와 성조기ⓒ유튜브 영상 캡쳐

이스라엘에 대한 심리는 무엇인가? 이스라엘은 성서의 주 무대이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부터 시작해서 성서에 나오는 신앙위인들이 모두 이스라엘 사람이다. 예수도 이스라엘 사람이다. 같은 땅에 사는 팔레스타인과 비교하면 편파적으로 이스라엘에 기울어져 있다. 더욱이 팔레스타인은 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의 숙적인 블레셋의 후예들이기에 정서적으로 더욱 무심하다. 이스라엘과 거의 동일시감정을 품고 있는 한국교회 신자들은 이스라엘을 성지라고 떠받들고 학대당하는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별로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정서가 구국기도회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내세우는 심리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지켜주듯이 이 나라를 지켜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런데 성서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정의를 거역하고 동족을 학대하고 외세에 빌붙어서 여러 번 망했다. 예수시대 때는 유대교 지배세력이 로마와 야합하여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예수는 이스라엘의 그 지독한 선민의식이 하찮은 것임을 일갈했다. “하나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실 수 있다”고. 게다가 지금의 이스라엘은 여전히 예수를 부인한다. 그런고로 이스라엘 사람들도 한국 교회가 집회에서 자기네 국기를 들고 나오는 게 당최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참 일방적인 짝사랑이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

성조기와 이스라엘국기 흔드는 수구교회의 주류컴플렉스

한국수구교회의 무뇌아적 자기모순 행태를 어떻게 진단해야 할까?

필자는 주류컴플렉스라고 본다. 번영신학과 성공주의에 사생결단하는 한국 교회 풍토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사탄의 전략이 교회를 점령해 버렸다. 주류 컴플렉스는 가장 힘센 자에게 붙는 게 상책임을 은연중 심어주었다. 그런 정서까닭에 미국 국기, 이스라엘 국기, 트럼프를 내세우는 것은 주류컴플렉스의 가장 현실적인 반영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재자가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정권유지를 위해 무수한 사람들을 고문하여 간첩으로 조작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지만 힘센 자에게 기울어지는 성향은 그런 범죄들을 다 덮어준다. 그리고는 박정희가 우리를 먹고 살게 해 주었다고 찬양한다.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의 원조인 히브리백성들이 여전히 애굽의 고기 맛을 잊지 못하고 노예생활을 그리워하는 것과 똑같은 행태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힘센 자를 흠모하는 경향은 자신들의 힘이 커지자 기형적인 교회 모습으로 변질해 버렸다. 기독교는 작은 자들을 위한 종교이다. 생명평화사랑의 종교이다. 치유와 화해, 용서와 일치는 기독교의 본질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기독교 고유의 품성은 사라지고 세를 과시하며 공격성을 띤 이념적 언동만 난무한다. 자본주의도 공산주의 못지않은 큰 폐단인데 자본주의에 대한 각성은 없고, 오직 공산주의만 타도하자고 외친다. 눈앞에 거대악이 있는데 애써 외면하고 현실감 없는 적을 부풀린다. 또 권력과 자본이 이익동맹을 맺어서 사회약자를 폭력으로 지배하고 그들의 신음이 하늘에 닿을 정도로 심각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약자 편에 서기보다는 권력과 자본을 옹호하는 몰상식한 집단이 됐다. 수구교회는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 대중에게 되레 혐오를 불러 일으켜서 기독교와 참된 교회를 멀어지게 하는 사탄의 하수인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어떡하면 좋은가? 사실 답이 없다. 답이 있지만 처참하다. 망해서 새롭게 일어나는 길 뿐이다. 그러나 과연 망할 수 있을까? 망하기에는 그들은 너무나 깊숙이 이 체제가 주는 달콤함에 빠져 있다. 그런고로 망하지 않으려고 더욱 반기독교 행태를 거듭할 것이다. 더욱 예수와 멀어 질 것이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 되는 해이다. 500주년이라는 의미에 맞춰서 한국교회 개혁의 큰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 또한 지금 교회는 사순절을 지나고 있다. 십자가의 죽음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신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는 기간이다. 이 사순이 지나면 영광스러운 예수의 부활을 맞이한다. 부활이 값진 것은 고난과 죽음으로 가는 좁은 길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교회 개혁은 다시 예수로 돌아가는 길뿐이다. 예수를 믿어서는 안 된다. 예수도 자기를 따르라고 했지 믿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예수를 따라 살아야 한다. 예수는 민중을 학대하는 당대의 지배세력에 맞섰다. 유다 종교업자들은 무려 613가지나 되는 계율로 민중을 옥죄었다. 예수는 글자에 매이는 근본주의 종교업자들의 허위를 질타했다. 정결례법과 안식일법을 허물어서 민중을 자유케 했다. 종교업자들은 견딜 수 없었다. 그들은 예수를 로마에 넘겼고 예수는 정치범의 형벌인 십자가 죽임을 당한 것이다. 요즘 상황과 너무도 비슷하지 않은가. 율법정신을 무시하고 글자에 집착하는 유다 종교업자나 헌법을 외면하고 실정법에 올인하는 기득권세력이 겹친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도심에서 국정농단자를 비호하는 수구교회가 한국 교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난하고 작지만 곳곳에서 예수를 따라 살려고 하는 참 신앙인이 있다는 것만 알아주기 바란다. 또한 우리 모두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들 아닌가. 수구기독인들을 불쌍히 여길지언정, 혐오는 하지 마시기를 빈다.

백창욱 대구새민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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