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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콜드플레이가 온다

콜드플레이(Coldplay)가 온다. 4월 15일과 16일,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이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스물 두번째 콘서트이자, 7집 [A Head Full of Dreams] 월드투어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콜드플레이의 공연은 티켓이 매진된 지 이미 오래다. 지난 해 11월 23일과 24일, 인터넷으로 진행된 예매는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현대카드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한 예매이건, 일반 예매이건 모두 1분만에 끝나버렸다. 무려 90만명이 몰렸다. 당연히 표를 구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가 다운될 지경이었다. 실제로 11월 23일 1차 예매시 동시 접속자 수가 55만명에 이르면서 현대카드와 예스24의 서버가 다운 돼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많은 내한공연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콜드플레이
콜드플레이ⓒ워너뮤직/뉴시스

티켓 가격을 올려 되팔려는 이들과 암표를 팔려는 이들이 별도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매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고, 인터넷에서는 웃돈을 붙인 티켓들이 등장했다. 결국 현대카드는 지난 해 12월, 4월 16일 일요일에 추가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또한 드문 일이었다.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이틀 연속 단독공연을 하는 해외 뮤지션은 마이클 잭슨 이후 콜드플레이 뿐이다. 지난 해 12월 21일과 22일 추가 인터넷 예매가 진행되었고, 공연이 2회로 늘어나면서 45,000명의 관객들이 콜드플레이의 첫 번째 내한공연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붙잡았다.

사실 그동안 수많은 음악 마니아들은 오매불망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을 기다려왔다. 2000년대부터 내한공연과 페스티벌이 활성화되어 어지간한 팝스타들과 인디 뮤지션들이 내한공연을 하거나 페스티벌 무대에 서왔음에도 콜드플레이는 계속 한국공연을 하지 않고 있었다. 콜드플레이와 함께 음악 마니아들이 가장 열망했던 라디오헤드(Radiohead)가 2012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에 선 뒤에는 그 열망은 더 커졌다.

이제 유투(U2)와 콜드플레이만 오면 된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물론 롤링스톤즈(Rolling Stones)도 내한공연을 하지 않았고,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도 내한공연을 하지 않았다. 내한공연을 하지 않은 뮤지션은 충분히 더 찾을 수 있지만 그만큼 콜드플레이는 상징적이었다. 유투가 1980년대부터 전 세계 록 밴드를 대표하는 거장이라면, 콜드플레이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롤링스톤즈나 아케이드 파이어는 음악적 위대함과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인기가 높지는 않았다.

콜드플레이는 1998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된 4인조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 지금까지 7장의 정규 음반과 2장의 라이브 음반을 발표했다. 밴드의 멤버는 4명. 보컬 겸 기타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인 크리스 마틴, 기타리스트 조니 버클랜드, 베이시스트 가이 베리먼, 드러머 겸 기타리스트인 윌 챔피언이다. 이들의 음반은 지금까지 총 8,000만장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2000년에 발표한 1집 [Parachutes], 2002년에 발표한 2집 [A Rush of Blood to the Head], 2005년에 발표한 3집 [X&Y], 2008년에 발표한 4집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가 연달아 히트하면서 세계적인 밴드로 성장했다. 1집부터 160만장이 팔렸고, 베스트 얼터너티브 뮤직 퍼포먼스와 앨범 부문을 수상했다. 2집은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했다. 3집은 83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그 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 되었다. 4집은 브릿 어워드와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록 앨범과 베스트 팝 퍼포먼스 등을 석권했다. 콜드플레이는 지금까지 그래미상은 7번, 브릿 어워드는 9번이나 받았다.

