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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크 작가 조재도의 우화동화 ‘대왕 자라와 물고기들’
책 ‘대왕 자라와 물고기들’
책 ‘대왕 자라와 물고기들’ⓒ기타

“싹수 있는 놈은 아닐지라도/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은 아닐지라도/나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갖는다/오토바이 훔치다 들켰다는 녀석/오락실 변소에서 담배 피우다 걸렸다는 녀석/술집에서 싸움박질 하다 끌려왔다는 녀석/모두 모두가 더없는 밀알이다/공부 잘해 대학 가고 졸업하면 펜대 굴려/이 나라 이 강산 좀먹어 가는/관료 후보생보다/농사꾼이 될지 운전수가 될지/공사판 벽돌 나르는 노동자가 될지/모르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갖는다”

조재도가 쓴 시 ‘너희들에게’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시는 지난 1985년 ‘민중교육이라는 책에 발표됐다. 전두환 정권은 민중 교육지가 불온하다며 공안 사건을 일으켰고, 조재도는 이 때문에 학교에서 파면됐다. 오늘의 현실은 이 시에 나오는 표현처럼 “공부 잘해 대학 가고 졸업하면 펜대 굴려/이 나라 이 강산 좀먹어 가는/관료 후보생 ”들이 성장하여 지금 나라를 분탕질쳐 놓았다.

30년이 지나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한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 탈락하는 등 블랙리스트 작가로 여전히 정권의 탄압을 받고 있는 조재도 작가가 촛불 우화동화 ‘대왕 자라와 물고기들’을 발표했다.

태각사 밑 저수지에서 대왕자라와 비선 실세인 잉어의 물고기 개조 사업으로 시작된다. 대왕자라와 잉어는 물고기들을 개조시키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발표하고, 어기는 물고기들을 징벌방에 가둔다. 가혹한 독재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물고기들의 반항이 끊이지 않자 새로운 지배방법을 고안하는데, 바로 학교를 세워 물고기들이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지배하고자 한다.

물고기들에 대한 물리적 탄압에서 정신적 이데올로기적 지배를 꾀하고자 하는 대왕자라와 잉어는 학교를 세워 교과서를 개발해 대왕자라의 개인 역사를 어린 물고기들에게 가르치려 한다.

대왕자라와 잉어의 폭정을 견디다 못한 물고기들은 홍수가 져 저수지가 넘치는 어느 날, 너나없이 저수지를 탈출한다.

“물고기 하나하나가 ‘민주(民主)’야. 그들이 물고기 나라의 주인일 때 말이지.” 라는 이 책의 권두언처럼, 이 책은 독재체제는 결코 존속될 수 없다는 ‘민주의 가치’를 오롯이 담고 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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