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만민보] 10년차 기자에서 ‘심플라이프’ 전도사로 변신한 탁진현 씨
없음

누구나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현실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정작 벗어날 용기를 내는 일은 좀처럼 힘들다. 그럴 때 주저 없이 자신을 둘러싼 물건을 버리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심플라이프’ 전도사 탁진현 씨가 그 주인공이다.

“10년간 쌓아온 것을 하루에 싹 다 비워냈어요. 어떤 감정이 들었냐고요? 텅 빈 베란다를 보는 순간, 지난 삼십몇 년간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해방감과 홀가분함이 들었어요”

'심플라이프' 운영자 탁진현 작가
'심플라이프' 운영자 탁진현 작가ⓒ제공 : 탁진현

시작은 이랬다. 10년간 신문사 기자로 일한 그는 어느 날 수북하게 쌓인 40여 권의 취재수첩과 보도자료 등을 정리했다. ‘언젠가는 쓸 일이 있겠지…’라며 하나둘씩 모아둔 것들이 상자로 7개나 됐다. 그러나 막상 취재수첩을 펼쳐보니 본인이 쓴 글씨인데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게 없었단다. 알아보지도 못할 걸 여태 신줏단지 모시듯이 끌어안고 살았다고 느낀 탁 씨는 그날 주저 없이 비워냈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비워내자 행복(?)이 찾아왔다는 탁씨는 3년 전까지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하루하루가 쏟아지는 일에 쫓기는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회사에서 개인 책상을 없애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책상에 있던 담요, 칫솔 등 잡다한 물건까지 모조리 비웠다.

“모든 걸 다 치워버리니까 현실은 그만둘 수 없지만 언제든 발만 나가면 될 거 같은 이상하게 홀가분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후에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줄었어요. 잦았던 야근도 안 하게 됐죠”

물건을 비워낸 것만으로도 일상의 변화를 경험한 탁 씨는 그 뒤로 직장 동료들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이런 방법을 추천해왔다고 한다. 일각에서 '머리깎고 스님이 되려고 하느냐'는 우려섞인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겐 물건을 비우기 위한 박스를 선물하기도 했단다.

이제는 자신의 물건이 여행용 가방 하나에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줄었다.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자취할 당시엔 방 안의 가구로는 행거와 책상, 딱 2개만 놓고 생활했다. 가지고 있는 옷도 4계절 모두 합해 25벌로 줄였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중고나라에 팔거나 기부했다.

탁 씨는 4년 전 10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무리 짓고 회사를 나왔다. 물건을 비워내는 습관을 기르면서 삶에 활력을 되찾고 있었지만, 그간의 스트레스 탓인지 건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회사를 나오면서도 딱히 불안은 없었다고 한다.

“2년 정도 심플라이프를 실천하다 보니까 돈에 대한 부분도 많이 줄었어요. 카드도 하나로 줄이고 보험도 정리하고. 재정을 단순화 하다 보니까 생활비가 평소보다 절반으로 줄더라고요. 일부러 애써서 힘들게 절약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도 잘 살 수 있구나’ 라는 걸 깨달으면서 회사를 관둬도 될 거 같더라고요. 실제로 관뒀는데 잘 살았어요(웃음)”

탁진현 씨의 방
탁진현 씨의 방ⓒ제공 : 탁진현
탁진현씨가 운영하는 '심플라이프'
탁진현씨가 운영하는 '심플라이프'ⓒ민중의소리

“사람들을 악순환의 늪에서 벗어나게 돕는 것이 사명”

그는 회사를 나오기 전부터 자신의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었다. 사이트를 처음 만든 당시만 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2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심플라이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한다.

‘단순하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한 가이드’
탁 씨의 ‘심플라이프’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구다. 실제로 사이트에서는 건강, 돈 관리, 집 살림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심플라이프를 실천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그는 ‘심플 라이프’란 나의 삶 모든 영역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만을 남기는 태도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정하는 기준은 현재 이것이 내 삶을 풍요롭게,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 탁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언젠가의 행복도 아니고, 예전의 행복도 아닌 지금 현재의 행복'.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음이 불안해지죠. 예쁜 가방 옷이나 보이면 사요. 이것저것 사들이다 보면 집에 물건들은 계속 쌓여가요. 그러면 또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해요. 그럼 돈이 필요해지니까 일하기 싫은데도 아등바등 일하는 악순환이 벌어져요. 저는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멀찌감치 떨어져서 밖에서 보니까 사람들이 악순환의 무한루프를 돌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탁씨는 사람들이 그 악순환의 무한루프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 되었다고 말한다. 심플라이프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 이외에도 출간을 앞둔 책 준비나 틈틈이 강연도 하고 있다고.

“강연을 하면서 물건을 비우는 과정에서 마인드 자체를 변화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자기가 스스로 물건을 보면서 고민하고 덜어내지 않으면 삶의 태도는 바뀌지 않아요. 그래야만 물건을 사는 것도 억지로 절약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 소비를 줄이게 되는 거고. 물건을 비우는 건 나한테 필요한 걸 선택하는 걸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심플라이프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가장 쉬운 것부터 하면 돼요. 영어 공부하려고 마음먹으면 오히려 부담되어서 못 하잖아요. 그것처럼 집에 비워야 될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 못 버려요. 가장 쉽고 못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남의 물건 말고 내 물건부터요”

박소영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