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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일 ‘소녀상’ 철거하려는 일본, 쩔쩔매는 한국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는 '위안부' 피해 안점순 할머니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는 '위안부' 피해 안점순 할머니ⓒ클레어 함

레겐스부르크 근교 네팔 히말라야 공원에는 수천 종의 식물이 자란다. 정원사가 있어도 공원 이사장이 정성을 들여 직접 가꾸는 이 곳에는 상냥하게 웃는 부처들이 도처에 있다. 2017년 2월 12일 독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 독일 추진단 김인옥 공동사무국장이 운전하여 왕복 800 킬로미터 길을 소형 자동차를 타고 다녀온 그 곳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었다. 공존과 소통의 메시지를 담은 건축물과 구조물이 곳곳에 있는 이 공원에서, 3월 8일에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하였다. 소녀상의 이름은 이미 '순이'라 했다. 헤리베르트 비르트 이사장은 순이에게 "이제 몇 달 지나면 꽃이 피어 순이를 감싸주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제막식 사흘 후 11일 아침, 헤리베르트 비르트 이사장은 전화 통화에서 하루 몇 십 통의 메일과 전화로 인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제막식이 있자마자 80 노인에게 쏟아진 메일과 전화는 불쾌할 뿐 아니라 이사장의 공식 업무를 마비시키는 수준이었다. 원불교 레겐스부르크 교당(주임교무 이윤덕) 과의 오래된 인연을 바탕으로 하여 선뜻 평화의 소녀상을 위한 자리를 내어준 비르트 이사장에게 감사와 미안한 마음이 섞였다. 불편한 상황에서도 전화를 받아준 비르트 이사장에게 감사하며 수화기를 놓았다.

황인성 독일 평화의 소녀비 건립 추진위원회 한국추진단 상임대표
황인성 독일 평화의 소녀비 건립 추진위원회 한국추진단 상임대표ⓒ추용남

15일 화요일, 독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독일추진단 사무국장이자 한 명의 기자 신분으로 뮌헨 소재 일본 총영사관에 전화를 했다. 야나기 히데나우 총영사는 출장 중이고 사카모도 토미오 영사가 대신 전화를 받았다. 일본 악센트가 있지만 깔끔한 독일어 문장을 구사하였다.

질문 혹시,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비젠트를 방문했는가?
답변 말할 수 없다.

질문 방문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인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 말할 수 없다는 것인가?
답변 모두 말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 보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정부가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개입한다는 사실이다. 이 형상을 세우는 것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질문 어떤 연유로?
답변 지금보다 좀 더 많이 말할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다.

질문 무슨 뜻인가? 일본 정부의 입장이 바뀔 때가 온다는 것인가?
답변 일본 정부의 뜻은 바뀌지 않는다. 일이 좀 진행된 다음에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 2015년 합의 때문인가?
답변 그렇다. 2015년 12월 28일에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해당 문제와 관련 서로 비판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질문 그것이 소녀상 세우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답변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2015 합의 정신에 위배된다.

질문 한일 합의가 독일 땅에서도 유효하다는 말인가?
답변 그 합의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유효하다.

질문 합의의 내용을 나는 당시 외무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것 외에는 모른다. 합의서 자체를 내게 보여 줄 수 있는가?
답변 일본 외무부 홈페이지에 영문으로 나와 있다. 당신은 어떤 신문을 위해 쓰는가?

질문 <풍경>이란 신문을 위한 것이다. 문화매거진이다.
답변 문화매거진이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가?

질문 문화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독일 추진단 사무국장이기도 하다. 인터뷰한 내용이 문제가 있으면 지금 말하라.

제막식에 참석한 김서경, 김운성 작가
제막식에 참석한 김서경, 김운성 작가ⓒ추용남

3월 13일 월요일, 비르트 이사장은 일본 공관으로부터 한일합의에 관한 A4 두 장 가량의 문건을 받았다. 이 문건에 따르면, 전후 일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2차 대전에서 취한 ‘태도’에 대해 “많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이 문건은 1965년 한일협약과 2015년 12월 28일 합의를 언급하며 과거가 앞으로의 양국 관계에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표현했다.

