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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인인증서와 엑티브엑스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의 4차산업혁명

2017년 4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몇 번의 클릭과 입력으로 전 세계의 물건을 손쉽게 집으로 받아볼 수 있는 사회를 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아마존이 그렇다. 신용카드 번호, 카드 유효기간과 카드 뒷면에 있는 CVC코드 입력만으로 1분 만에 결제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도 그럴까?

지난 4월 10일 국회에서 공인인증서 문제해결을 위한 연속토론회가 오픈넷, 생활정책연구원, 국회의원 김세연, 김관영, 홍의락, 김영진의원과 여러 스타트업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직접 온라인 쇼핑을 통해 책을 구입해서 IT 규제를 체험해보는 3D 규제 체험회가 열렸다. 5분이 지났지만 참여한 3명 국회의원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결제창조차 보지 못했다. 핸드폰 실명인증의 늪에 빠져서.

국회의원도 결제 못하는 온라인 쇼핑몰

대한민국에서는 1분 안에 결제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터넷 결제를 이용해본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도층인 국회의원조차도 힘든 인터넷 결제. 왜 그럴까? 이 역시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바로 ‘공인인증서’와 ‘엑티브엑스’로 대표되는 IT 규제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터넷 다르고 미국 인터넷이 다른가? 아니다. 미국이나 대한민국이나 똑같이 Windows나 Mac을 운영체제로 사용하고, 똑같이 Internet Explorer나 Chrome 브라우저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아무런 차이가 없다. 대한민국에만 있는 수많은 보안프로그램과 공인인증서, 규제 없이도 해외에서는 멀쩡하게 시장자율의 몫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각종 사전 규제는 새로운 기술적 대안을 놓고 경쟁하는 혁신적 시도 자체를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IT 규제로 인한 피해는 이용자의 불편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도 큰 손해를 낳는다. 대한민국 서비스인 싸이월드는 실명인증 없이 가입할 수 없었다. 외국인이 가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아무런 실명인증 없이 가입한다. 한국어 서비스가 나오기도 전부터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만약 대한민국의 IT 규제가 없었다면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을 대신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은 과도한 상상일까? 아마 우리나라의 IT 환경 속에서 구글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 아마존 제프 베조스, 알리바바 마윈과 같은 혁신적인 기업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더 과도한 상상 같아 보인다.

본인확인 규제뿐만이 아니다. 해외 쇼핑몰들에서는 결제도 카드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된다. 카드번호를 저장해서 이후 결제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카드번호를 저장하는 것은 불법이다. 게임분야도 보자. 국내에서는 게임을 출시할 때 게임물등급관리위원회에 수백만원의 심의료를 지불하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해외의 Steam이라는 게임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게임들은 한국어로 서비스하지만 대한민국 게임물등급관리위원회의 심의는 물론 받지 않는다.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뉴시스

스타트업이 중심이 된 ‘IT 규제 대개혁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최근에 4차산업혁명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4차산업혁명을 논하는 시대에 대한민국은 공인인증서와 엑티브엑스로 대표되는 IT 규제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T산업의 발전과 미래먹거리를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내에 사업장을 두고 운영하는 기업 - 즉, 대한민국에 세금 내는 기업에게만 온갖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중국이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기업에 경제보복을 하는 것처럼 한국은 한국에 세금을 낸다는 이유만으로 국내기업에 IT 규제로 이상한 경제보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정보통신분야에서는 국경이라는 것이 없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규제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IT 규제를 만들면 만들수록 국내기업의 발목만 잡는 셈이다. 이제는 제 살 깎아 먹는 IT 규제를 그만둬야 한다. 그래야 4차산업혁명도 가능할 것이다.

‘공인인증서 문제 해결을 위한 이용자모임’이 IT정책과 관련하여 4월 초에 대선후보에 보낸 질의서에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관련한 IT규제를 철폐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제 그럼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이런 현실이 ‘옛날’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요구하고 있는 공인인증서가 국내 쇼핑몰의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공인인증서와 엑티브엑스 폐지를 공개적으로 지시했었다. 그래서 엑티브엑스가 사라지고 EXE 프로그램들로 바꿨다. 발목을 잡지 말랬더니 발목을 잡지 않고 묶어버린 셈이다. 이처럼 규제당국과 그 이해당사자들의 검은 카르텔이 참 막강하다. 다음 정부에서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이유다.

모든 대선후보들에게 다음 정부의 최우선 개혁과제 중 하나로 ‘IT 규제 대개혁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다음 정부에서는 공무원이 주도하는 규제개혁장관회의나 현장을 모르는 책상머리 전문가나 교수가 아니라 민간의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개혁이어야 한다. 스타트업 대표들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IT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고,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서 민간 중심의 개혁을 시작하자. 이 위원회에서 도출된 안을 국정주요과제로 선언하고 관련 입법, 조치들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현장의 절실한 요구와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함께해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만약 IT 규제가 전부 없어지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민의 시간이 꽤 절약될 것이다. 또 수많은 국내기업의 외국기업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4차산업혁명의 시작이다. 이 만큼 시급하고 실현 가능성과 효율이 높고 예산도 별로 들지 않는 복지정책, 산업정책이 또 있을까.

최훈민(씨투소프트 대표, 공인인증서 문제 해결을 위한 이용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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