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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6주기 : 죽어나가는 로봇과 꺼져가는 희망
공중에서 촬영한 후쿠시마 원전 전경. 외관상 어느 정도 정리되어 보이지만, 사고의 핵심인 원자로 내부 상황은 아직 파악도 불가능한 상태다. 2016.11.22
공중에서 촬영한 후쿠시마 원전 전경. 외관상 어느 정도 정리되어 보이지만, 사고의 핵심인 원자로 내부 상황은 아직 파악도 불가능한 상태다. 2016.11.22ⓒAP/뉴시스

다섯 차례 시도 끝에 드디어 원자로에 투입된 ‘스콜피온(Scorpion)’ 로봇을 관찰하던 과학자들이 이번에도 실패를 인정했다. 케이블로 연결된 가위를 원격 조정할 수 있도록 고안된 최신 로봇이 후쿠시마 다이치의 손상된 원자로 제일 깊숙한 곳으로 투입되었으나, 결국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6년전 트리플 멜트다운(노심융용)이 일어난 원전에서 나오는 지나친 열기로 뒤죽박죽이 된 연료봉에 갇혀버린 것이다.

지난달 투입된 이 로봇은 도시바(Toshiba)에서 제작한 60 센치미터 정도의 크기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카메라와 센서를 탑재하고 있었다. 녹아내린 핵연료의 어떤 위치에서 어떤 상태로 융용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찰하기 위한 또 한번의 시도가 실패로 끝이 났지만, 원전의 관리자인 도쿄전력(Tepco)은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

원전 측은 이번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고 인정하면서도, “가치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고, 핵연료 파편(데브리)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당초 (원자로 내에서) 10시간 정도를 견딜 것으로 예상되었던 스콜피온 로봇은 끝내 2시간 정도의 탐사 작업 만에 수명을 다했다. 이로써 우리는 후쿠시마의 원자로 폐로 작업의 규모와 심각성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게 됐다. 한 전문가는 이를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라고 묘사하였다.

제거해야할 연료봉의 위치도 상태도 모르는데

2011년 3월 11일 오후에 발생한 진도 9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로 체르노빌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는 데에는 약 30~4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통상산업부 장관은 최근 사고 수습에 필요한 비용을 약 21조5000억 엔(1,890억 달러)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는 수만 명에 달하는 이재민에 대한 보상을 포함한 것으로 3년 전 발표된 수습 비용에 비해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쓰나미로 1만9천 여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들 대부분은 후쿠시마 북쪽 지역에서 변을 당했다. 또 원전 근처에 거주하던 16만 명이 고향을 등져야 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안전이 담보되었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고 다시 이 지역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돌아갈 수 없는 땅’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오쿠마 지역에 세워진 출입금지 안내판. 2017.2.22
‘돌아갈 수 없는 땅’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오쿠마 지역에 세워진 출입금지 안내판. 2017.2.22ⓒ신화/뉴시스

후쿠시마 원자로의 가장 위험한 부분까지 침투한 후,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 견딜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사실 도쿄전력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카메라가 탑재되어 접힐 수 있도록 고안된 꼬리 모양 때문에 전갈(Scorpion)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번 로봇은 원자로 압력 용기 아래의 레일을 따라 탐색작업을 펼쳤지만, 연료봉 덩어리와 핵연료 파편에 의해 길이 막혀 결국 원전 내부에서 수명을 다하게 되었다.

로봇과 함께 투입된 다른 기기들 역시 예상보다 강력한 방사능으로 인해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로봇이 투입되기 이전 예측했던 2호기 원자로의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250 시버트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원격 조정된 카메라를 통해 확인한 방사능 수치는 무려 시간당 650 시버트 수준에 달한다. 이는 1분 안에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한 수치다.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관리자인 순지 우찌다(Shunji Uchida)씨는 도쿄전력이 연료봉 용융 상태에 대해 “제한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그는 최근 원전을 방문한 기자단에게 “최근의 로봇 실험마저 성공하지 못해 현재까지 살짝 들여다보는 정도로만 파악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다른 접근방법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도 밝혔다.

이번 로봇 실험은 원자로 2호기에서 실행되었는데, 2호기보다 방사능 수치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1,3호기에 대한 탐사 작업은 이제 겨우 시작되는 단계이다. 원자로 1호기에 소형의 방수(waterproof) 로봇을 투입하는 계획이 수주 내로 실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은 3호기에 대한 정보는 아예 전무한 상태다.