또 문건을 통해 일본 공관은 주장했다. 2015 합의의 결과로 한국에서는 ‘화해와 치유를 위한 재단’이 설립돼 재단 자본 8백만 유로를 일본이 출자했으며, 46명 생존 ‘위안부’를 대상으로 이미 8만 유로를 일부 지불하였거나 지불할 것이며 , 돌아가신 ‘위안부’ 유족을 상대로는 약 6만 유로가 지불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적 배상은 이미 1965년에 완료됐고, 이번 건은 전쟁 당시 일본으로 인해 당한 고통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일본이 출자를 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다음 세대로 하여금, 명예와 존엄을 훼손한 일에 대해 보상을 하는 일 (Abbitte)로부터 자유롭게 한다고 일본은 주장했다. ‘전쟁범죄’, ‘조직적인 성노예 체제’에 대한 언급 없이 보상할 만큼 보상했다는 일본의 주장은 역사에서 배우기는커녕,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이다.

피해자의 역사든 가해자의 역사든 온전한 기억을 통해 ‘걸림돌’로 남아 있어야 한다. 바로 그러한 ‘걸림돌’을 일본 정부는 2015 합의를 통해 치우겠다는 것이다. ‘걸림돌’이 없는 후손은 과연 행복할 것인가?

제막식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인 안점순 할머니
제막식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인 안점순 할머니ⓒ추용남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본 총영사관 사카모도 영사와 인터뷰를 마쳤을 때 레겐스부르크 이윤덕 공동사무국장에게 상황 공유를 위해 전화했다. 레겐스부르크에는 이미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에서 다음 날 평화의 소녀상을 보러 온다는 소식이 전해져 있었다. 추후 확인된 바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한국 총영사관에서는 김보라미 주무관이 비르트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연락처를 수소문하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에서는 총영사가 아니라, 김범준 영사가 통역을 대동하고 15일 목요일 오전에 공원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사장은 출타 중이지만, 독일 추진단과 공원 이사장 사이를 연결해 준 원불교 레겐스부르크 교당 측에서는 총영사관측 인사에게 평화의 소녀상을 보여 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은 김범준 영사와 문답한 내용이다.

질문 내일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공원으로 가신다고 들었다. 방문 이유는 무엇인가?
답변 말씀드릴 수 없다. 궁금하신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
외교부 본부 공보담당관실로 연락을 해 달라. 인터뷰를 외교부에 연락하라. 그러면 그쪽에서 인터뷰를 하도록 허용해 줄 수 있다. 그러면 인터뷰에 응할 수 있다.

질문 문화담당 영사로서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방문하는 것인가? 민간차원에서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인가?
답변 외교부 본부 공보담당관실로 연락을 해 달라. 인터뷰 허락이 나면 인터뷰에 응하겠다.

질문 문화담당 영사로서 문화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분야를 위한 활동이 아닌가?
답변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

질문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언제 알게 되었나?
답변 말씀드릴 수 없다. 외교부 본부 공보담당관실로 연락을 해서 인터뷰 허락을 받아 달라.

질문 일본측 외교관에 따르면, 소녀상이란 것이 2015년 12월 28일 한일합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하며 일본 정부의 입장은 철거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외교관으로 한 말씀 해 달라.
답변 거기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 공보담당관실에 먼저 문의해 달라.

질문 민간 차원에서 한 행사에 대해 공관 차원에서 무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답변 말씀드릴 수 없다. 외교부 본부 공보담당관실로 연락을 해서 인터뷰 허락을 받아 달라.

한일합의에서 한국 정부가 한 짓은 화해와 치유를 위한 것도 아니었고 할머니들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외교부 산하의 재외공관원은 평화의 소녀상을 보러 간다 하면서 외교부 본부의 허락 없이는 왜 보러 가는지 단순한 이유 하나 말할 수 없다. 일본 정부가 만든 역사지우기 작품인 2015 한일합의에 함께 해준 한국 정부는 재외공관 문화 영사로 하여금 단순한 것 한 마디도 자율적으로 대답할 수 없게 만들어 두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일제의 ‘식민경영’이라든가 ‘전쟁범죄’에 대한 인정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담겨”(김서경 소녀상 작가)있는 이 소녀상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현실은 과연 일본만의 잘못인가?

이은희 재독 ‘풍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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