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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실망스러운 대미 인식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 면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민주당측은 부인했으나 펜스 부통령의 방한 일정을 관리한 백악관 외교정책 고문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줬다. 두 후보가 경쟁적으로 펜스 부통령 면담을 추진하다 거절당한 일은 어느 모로 보나 볼썽사납다.

미국 측이 면담 요청을 거절한 이유는 한쪽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사실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미국 부통령이 선거 운동에 뛰어든 다른 나라 대선 주자를 만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외교적 형식을 갖추기도 어렵고, 의미 있는 외교적 합의를 도출하기도 쉽지 않다. 외교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두 후보 측에서 이를 몰랐을 가능성도 낮다. 그런데도 선거운동 이벤트에 활용하려다 망신만 산 셈이다. 민감한 사안을 공개해 버린 미국 측의 오만함도 문제지만, 주권 국가의 대선 후보로서도 부적절했다. 후보 시절부터 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한다면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겠는가. 낯 뜨거운 일이다.

면담 요청을 확인해 준 백안관 고문은 이 뿐 아니라 “(사드 배치) 일정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 몇 주에서 몇 달간 미끄러질 수 있다”, “솔직히 5월 대선이 끝날 때까지, 다음 대통령의 결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사드 배치는 문제지만 이미 양국 간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 안 후보가 그동안 이런 입장이었고, 모호성을 유지하던 문 후보도 얼마 전부터 이와 흡사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당사자의 하나인 미국이 되려 이처럼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다면 유력 후보들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체념적 자세가 아니라 사드 배치 반대란 평소의 견해를 뚜렷이 밝히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소신을 펼치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과연 우리의 국익과 주권을 지킬 수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결기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인사를 만나 정권의 정당성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으려 했던 기득권 세력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나. 할 말은 당당히 하며 최소한의 위신과 국익은 지키는 대통령이 절실한 이 때, 두 유력 후보의 대미 인식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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