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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수 칼럼] 전교조 합법화는 상식의 회복일 뿐

22일 아침 중앙일보를 필두로 조간신문들은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언론은 이를 ‘전교조 재합법화’라고 쓰고 있다.)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친절하게도 현재 소송 중인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을 대통령의 행정지침만으로 철회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훈수를 둔다.

촛불개혁 10대 과제 중 두 번째 과제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의 당내 선거대책기구였던 국민의나라위원회와 민주당내 싱크탱크라고 불리는 민주연구원이 보고서 형식으로 펴낸 ‘신정부의 국정환경과 국정운영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형식으로 발간된 자료에서 ‘촛불 개혁 10대 과제’ 중에서 두 번째 과제로 제시된 것이 바로 ‘전교조 재합법화 선언’이다.

이 보고서는 “초기 100일은 대통령 임기 5년의 성패를 좌우하는 ‘프라임 타임(prime time)’”이라면서 첫 6개월 또는 1년 동안 개혁 과제에 집중, 성공사례를 만들어 냄으로써 개혁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하면서 집권 초기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혁과제를 실행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개혁 과제 중에 즉시 시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문재인 정부가 선제적으로 실행해야 할 10개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보고서가 정한 ‘즉시 시행 가능한 촛불개혁 10대 과제’는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자 인정, 교원노조 재합법화 선언,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 인력 재정 추가 지원, 4대강 복원 대책기구 구성,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재수사, 최저임금 공약준수 의지 천명과 근로감독 강화 시행, 노동개악 4대 행정지침 폐기, 개성공단 입주업체 긴급 지원, 박근혜 정부 언론탄압 진상조사 착수, 국정원 국내정치 개입 금지 등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제1과제인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은 이미 지난 스승의 날에 업무지시를 통하여 지시한 바 있다. 세 번째 과제인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 인력 재정 추가 지원도 이미 제2의 세월호 특조위 구성을 통하여 지시한 바 있다. 4대강 문제도 오늘 보 개방을 비롯하여 근본적 재검토를 지시하였으며, 개성공단 입주 업체 긴급 지원 문제도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 유연화 방침을 통하여 시동을 걸었고, 서훈 국정원 내정자 임명을 통하여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금지도 이미 실천에 들어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촛불 개혁 10대 과제로 제시된 것 중에 벌썬 절반 정도가 이미 시행되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 과제로 제시된 전교조 법적 지위 회복 역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 사회적 갈등 소지 때문에 안 된다고?

전교조 합법화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오자마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굉장한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면서 전교조 법적 지위 회복을 반대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언론들 역시 전교조 합법화에 반대하고 나섰다.

사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로 사회적 갈등을 가져온 것이 이명박근혜 정권이다. 교사가 헌법이 규정한 바에 따라서 교원노조를 만드는 것은 지극히 상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문명국가라고 칭하는 나라 중에 교원노조를 불법으로 하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백보 양보하여 전교조에 대한 호불호야 개인적 판단을 달리할 수 있지만,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법 바깥으로 내몰아야 한다는 생각을 결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사회적 갈등 어쩌고 하면서 전교조 합법화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정작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자신들이 일으켜 놓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고, 생각의 다름을 이유로 교원단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다. 한 마디로 ‘자유도, 민주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결코 물러설 일 아니다

언론이 보도가 나가자 곧바로 청와대는 “그런 보고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깊이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은 내놓았다. 당장 실천할 계획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보고서의 원 작성자인 민주연구원과 국민의나라위원회도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촛불 개혁 10대 과제는 보고서에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지난 촛불집회 과정에서 즉시 시행이 필요하다고 제안됐던 여러 과제들 중 일부 정책 사례를 참고용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공식적인 제안이 아니며, 문재인 정부가 곧바로 실행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부인하였다.

그러나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 어떤 일이든, 특히 어떤 개혁이든 반대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아니 죽음의 가치에 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에조차 반대 세력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10대 과제로 제시한 세월호 진상 규명 문제나 국정원 국내 정치 개입 금지, 백남기 농민 진상 규명 등 나머지 과제들은 반대 세력이 없을까? 이를 통하여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소지가 없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어떤 개혁 과제이든 그에 대한 반대 세력이 없고,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소지가 없다면 그것 또한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란 서로 다름이 있음을 인정하고, 즉 반대세력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소지도 상수임을 인정하고 이를 어떻게 조정해 나가느냐가 핵심이지 갈등의 소지 자체를 인정조차 않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갈등의 소지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독재이지 결코 민주가 아니다.

