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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극우의 패배, ‘불안한 낭보’
거리에서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 2017.2.18
거리에서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 2017.2.18ⓒAP/뉴시스

마침내! 유럽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질서에 낭보가 찾아왔다. 관심이 집중되었던 네덜란드 총선 결과, 외국인 혐오를 불지피던 포퓰리즘 정당이 패배한 것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이후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의 주요 선거에 앞서 치러진 이번 네덜란드 총선은 사실상 서방에 포퓰리즘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이어질 지를 판가름하는 선거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네덜란드 유권자들의 선택은 극단주의로부터 등을 돌리는 것이었다. 반이민, 반무슬림, 반EU를 강력히 주장하던 헤이르트 빌더르스(Geert Wilders)는 예상보다 저조한 지지를 받았고, 그가 이끄는 자유당은 포퓰리즘적인 개혁을 실행할 수 없게 되었다.

득표율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를 얻은 네덜란드의 극우파 정당(자유당)은 원내 제1당으로 등극하는 데 실패했다. 제1당으로 안착한 마르크 뤼터(Mark Rutte) 총리의 자유민주당은 이제 다음 연정을 구상하고 있다. 반면 좌파인 노동당(Labour) 역시 큰 패배를 맛봐야 했다. 이는 녹색좌파당(Greens)과 민주66당(centrist D66)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념 분쟁으로 불붙은 선거전에도 불구하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념적) 양극화와 분열의 시대에도 ‘극단’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유권자들은 중도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반적인 선거결과가 풀이될 수 있다. 이번 선거로 포퓰리즘 반란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는 점과 민주적인 투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유럽 전역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놀라운 일이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매우 친유럽적인(pro-European) 결과”라며 환영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빌더르스가 승리를 거두었다면, 6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과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이 큰 동력을 얻을 뻔 했다. 백악관에 도널드 트럼프가 입성한 데 이어, 유럽에서도 빌더르스와 같이 민족주의 포퓰리즘을 전면에 내세운 리더들이 모여 “애국자들의 봄(Patriotic spring)”과 같은 회의를 열고 2017년이야말로 유럽인들이 깨어나는(wake up) 해가 될 것이라고 기세를 높여왔었다.

독일 디센도르프 지역의 축제에 등장한 극우파 정치인들. 왼쪽부터 아돌프 히틀러, 헤이르트 빌더르스(네덜란드), 마리 르펜(프랑스), 도널드 트럼프(미국)의 인형이 놓여있다. 하단의 표어는 금발은 새로운 갈색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갈색은 히틀러의 갈색머리를 의미한다. 히틀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모두 금발이다. 다만 히틀러는 금발을 순수한 독일민족의 상징으로 내세웠었다.
독일 디센도르프 지역의 축제에 등장한 극우파 정치인들. 왼쪽부터 아돌프 히틀러, 헤이르트 빌더르스(네덜란드), 마리 르펜(프랑스), 도널드 트럼프(미국)의 인형이 놓여있다. 하단의 표어는 금발은 새로운 갈색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갈색은 히틀러의 갈색머리를 의미한다. 히틀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모두 금발이다. 다만 히틀러는 금발을 순수한 독일민족의 상징으로 내세웠었다.ⓒAP/뉴시스

그럼 이번 네덜란드 총선 결과로 이런 트렌드가 꺾인 것인가?

여기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물론 빌더르스는 패배했지만, 그의 자유당은 제2당이 되었고, 의석수도 5석(15석에서 20석으로 확대)이나 늘렸다. (이는 지난 총선 의석수보다 1/3 이상을 늘린 선전이다.) 모든 모스크를 폐쇄하고, 코란을 금지시키겠다고 약속했던 빌더르스는 여전히 다음 선거에서는 원내 1당으로 올라서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뤼터 총리가 승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빌더르스가 내세운 모든 것에 대한 확실하고 완벽한 거부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미 (빌더르스가 내세웠던) 반이민 담론은 주류 정치권으로 편입되었다. 총리 역시 포퓰리즘적 주장의 일부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적어도 확실한 거부는 아니었다.

이를테면 터키와의 외교 마찰은 뤼터 총리에게는 호재가 되었다. 국가의 선택에 따라 위험하다고 인식된 무슬림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한 그의 발언이 유권자들의 찬사를 받은 것이다. 선거 날 저녁 뤼터 총리는 “잘못된 종류의 포퓰리즘”에 대항해 얻은 승리라고 자축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정당한 종류의 포퓰리즘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낙관적인 면을 따져보자면 이번 선거는 트럼프와 브렉시트가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유럽에서도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EU를 와해시키는 흐름을 역전시킨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오스트리아 대선에서처럼 네덜란드 유권자들은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극단주의적인 슬로건에 거부의사를 밝혔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높은 투표율이 포퓰리즘을 물리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럽 각국의 사정은 국가별로 세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의 돌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높은 실업률과 테러 이후의 트라우마, 주요 정당의 붕괴가 그 이유다.

우파 포퓰리즘은 흔히 하나의 정치적인 카테고리로 치부된다. 단일한 내용의 국제적인 현상인 것처럼 말이다. 사실 그것이 지지자들에게는 ‘띄우기 쉬운’ 서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각국의) 상황은 매우 뚜렷이 다르고 이에 대한 반응조차 다르다. 네덜란드가 국수주의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해서 박수 치고 끝날 일이 아닌 것이다. 물론 (네덜란드의 총선 결과가 이웃 국가의) 민주주의 지지자들을 크게 고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총선 결과로 유럽 전역에서 외국인혐오나 미래의 독재자가 나올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추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해석이다.

반동(Pushback)은 반드시 지속될 것이다.

기사출처:The Guardian view on Geert Wilders’ defeat:good news, to be treated with caution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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