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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회의소 신설’ 검토? 실패한 참여정부 정책 되풀이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단 제2차 경제현안 점검회의 ‘위기의 가계부채, 서민을 위한 해법’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단 제2차 경제현안 점검회의 ‘위기의 가계부채, 서민을 위한 해법’에 참석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결국 '노무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일자리 대통령 후보'라고 자신을 내세우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노동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실패한 참여정부 때 정책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노동3권 보장' 알맹이 빠진 노동회의소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연 '새로운 정부의 노동정책 토론회'에서는 '노동회의소 신설' 방안이 제시됐다. 이는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제발표에 나섰던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0% 미조직 노동자의 이익대변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노동회의소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회의소는 비정규직과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실업자 등 일정기간 고용보험 납부 실적이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우리나라 노조 가입률이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 노조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입장까지 대변할 법정상설기구를 만들겠다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구상이다. 사업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문 전 대표 측은 새로운 노사정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사실상 입법 통과를 위한 전 단계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한 측면이 있다"며 "(노동회의소 신설은) 새로운 당사자 중심의 사회적 대화는 정부가 노사 간 직접적 대화를 측면 지원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노동회의소 총회와 대의원 대표자 선출권을 실질적으로 노조가 갖고 있어 노조와 노동회의소의 관계가 긴밀하다"며 노동회의소가 노조 조직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노동회의소'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노사정의 새로운 시스템 도입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문 전 대표는 토론회 축사에서 "재벌대기업 편향적인 노동정책과 정부의 일방적인 사회적 대화 운영은 지난 9.15 노사정 대타협 실패로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새 정부에서는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사정 사회적 대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회의소가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계가 줄곧 요구해오던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반응이 크다. 오히려 노동계는 노동회의소 신설 공약이 전해지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강화하기는커녕 노동회의소라는 '관변단체'를 만들어 오히려 노동조합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실체도 불분명해 또 하나의 들러리 기구, 관변단체로 전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실제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노사협의회가 사용자측의 의사를 관철하는 어용기구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미조직노동자의 권리와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것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노조 가입율 10%와 미조직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길은 왕도도 없고 우회로도 없다. 노조 가입율이 정체되는 법과 제도, 현장에서의 장벽 등 장애를 걷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노동3권 보장에서 답을 찾지 않는 노동회의소 검토는 연목구어의 전형"이라며 "문 전 대표는 노동회의소 검토를 하기 전에 노조 가입율 30%, 단체협약 적용율 50%를 실현하기 위해 산별교섭 법제화와 노동3권 전면개정을 공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촉구했다.

민중연합당 김선동 대선 예비후보도 지난 17일 민주노총 광주본부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해 "노동회의소 신설 방안은 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기행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면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동회의소 같은 관제 노동단체 만들어도 노동3권 제대로 보장할 방법 없으면 노동자 권익 지켜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정의철 기자

참여정부의 '노사정 지도자회의'도 반발 부딪혀

더 나아가 문 전 대표 측의 정책 구상을 두고 참여정부에서 실패했던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참여정부에서도 노사정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사정 지도자회의'가 운영됐지만 노동계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2004년 6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 협의를 통해 노사정 지도자회의를 구성, 운영했다. 노사정 지도자회의는 외환위기 직후 1999년 정리해고제 및 파견근로제의 시행, 정부주도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발한 민주노총의 탈퇴로 파행돼온 '노사정위원회'의 정상화를 목표로 3개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구였다.

노 대통령은 논의 과정에서 노사정 지도자회의 참석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정부・노동계・경영계 대표의 노사정 '3자' 회의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대표가 추가로 참여하는 노사정 '5자' 회의로 확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은 "비정규직 대표자가 노사정 5자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노조설립이나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제도적 정비 없이 비정규직 대표에 대해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상황인식이그만큼 안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 대변인은 "정규직 대표와 비정규직 대표를 구분해 만나는 것 자체가 전체 노동자의 58%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존재를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의 고착화로 가겠다는 것으로 노동의 분리 정책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이 당시 요구하던 △비정규 차별 철폐 △주5일제 전면 실시 △최저임금제도 개선 △산별교섭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오히려 참여정부는 민주노총이 "사실상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노동탄압적 성격의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던 '비정규직법'을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몰아붙였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 등 비정규직 관련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2년 고용한 뒤, 그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려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법이었다. 이는 2년 후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해고하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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