원전 해체를 담당하는 도쿄전력의 나오히로 마스다(Naohiro Masuda) 소장은 녹아내린 연료봉을 제거하는 방법을 결정하기에 앞서 또 다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차질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은 이번 여름에 정부와 계획을 논의한 후 2021년에는 연로봉 용융 잔해 제거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에서 활동 중인 독일 그린피스 소속의 숀 버니(Shaun Burnie) 원자력 수석전문위원은 후쿠시마 원전이 처한 상황을 “전례가 없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라고 묘사하였다. 또한 그는 현재의 원전 해체 스케줄에 대해 “현실성이 전혀 없거나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니 전문위원은 원자로 2호기에 투입된 최근의 로봇 실험에 대해 “(심각한) 현실을 재확인 시켜줬을 뿐”이라고 평가하였다. “1호기와 3호기에 대한 기술적인 수습책이 전무하니, 2호기의 상황이 덜 위험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국민들과 언론에 설명하는 것처럼 현재 업계와 정부도 추측과 희망적 관측만 가능할 뿐이다. 용융된 핵연료 수백 톤을 제거하는 스케줄을 잡는 데, 사고의 정확한 위치와 상태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 없이 오직 도쿄에 있는 아베 총리와 원전 업계의 시간표에만 기초했다. 이는 실제적인 근거도 없고 엔지니어링과 과학적인 기반도 없는 것”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슈니치 타나카(Shunichi Tanaka) 위원장은 도쿄전력이 원자로 해체 작업 로드맵을 원안대로 가져간다고 ‘장밋빛’ 전망을 밝힌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낙관적인 전망을 얘기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현재는 아직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베의 주장과는 달리 “통제 가능한 상황 아니다”

표면적으로 원전은 본지(가디언)가 5년 전 처음 후쿠시마 원전을 취재한 이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현장은 쓰나미의 잔해로 뒤덮여 있었다. 호스와 파이프 그리고 건물 잔해들이 나뒹굴던 참혹한 이 현장에 수천 명의 직원들이 높은 방사능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재앙의 현장을 겉으로나마 정리하고자 노력해왔다.

사고 이후 6년 동안, 피해를 입은 원자로 건물이 보강처리 되었고, 원전 4호기 내 저장조(storage pool)에 있던 삼천 개 이상의 사용후핵연료용기가 제거되기도 하였다. 빗물이 원전의 수자원관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상은 특수 코팅 처리가 되어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으로 진입하기 위해 특수 보호장치를 갖춰야 했던 직원들은 현재 간단한 방제복과 수술용 마스크만을 쓰고 원전 내 대부분의 지역을 활보할 수 있게 되었다. 수천 명의 건설직 직원을 포함한 약 6천 여명의 직원들은 현재 원전 지대 내부에서 따뜻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고, 2015년 건설된 “쉼터(rest house)”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오염된 물을 담아둔 수조. 2017.2.23
오염된 물을 담아둔 수조. 2017.2.23ⓒAP/뉴시스

하지만 해안가 먼 언덕 위로 보이는 줄지어 서있는 철제 탱크들은 원자로 해체 시도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 탱크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담아둔 것들이다. 현재 이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약 90만 톤에 육박하는데, 100만 톤 돌파가 멀지 않은 듯 했다.

한때 도쿄전력은 245억 엔을 투자해 원전 지하에 빙벽을 설치해 지하수가 원자로 지하로 침투해 방사능 피해를 입은 냉각수와 섞이는 것을 차단하고자 시도했다. 큰 주목을 받았던 이 시도는 현재 실패로 추정된다.

지하 30미터 깊이에 흙을 얼린 구조물(빙벽)을 설치했으나, 여전히 매일 150톤의 지하수가 원자로 지하로 침투되고 있다고 유이치 오카무라(Yuichi Okamura) 도쿄전력 대변인은 밝혔다. 원자로 지하의 수위가 높아져 급격하게 물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빙벽의 5개 구간은 일부러 열어놓고 있다고도 밝혔다. “빙벽 문을 닫는 것은 점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4월까지 지하수 유입양을 하루 100톤 정도로 관리하고, 2020년까지 원전 내 오염된 지하수를 전량 제거할 계획이다.”라고 대변인은 전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아베 총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에 후쿠시마는 완전히 “통제 하에(under control)” 관리되고 있다고 장담했다. 2020년을 목표로 한 수습책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원전의 설계를 담당했던) 뱁콕-히타시(Babcock-Hitachi)사의 미쓰히코 다나카(Mitsuhiko Tanaka) 원자력 엔지니어는 아베 총리와 정부 관료들이 일본 전역에 또 다른 원자로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후쿠시마 원자로 해체 작업의 심각성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해외에서 도쿄 올림픽을 선전하기 위해 후쿠시마가 완전히 통제 하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일본 내에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일본 국내에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현재 상황이 통제 불능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베 정도의 위상이 있는 사람이 그렇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한다면, 그것이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기사출처:Dying robots and failing hope:Fukushima clean-up falters six years after tsunami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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