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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문재인이다. 2017년 5월 9일 화요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투표율 77.2%)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1.1%의 득표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그가 얻은 표는 13,423,800표. 2위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는 5,570,951표 차이나 된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고,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 치러질 때부터 예상되었던 결과이다. 물론 변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판세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10년만의 정권교체이고 많은 이들이 염원했던 결과라서 더 기뻐할 법도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은 촉박하다. 이미 오늘 오전 8시 9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시작되었다. 그의 앞에는 무수한 과제들이 쌓여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부터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우병우 수석을 구속해서 처벌해야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주의 파괴의 주범들이 모두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 쌓인 적폐들을 모두 바로 잡아야 한다. 4대강 사업부터 전면 조사해야 한다. 자원외교와 방산비리 등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비리들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 유야무야되었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2기 활동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할 뿐만 아니라, 진실을 은폐했던 세력들이 죄의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 국민통합도 좋지만 국민통합을 핑계로 잘못된 과거를 덮어선 안 된다. 단호해야 할 때 단호하지 못하면 역사는 되풀이된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드 배치 문제, 비정규직 문제, 저출산 문제, 성평등 문제, 검찰/재벌/언론 개혁 문제, 복지 확대 문제, 북핵 문제 등 해야 할 일들은 무수히 많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문만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길을 막고 선 상황이다. 더 이상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하는, 할 수만 있다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여주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맡겨졌다. 하나 같이 쉽지 않은 일이고, 그의 임기 내에 다 해내기 어려운 일들이다. 종일 잠들지 않고 골몰해야 할 것만 같은 고생길이 이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만 하지 않기를, 음악도 즐기기를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일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일을 하는 자리이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을 다해야겠지만 열심히 일하는 만큼 잘 놀고 잘 쉬었으면 좋겠다. 사실 대한민국은 노동과잉 사회다. OECD국가 중 최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노동절에도 일하고, 선거날에도 일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연차휴가를 20일로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여름휴가도 12일 이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자신부터 잘 쉬고 잘 놀았으면 좋겠다. 인생이 오직 일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일한만큼 쉬면서 즐기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는 가치를, 이제 우리도 그럴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 자신부터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하는 모습만큼 대통령이 놀고 쉬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는 차량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어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는 차량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어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놀고 쉴 때에는 음악이 자주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1953년생인 문재인 대통령의 애창곡은 ‘꿈꾸는 백마강’과 ‘벚꽃엔딩’이라고 한다. 당연히 1960년대와 70년대 감성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의 삶에서 음악의 비중이 크게 높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삶은 정치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정치 이외의 일들은 덜 중요하거나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개 정치인들이 공연이나 전시, 영화를 볼 때는 그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 뭔가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할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고, 연극을 좋아하는 대통령을 가져도 좋을 때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문화예술인과의 접촉이 꽤 많았고, 적극적인 편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직접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떠날 때마다 팝의 명곡들과 최신곡들을 두루 선곡해서 공개함으로써 자신이 음악적으로도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바 있다. 음악은 단지 시간이 남을 때 즐기는 취미가 아니라 한 인간의 감성을 채우고 자극하면서 교감하는 매개체이다. 음악은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고 발견하게 하며, 타자를 이해하게 하고 소통하게 하는 아름다운 대화이다. 음악은 산업으로 한국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소중한 위로이며 생의 축복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처럼 근사한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지는 못한다 해도, 간간히 자신이 즐겨듣는 음악을 이야기 하고, 음반을 사고, 공연장에서 마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표를 얻기 위해서, 해외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인 뮤지션을 격려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자신도 음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만큼 음악계에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앞으로 청와대를 광화문쪽으로 옮긴다고 했는데 항상 야근하지 않고 가급적 정시에 퇴근한 다음, 대형 공연장이든 소형 클럽이든 종종 찾아가 음악을 즐기는 대통령은 얼마나 멋진가. 유럽의 국가 수반들처럼 근사한 음악 페스티벌에 소리 소문 없이 와서 조용히 즐기다 가는 모습을 일 년에 한 번씩만 보여줘도 훌륭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

사실 이제 막 바쁘게 대통령직을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듣고 싶은 몇 곡의 노래가 있다. 첫 번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왜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청와대에서 목 놓아 부르지 않더라도, 이제 불필요한 논란을 마무리 할 때다. 내년 5.18 기념식을 기다려본다.

