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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세월호 참사 3년의 대중음악
밴드 파울로시티의 'Yellow' 엘범 커버 이미지
밴드 파울로시티의 'Yellow' 엘범 커버 이미지ⓒ북극곰사운드

3년 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음악인들의 기록’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음악인들이 추모곡을 계속 발표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추모곡을 공식 음원으로 발매하지 않고 유튜브 등에 동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발표했는데 자칫하면 잊혀지고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링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 페이지에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창작곡들을 장르나 완성도에 관계없이 가능한 전부 링크해두고 있다.

사실 이렇게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일은 드물다. 1980년 5월 민중항쟁이나 1987년 6월 항쟁도 이렇게 빨리 음악화되지는 않았다. 한국 현대사의 다른 큰 사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충격이 컸기 때문이고, 슬픔과 분노를 토해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또한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공유하기 쉬워져 마음만 먹으면 추모곡을 발표할 수 있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세월호 2주기 때까지 최소한 100여곡 이상의 추모곡이 발표되었다. 지난 1년 사이에 발표된 추모곡들도 꽤 있다. 추모곡을 만든 이들은 지명도와 장르, 활동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그만큼 세월호 사건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슬픔을 안겼고, 희생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로 무너져버린 우리 자신을 추모하고 위로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는 여객선 사고였다. 하지만 그날 침몰한 것은 세월호와 수많은 승객들만이 아니었다.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이 사회의 시스템이라는 공적 기능과 가치가 함께 침몰했다. 아니, 이미 침몰해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였다. 이미 침몰해 있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였고,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참사는 단지 2014년 4월 16일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배가 침몰하고 뭍으로 인양된 지금까지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한결같이 무능하고 뻔뻔하며 악랄했다. 국가 시스템은 제 할 일을 하지 않았고, 검찰과 언론과 정치는 외면하거나 방조하거나 외롭게 싸웠다. 그 정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참사에 대한 공감은 둘째 치고, 제 역할조차 다하지 않은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막고 세월호 참사를 정치 공방으로 변모시키는 주역이 되었다. 진실에 대한 열망은 정치적 편가르기로 짓밟혔고, 무엇 하나 속시원히 밝혀지지 못했으며, 누구 하나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다. 적폐가 쌓여 벌어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송두리째 다시 보여주었고, 그 적폐 앞에서 스스로 거대한 벽이 되어 누운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세월호 참사를 담은 노래들이 세월호 참사의 사회정치적 의미를 내밀하게 분석하지는 않았다. 산문이나 영상으로 표현하기는 쉬웠으나 노래로 논리적인 분석을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이는 음악언어의 차이이기도 했다. 게다가 세월호가 뭍으로 인양되지 않고, 실종자가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황,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자가 국정을 대표하는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슬픔을 눈물 흘리지 않고 말하기에는 3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세월호 참사를 담은 노래들은 추모와 위로, 미안함이라는 메시지를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으로 높은 설득력을 가진 곡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이 또한 세월호 참사를 음악으로 잘 담기에는 현실의 고통과 답답함이 너무 가깝고 컸기 때문이었다.

'세월호‘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를 대신하는 추모곡들

그런데 올해로 세월호 참사가 3년째 되면서부터는 음악적으로 좀 더 잘 완성된 곡들이 발표되고 있다. 만들어진지 3년만에 비로소 공식 발표된 솔가와 이란의 곡 ‘잊지 않을게 0416’은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하모니카 연주의 포크 사운드로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단정하게 노래한다. 침잠하는 모던 포크 뮤지션 니들앤젬은 4월 17일 싱글 ‘34N125E’을 발표했는데, 34N125E는 북위 34도, 동경 125도. 바로 세월호가 침몰한 좌표였다. 니들앤젬은 그 좌표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절망과 귀환을 몽롱하고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이 곡은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들의 어법으로 소화해낸 뒤에야 만들어질 수 있는 곡이라는 점에서 특기할만 하다. 좋은 작품은 정서적 파동을 고스란히 옮기만 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 안에 일렁이는 감정을 자신 밖으로 끄집어내 예술언어로 옮기며 거리를 만들어 객관성을 확보하고 감정만큼의 서사와 파장을 갖게 할 때 좋은 작품이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포스트록 밴드 파울로시티가 4월 17일에 발표한 새 음반 [Yellow]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첫 음반을 발표한 파울로시티는 이번 음반에 총 다섯 곡의 노래를 실었는데, 이 곡들은 모두 세월호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 곡 ‘1’은 “문자메시지 옆에 떠 있는 숫자”로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문자 메시지에 붙은 숫자를 통해 지워지지 않을 아픔을 담고 있다.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조동희와 함께 부른 ‘꽃바다’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을 아득하고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이 또한 그리운 이들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이들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리움과 절망과 슬픔을 미학적으로 사유하지 않으면 표현할 수 없는 곡이다. 비통함과 원통함이 넘치고 넘쳐 애틋해지기까지의 시간을 파울로시티는 포스트록의 영롱하고 서정적인 사운드로 표현해냄으로써 긴 시간의 고통과 지워지지 않을 그리움을 아름답게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꿈속에서라도 너를 만난다면 내 의식이 들어가 있는 자각몽 속에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Lucid Dream'에서도 파울로시티의 탐미적인 포스트록 사운드는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간절함을 음악으로 풍성하게 재현해냈다. 이 간절함과 안타까움을 포스트록의 언어로 재현해서 음악 장르 언어의 가치를 보여주고, 더 내밀하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파울로시티가 이번 음반에서 해낸 역할이다. “촛불이 되어 세상을 밝혔던 날들의 기억”을 담은 곡 ‘Flame Butterfly’는 좀 더 록킹한 사운드로 타올랐던 촛불의 열망과 촛불로 인해 바뀐 역사의 격동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밴드 파울로시티
밴드 파울로시티ⓒ북극곰사운드

그리고 마지막곡 ‘Diver’는 “그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집에 가는 길을 배웅한 잠수사들”의 움직임과, 처절하고 고통스러웠음에도 희생자들의 귀환을 위해 애쓴 그들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그려냄으로써 세월호 3년의 기록을 복원하고, 진심어린 추모의 표현에 다다랐다. “집에 가자”라고 노래하는 목소리는 잠수사들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유가족들의 목소리이자, 미수습자 가족들의 목소리이고, 함께 눈물 흘린 시민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파울로시티는 이렇게 자신들의 음악으로 세월호 참사를 깊이 있게 기록함으로써 세월호 참사를 담은 음악의 총체성을 확장하고, 참사의 역사를 더 충실하게 기록했으며, 음악으로 역사를 담는 방식과 가치의 차이와 아름다움이 지닌 독자성을 증명하는데 비교적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뭍으로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으며, 참사의 책임자들 역시 죄값을 치루지 못했다. 사회정치적 평가와 진실 규명, 법적 처벌의 과정이 여전히 남아 있는 오늘, 예술이 감당해야 할 역할은 단지 거리와 정치 사이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 많은 세월호 음악들이 필요하다. 국가와 재난과 인간과 역사와 책임과 연대와 절망과 희생과 희망에 대해, 그리고 더 무수한 이야기가 음악으로 담겨서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게 되기를 바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직도 너무 많고, 법과 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이야기 역시 무수하다. 음악은 바로 그 이야기를 대신하기 위해 존재한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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