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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맹목적 친미와 반북은 청산해야 할 첫번째 적폐다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대선후보 TV토론이 19일 밤 열렸다. 후보당 9분씩 주어지는 두 번의 총량식 난상 토론은 과거의 단조로운 토론에 비해 흥미로운 것이었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만 공세가 집중되어 ‘문재인 청문회’처럼 비치기도 했다. 토론의 형식은 보완해야겠지만 자유롭고 적극적인 토론이라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내용이다. 첫번째 정치·외교·안보 분야의 토론에서 나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색깔공세는 한마디로 한심할 정도였다. 홍 후보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유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건 누구에게도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홍 후보와 유 후보가 공세를 편 상대는 두 번의 정권을 뛰어넘은 과거 정권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이들 후보가 내놓은 것은 1997년과 2002년 대선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맹목적 ‘친미’는 아예 모든 후보들의 입에서 반복됐다. 지금의 한반도 위기에서 미국은 명백한 ‘도발자’의 위치에 서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에 대한 공습에서처럼 누구의 동의도 없이 단독 행동을 감행하겠다는 태세다. 이른바 ‘선제타격’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 아닌가. 그런데도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포함해 모든 후보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맨앞에 앞세웠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하면 그것도 맞고,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면 그것도 맞고, 미국이 중국을 부채질해 ‘북한압박’을 하면 그것도 맞다는 식이다. 어떤 후보도 미국의 선제타격이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장난’이라는 걸 지적하지 못했다.

‘북한’만 나오면 1970년대 반공 경쟁을 하는 구태도 반복됐다. 이른바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유 후보는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를 수차례나 반복해서 물었다. 차기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남북대화는 지속적으로 시도될 것이며, 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들이 이런 수준 낮은 이야기를 토론이라고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속이 터질 지경이다.

맹목적 친미와 반북은 해방 이후 우리 정치를 근본적으로 옭아맨 낡은 굴레다. 적폐 중의 적폐다. 분단의 현실을 뛰어넘어 한반도 전체를 보는 역사적 시야를 갖춘 정치인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서 가장 절실한 과제라는 걸 19일 TV토론은 재확인시켜줬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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