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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백남기 ‘감사보고서’ 제출하라” 법원 명령도 불복한 경찰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세상을 떠난 고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검찰에 국가 폭력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세상을 떠난 고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검찰에 국가 폭력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경찰이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직후 작성한 청문감사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불복해 항고했다. 해당 문서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돼 있어 공개될 경우 경찰 공무수행 차질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침해된다는 이유다.

20일 백남기 농민 소송대리인단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망 사건’ 민사소송 과정에서 청문감사보고서 등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이 부당하다며 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은 백 농민 사건 직후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의 청문조사에서 작성된 살수차량 현장지휘자와 운용자 3명에 대한 진술서와 청문감사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그간 경찰은 해당 문서에 통신약호(경찰 무전음어) 및 집회 관리 작전계획 등이 포함돼 문건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입증할 자료를 경찰이 전혀 제출하지 않아 국가 이익을 해친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제출을 명령했다. 단 법원은 통신약호 등 기밀사항을 제외하고 문건을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법원의 명령에 경찰은 즉시 항고를 결정했다. 이유는 경찰이 그간 주장해 온 경찰공무원의 직무상 비밀 등이 포함돼 문건이 공개될 경우 경찰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백남기 소송대리인단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기밀사항과 개인정보 등을 제외하고 문서를 제출하라는 법원 명령도 무시하고 경찰이 비슷한 이유로 문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소송 시간끌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항고는 법이 정한 정당한 절차”라며 “항고 과정에서 재판부 명령의 부당함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차적인 조사로 작성된 ‘엉터리 보고서’” 지적도
500일 넘게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 ‘백남기 특검’ 필요성

2015년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농민 백남기 씨에게 계속 물대포를 쏘고 있다.
2015년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농민 백남기 씨에게 계속 물대포를 쏘고 있다.ⓒ양지웅 기자

법원이 제출 명령을 내린 청문감사보고서와 진술서는 살수차 운용자 등의 최초 진술을 바탕으로 작성돼 사건 발생 경위를 가장 잘 담고 있을 문건으로 여겨졌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은 사건 발생 당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살수차 현장지휘자와 운용자 3명을 상대로 감사를 실시해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이 1차적인 진술조사 만으로 작성된 ‘엉터리 보고서’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감찰을 진행해야 할 상황에서 검찰 고발이 들어가 (감찰이) 중단됐다. 그래서 최종보고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당시 청문감사관도 국회 청문회에서 “조사 중에 경찰이 고발당하면서 조사를 중단해 1차적인 조사밖에 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백 농민 청문감사보고서는 중간보고서 형태로 남아있다.

작년 9월 청문회 과정에서 경찰이 3~4페이지 분량의 청문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려는 과정에서 의원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남춘 의원실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 경찰이 언론에 나온 수준의 정보를 담은 ‘엉터리 보고서’를 제출하려 해 거부하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백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500일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현재까지 관련자 중 기소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 백 농민 유가족들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경찰관계자 7명과 국가를 상대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경찰 내부 감찰 조사도 관련자들의 초기진술을 받는데 그쳤고, 이같은 진술을 담은 감사보고서조차 제출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백 농민 사건의 진실이 덮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백 농민 사건에 관한 특검을 실시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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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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