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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화 칼럼]두 차례 영장기각, 검찰과 우병우의 ‘딜’의 산물일까?

역시 ‘법꾸라지’였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지난 2월 22일 특검이 청구한 영장실질심사에 이어 50여일 만에 검찰이 재청구한 영장실질심사에서 또 다시 구속의 망에서 빠져나갔다.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내용에 관해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우 전 수석이 같은 법조인이라 관대한 결정을 했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미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하여 구속된 법조인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장관도 있어 이러한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우 전 수석의 영장기각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각이유 중 “혐의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은 검찰이 수집한 증거로는 혐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사기록은 방대하지만 알맹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수사에 200여 일을 투여했다(제1기 특수본 125일, 특검 70일, 제2기 특수본 30일). 검찰은 도대체 200일 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검찰은 참고인 50여 명을 소환해서 조사했다고 자랑했다. 그 많은 참고인을 불러서 무슨 진술을 받았단 말인가? 검찰 수사팀이 무능한 것일까? 아니면 수사하는 시늉만 낸 것일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제공:뉴시스

‘앙꼬 없는 찐빵’ 구속영장청구서

검찰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범죄 사실은 8가지이다.

이 중 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강제모금 의혹이 제기된 후 청와대에서 열린 각종 대책회의를 주도해 그 진상을 은폐한 혐의(직무유기) ② 위 재단자금 강제모금 의혹과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를 내사하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직무를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 ③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공무원 6명이 좌천되도록 인사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④ CJ E&M을 ‘표적조사’하라는 지시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급 간부에 대한 고발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⑤ 문체부 감사담당관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⑥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불출석) 혐의 등 6가지는 특검이 수사한 결과이다.

검찰이 새롭게 수사한 것은 ① 민정수석실이 최순실의 K스포츠재단의 이권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를 계획하고 이를 대한체육회에 알린 행위(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② 세월호 수사를 방해를 시도했음에도 국회 청문회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2가지이다.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서를 얼핏 보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구속영장청구서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한 달 가량 수사력을 집중했던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가 빠져있다.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는 다른 범죄사실과 달리 우 전 수석이 직접 수사검사에게 전화를 한 것이기 때문에 쉽게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 전 수석의 혐의 중 가장 나쁜 죄질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혐의를 구속영장청구서에서 빼버렸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김수남 검찰총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와 잦은 통화를 하면서 자신에 대한 업무상횡령 혐의 수사와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혐의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개시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때문에 이 혐의에 대해서는 당연히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하지 못하였다.

핵심사유인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를 뺀 이유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가 영장청구서에 기재되지 않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박영수 특검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영장이 발부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던 것도 우 전 수석이 2014년 검찰의 세월호 수사 당시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로 외압을 행사했음을 쉽게 입증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 혐의에 대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특검법에 이 부분이 수사대상이라고 명시해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검과는 달리 검찰의 수사대상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특검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의 제2기 특별수사본부는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를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 혐의에 대한 수사에 공을 들여왔다. 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는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상황실 전산서버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수사를 담당했던 당시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과 변찬우 광주지검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서, 우 전 수석이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이 꼭 필요하느냐”라고 했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부장검사와 지검장은 검찰의 고위간부들이다. 이들이 검찰수뇌부와 교감하지 않고 참고인으로 나와 진술할 리가 없다. 검찰은 차기 정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병우를 구속할 수밖에 없고, 그를 확실하게 구속할 수 있는 범죄사실을 확보해야 했다. 그 ‘확실한 범죄사실’이 바로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이다. 검찰이 당시 수사팀 간부들을 소환하여 진술을 받을 때까지는 우병우의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를 중요한 범죄사실로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병우를 소환한 후 검찰의 태도는 돌변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수사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한 것은 사실이나, 피의자의 압력에도 실제 수사팀은 정상적으로 압수수색을 하였고 123정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였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의 범죄사실에 이 부분 혐의를 빼버렸다. 만약 이 혐의가 구속청구사유로 기재되어 있었다면 법원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변찬우 전 광주고검장
변찬우 전 광주고검장ⓒ뉴시스

