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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종차별과 편견의 벽에 도전한 흑인 여성들, 영화 ‘히든 피겨스’
영화 ‘히든 피겨스’
영화 ‘히든 피겨스’ⓒ스틸컷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으로 인종차별 문제가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통해 이란, 이라크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시켰고, 난민 입국 프로그램은 120일 동안 중단시켰다. 때문에 미국 입국을 하거받은 7개 국가 출신 난민이나 국민은 물론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지만 잠시 휴가 등으로 미국을 떠났던 이들조차 입국이 막히고 말았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이지만 트럼프의 집권과 반이민 행정명령은 인종차별이 또다시 노골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에선 지난 1960년대까지만 해도 법적으로 인종차별이 용인됐다. 버스에는 흑인들만의 좌석이 따로 있었고, 화장실도, 극장 출입구도 흑인들을 위한 출입구를 따로뒀다. 1964년 존슨 대통령이 공공장소, 고용, 선거에서 인종차별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이같은 인종차별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지만 인종차별과 관련한 편견은 트럼프의 등장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도 미국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트럼프의 집권으로 인종차별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던 지난해 연말 미국에선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가 개봉했다. 바로 미국의 우주 개발에 참여했던 흑인 여성 수학자와 기술자들을 다룬 ‘히든 피겨스’다.

미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시절 흑인 여성들도 이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의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과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흑인 여성 최초의 NASA 엔지니어를 꿈 꾸는 메리 잭슨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나사의 우주개발에 함께 했지만 처음 주어진 직책은 ‘계산원’이었다. 보고서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채 지금은 컴퓨터가 하는 계산 작업을 대신하는 역할이었다.

영화 ‘히든 피겨스’
영화 ‘히든 피겨스’ⓒ스틸컷

차별과 변견의 벽은 이들에게 더욱 장애로 작용했다. 천부적 수학능력을 인전받아 백인들 사이에서 수학으로 궤도 계산 등의 작업을 하게된 캐서린 존슨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만 했다. 동료들은 유일한 흑인인 캐서린 존슨 전용 커피포트를 만들어 ‘유색인종’이라는 라벨을 붙였다. 유색인종은 식당조차 따로 사용해야 했고,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회의 참여조차 거부당해야 했다.

이런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캐서린 존슨을 비롯한 흑인 여성들은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다. 캐서린 존슨은 치밀한 계산 작업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도로시 본은 컴퓨터의 등장으로 계산원이라는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프로그래머로 변신해 살아남는다. 메리 잭슨은 나사 기술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법정 소송을 거쳐 백인 학교에 입학허가를 얻어낸다.

이런 흑인 여성들의 도전을 이 영화는 무겁지 않고 마치 경쾌한 템포의 음악 영화처럼 다루고 있다. 흑인 차별의 현실이 잘 드러나기는 하지만 위기와 역경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는 너무 희망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을까? 더 이상 아무도 순진하게 이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성공할 수 있는 기회도, 성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조차도 지금은 차별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흑인 여성의 도전이 가진 한계 그 이상의 한계가 우리의 젊은 이들 앞에 놓여있는 건 아닐까? 이런 현실에 비하면 영화 속 도전은 너무 낭만적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에게 둘러쌓인 차별과 편견의 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전하고, 싸워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잘보여주고 있다. 도전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그저 얻어지는 건 없기 때문이다.

테오도어 멜피 감독이 연출했고, 타라지 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케빈 코스트너, 커스틴 던스트, 짐 파슨스 등이 출연했다. 오는 23일 개봉.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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