음악 장르를 확장해가는 콜드플레이

콜드플레이가 이렇게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음악 때문이다.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라디오헤드, 더 버브(The Verve) 더 스미스(The Smiths), 블러(Blur), 알이엠(R.E.M.), 오아시스(Oasis), 트래비스(Travis) 등의 영향을 받은 얼터너티브 록 음악이다. 록 음악답게 강렬한 사운드를 선보이지만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거칠고 원초적이기보다는 섬세하고 감성적이다. 일렉트릭 기타로 징글쟁글한 사운드를 만들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앞세워 매혹시켰던 브릿팝 밴드들의 장점을 콜드플레이는 자신들의 매력으로 내재화했다. 실제로 초기에 크리스 마틴은 라디오헤드를 모방하기도 했고, 제프 버클리(Jeff Buckley)를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데뷔 초기에 누구를 모방했던 간에 콜드플레이는 음반을 발표하면서 계속 장르를 확장했는데, 늘 일렉트릭 기타와 보컬로 아름답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멜로디를 뽑아내고 피아노와 건반으로 연결해 확장하면서 서사를 키우고 공간감을 만들어내 음악 안에 파묻히도록 만들어버렸다. 음악이 이성 대신 감각을 재현하고 감각을 자극한다고 할 때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자주 인간의 마음 속 가장 여린 속살을 탐미적으로 끌어내 찬란하게 폭발시켜버렸다. 콜드플레이의 대표곡으로 특히 사랑받는 ‘Fix You’나 ‘Viva la Vida’, ‘Don’t Panic’, ‘Yellow’, ‘The Scientist’를 듣는 것만으로도 콜드플레이에 빠져들기는 충분하다.

공연하는 콜드플레이
공연하는 콜드플레이ⓒ유튜브 영상 캡처

게다가 콜드플레이의 노래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사운드만큼 공들여 쓴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당신이 최선을 다했지만 이루지 못했을 때/원하는 걸 얻었지만 필요한 건 아닐 때’, ‘눈물이 당신의 빰에 흘러내릴 때’, 당신을 어루만져준다고 노래한 ‘Fix You’는 특히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로큰롤 인생(Young At Heart)’에서 병색이 완연한 노년의 프레드 니들이 ‘Fix You’를 부르는 장면은 가슴 뭉클해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여느 대형 내한공연이 그렇듯 진작부터 콜드플레이의 공연 셋 리스트가 돌고, 콜드플레이의 팬들은 부지런히 가사를 외우고 있다. 떼창이 펼쳐지고 콜드플레이의 멤버들은 세계 최고의 밴드답게 멋진 공연을 보여줄 것이다. 공연에 온 이들은 잊지 못할 순간들을 품고 돌아갈 것이며, 오래오래 다시 이야기 하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은 이례적이다. 누구나 공감하듯 지금은 록의 시대가 아니고, 콜드플레이가 영향을 주고받은 록 밴드들 역시 더 이상 전성기가 아니다. 그리고 콜드플레이의 인기 역시 얼마나 더 유지될지 알 수 없다. 이만한 규모의 공연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현대카드 같은 대자본이 나서야 한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음악은 유행을 뛰어넘고, 무대 위의 뮤지션 수보다 훨씬 많은 이들에게 날아가 그야말로 꽂혀버린다. 그 순간은 국적도 자본도 언어의 차이도 사라진다. 오직 어떤 마음, 그리고 멜로디와 리듬과 가사와 사운드가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의 힘만이 존재한다. 음악은 그 공간의 45,000명에게 동시에 들리겠지만 45,000명의 관객에게 콜드플레이는 각각 개별적으로 수용되고 개별적으로 해석될 것이다. 그 개별성이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만나 장엄한 감동으로 뭉치고 물결칠 것이다. 그저 멜로디와 리듬과 가사와 사운드뿐일 음악이 이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번번이 낯설고 신비롭다. 그러나 그 음악으로 우리는 자신을 확인하고 자신을 발견하며 비로소 자신이 된다. 설레고 들뜨고 뜨거워졌다가 젖어들고 평화로워지는 자신. 자신도 끝내 다 알지 못하는 자신. 음악이 위대한 이유는 사실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해서가 아니다. 그저 하찮은 자신을 달래고 어루만져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자명한 사실을 콜드플레이의 공연에서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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