검찰의 궤변

검찰의 해명은 납득할 수가 없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하여 수사검사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 행위를 하면 성립하는 범죄이지 반드시 그 상대방의 권리행사가 현실적으로 방해될 필요가 없다. 세월호 수사를 하던 검사가 우병우 전 수석의 전화를 받고 해경 상황실 전산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123정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을 망설일 정도면 권리행사가 방해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수사검사가 실질적으로 우병우 전 수석의 명령에 응해야만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수사검사가 우 전 수석의 외압에 따라 압수수색을 포기하거나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을 포기하였다면 우 전 수석의 범죄와는 별도로 수사검사의 이러한 행위는 직무유기의 죄에 해당된다. 위법한 상관의 명령에 따랐다고 하더라도 면책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 전 수석이 직권을 남용하여 위법한 지시를 하였으나 수사검사가 이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논리는 궤변에 불과하다.

검찰에게 묻고 싶다.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방해’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면 왜 한 달 동안 그처럼 요란하게 수사를 하였는가?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쇼를 한 것인가? 왜 윤대진 부장검사와 변찬호 전 광주지검장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였는가?

검찰은 왜 영장청구서에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를 뺐을까? 검찰이 우 전 수석과 모종의 ‘딜’을 했을까? 검찰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우병우를 구속하지 않으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정권교체 후 차기정권은 감찰개혁의 칼자루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얼마 전까지 검찰인사권을 갖고 자신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준 우 전 수석을 정공법으로 내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검찰수뇌부와 우 전 수석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 수사’ 등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 수사 때 ‘팀플레이’를 하면서 수사의 물꼬를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버린 ‘동업자’이었다. 정공법으로 동업자를 수사하자니 우 전 수석이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고, 봐주기 수사를 하자니 국민의 눈이 무서웠을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딜’

검찰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을 고안해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조직이 살리고 우 전 수석은 가능한 감옥살이를 짧게 살 수 있도록 해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 방법은 검찰이 우 전 수석을 구속기소하되 그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비교적 죄질이 덜 나쁜 범죄사실로 공소제기를 하는 것이다.

수사지휘권이 없는 민정수석이 수사검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협의를 적용하지 말라”, “상황실 전산서버에 대해 압수수색 하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은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해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는 중범죄이다. 이 혐의는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8가지 범죄사실과 비교도 되지 않는 죄질이 나쁜 범죄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혐의 중 가장 죄질이 나쁜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를 구속영장청구서에서 빼버렸다. 아울러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는 요구를 받아들여 가족회사 정강에 대한 업무상횡령 및 배임혐의도 구속영장청구서에서 빼버렸다. 만약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범죄사실만으로 우 전 수석을 기소한다면 우 전 수석은 아마도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할 것이다.

실제로 검찰과 우 전 수석과의 모종의 ‘딜’이 있었는지는 검찰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과정과 구속영장청구서를 보면 위와 같은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수술이 필요하다

‘우병우도 살리고 검찰조직도 살리자’는 검찰의 얄팍한 계산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빗나가버렸다. 최순실·박근혜의 국정농단 사건은 법지식을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헌법을 유리하는 도구로 이용한 ‘영혼 없는 법 기술자’ 우 전 수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국정농단의 한복판에 있었던 민정수석이 최순실과 박근혜가 오랫동안 국정농단을 자행하는 것을 몰랐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 사건에게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에 대한 수사와 입증책임은 오로지 검사에게 있다. 그런데 검찰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아니, 수사하지 않고 수사하는 시늉만 낸 것이다.

현재 검찰의 수뇌부는 우 전 수석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정윤회 문건 사건’ 등 권력형 비리 수사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 정국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수사를 할 때에는 우 전 수석과 ‘동업자’가 된 자들이다. 이들이 수뇌부에 포진한 검찰이 우 전 수석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우 전 수석을 제대로 수사하려면 먼저 검찰 수뇌부부터 수사해야 한다. 그들에게 청와대와 사전에 모의하여 ‘정윤회 문건 사건’ 때 국정농단의 진상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고 문건 유출로 수사의 물줄기를 엉뚱하게 돌린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

우 전 수석의 영장기각은 검찰개혁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정권교체가 된 후 가장 먼저 청산해야할 적폐는 검찰적폐이다. 검찰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수사해온 정치검사를 솎아내고,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켜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여 그곳에서 고위공직자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재화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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