함께 듣고 싶은 두 번째 노래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광장에서 여러 번 들었을 노래이다. 아마 그 역시 따라 불렀을 것이고 가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노래를 함께 듣고 싶은 이유는 단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야 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이 짧은 노래는 지난 3년여 동안 수많은 이들의 피눈물이 담긴 노래이자, 끈질긴 희망이 쌓이고 쌓인 노래이다. 그 참혹했던 시간동안 수많은 시민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함께 울었고, 함께 다짐했다. 절망하지 않겠다고, 물러서지 않겠다고, 우리 스스로 희망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시민들이 없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지 못했을 것이며, 정권교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노래는 그 뜨거웠던 광장의 시간을 가능하게 했고, 결국 민중의 힘과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 역시 어둠과 빛, 거짓과 참, 진실의 잣대로 냉정하게 평가받고 때로는 비판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이 노래를 함께 듣고 싶다. 부디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에 다시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함께 듣고 싶은 세 번째 노래는 지보이스의 노래이다. 지보이스는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친구사이에서 2003년에 창단한 한국 최초의 게이 합창단이다. 이 노래를 함께 듣고 싶은 이유를 그 자신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3일 제4차 TV토론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밝혀 수많은 성소수자들과 시민들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겼다. 비난이 쇄도하자 4월 27일 공식 사과하기는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이다. 성적 지향의 차이만으로 불평등을 감당해야 하는 사회가 나라다운 나라일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보이스의 노래를 듣고, 가능하다면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여전한 차별과 배제를 줄여가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윤선 ‘쉬 무브스 온’ 커버
나윤선 ‘쉬 무브스 온’ 커버ⓒ허브뮤직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듣고 싶은 네 번째 노래는 김동산과 삼각전파사의 ‘수원 지동 29길’이다.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만든 [젠트리피케이션] 음반에 수록된 이 노래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음악으로 잘 담아낸 곡이다. 지금도 많은 중소상인들과 서민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래서 자립음악생산조합을 중심으로 한 음악인들이 공덕동과 노량진 수산시장 등지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음악인들이 노래로 연대하며 제 역할을 다할 때, 대통령은 그 음악을 들으며 밀려난 이들의 고통을 제 것처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대통령이 할 일이 공감만은 아니지만 아픔에 공감할 때 위로는 진실해지고, 정책은 따뜻해진다. 아울러 이렇게 곳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음악인들의 삶에 눈을 맞추는 것 역시 대통령이 할 일이기도 하다. 촛불의 안팎에는 수많은 노래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 노래를 부른 음악인들의 삶에도 촛불을 켤 때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듣고 싶은 마지막 노래는 나윤선의 ‘Momento Magico’이다. 사실 가능하다면 혁오의 새 노래도 함께 듣고 싶고, 태연이나 종현의 노래도 함께 듣고 싶다. 로다운30의 노래도 함께 듣고 싶지만 1953년생인 문재인 대통령의 나이를 생각하면 너무 과한 욕심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고른 곡은 나윤선의 곡이다. 나윤선은 유럽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재즈 보컬리스트로서 뛰어난 실력으로 감동을 안겨주는 우리 시대의 뮤지션이다. ‘Momento Magico’는 재즈를 모르고, 나윤선을 모르더라도 빠져들 수밖에 없을 만큼 압도하는 에너지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나윤선의 대표 곡이다. 이런 곡들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음악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5년 뒤 대통령직을 마치고 시민으로 돌아간 문재인 씨와 공연장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다면 참 멋지지 않을까. 그 때 그를 웃으며 지켜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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