전교조에 대한 호불호, 나아가 공감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은 국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정당에 따라 다르고 정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공감하는 바가 거의 없었을 것이고, 문재인 정권은 훨씬 공감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라고 하더라도 전교조와 지향하는 교육적 가치가 결코 100% 일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전교조와 일부 일치하지 않는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교조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다를 가능성은 ‘0%’에 수렴하는 값일 것이다.

여기서 시작하면 된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자신과 다름을 이유로 전교조와 공존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여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았다. 민주주의의 요람이 되어야 할 교육의 가치와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이명박근혜 정부의 전교조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시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면 된다. 여기에 다른 무엇을 개입한다면 그것이 ‘정략적, 당파적 판단’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위 보고서에서 쓰고 있는 것처럼 이런 과제일수록 정권 초반에 해야 한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개혁의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정권 초기에 이런 개혁적 과제를 선점함으로써 국정 후반기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정권이 이를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전교조는 15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승의 날을 맞아 '법외노조 철회 및 노동기본권 보장'과 '교육적폐 청산 및 교육체제 전면 개편'을 위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새 정부에 요구한다" 밝혔다.
전교조는 15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승의 날을 맞아 '법외노조 철회 및 노동기본권 보장'과 '교육적폐 청산 및 교육체제 전면 개편'을 위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새 정부에 요구한다" 밝혔다.ⓒ전교조 제공

교원노조 합법화는 적폐 청산 신호탄이자 상식의 회복 선언

미국의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노조의 위원장은 현직 야구 선수가 아니다. 300만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세계 최대의 교원노조인 미국교원단체총연합(NEA)의 위원장도 교사가 아니다. 미국법에는 교원노조를 비롯하여 노동조합의 설립이나 해산 등을 심사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 누가, 어떤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운영하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자 자유라는 것이다.

영국 노동조합법에 현직 노동자와 구직자뿐 아니라 노동조합에 현재 노동자 아닌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는데, 영국 최대 교원노조인 NUT의 25만명 노조원 중에서 무려 7만명 정도가 현직 교원이 아니며, 학생들까지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교장들이 따로 노조를 만들기도 하고, 교장과 평교사들이 함께 교원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하기도 한다.

독일노동법에는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규정하는 조항 자체가 없으며, 독일 최대의 교원노조인 GEW의 규약에는 교사, 교직원, 행정가 같은 노동자뿐 아니라 퇴직자, 실직자뿐 아니라 교육자가 되고자 하는 대학생도 가입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이 노조의 가입 자격 여부는 “대표자회의(중앙지도부)에서 결정한다”고 명시하여 노동조합이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프랑스 노동법은 직업 활동을 중단한 자(예. 실직자, 해고자, 퇴직자)가 계속 노동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거나 새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은 당사자의 선택 문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UNSA나 FSU, SUD 등의 프랑스 교원노조에는 현직교사뿐 아니라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자, 교육행정직원까지도 가입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와 가장 유사한 구조의 노동법을 가진(어쩌면 우리 노동법이 차용한) 일본의 노동법에는 우리 법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과 노동자에 대한 정의가 있지만 “노동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사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달리 말하면 우리 노조법의 모태가 된 일본노조법에도 없는 조항으로 우리의 군사정권이 노동조합을 강제로 해산해 왔고, 지금도 이름만 바뀐 채 ‘법외노조 통보’라는 편법으로 사실상 노조를 해산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연 전교조 탄압-부당해고 자행 박근혜 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박정희-박근혜 정부에 대한 피켓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연 전교조 탄압-부당해고 자행 박근혜 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박정희-박근혜 정부에 대한 피켓이 보이고 있다.ⓒ양지웅 기자

전 세계적 표준으로 보자면 노동조합에 누가 가입하는지를 정하는 것은 그 노동조합이다. 이건 우리나라가 가입한 UN 산하기구인 ILO(국제노동기구)의 기본 방침이다. 교원노조에 해고된 교사를 포함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인권변호사로 노동자의 권익을 변호해온, 그것도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료로 노동자를 변호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고 노무현 대통령 역시 전교조 합법화에 가장 공이 큰 정치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명백한 사실이며, 그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이 바로 문재인 현 대통령이다.

이런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근혜정부가 빼앗은 전교조의 법적 지위 회복을 반대할 리가 없다. 남은 것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회복시킬 것이냐의 문제이다. 누구는 일단 급한 것부터 처리하고 천천히 하자고 할 것이고, 누구는 이런 개혁 과제일수록 정권 초반에 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건 시기를 저울질 할 문제가 아니다. ILO, UN인권위원회를 비롯하여 국제교원단체총연맹(EI) 등 세계의 인권 관련 단체들이 인정하는 기본적 인권의 문제이다. 전교조는, 전교조 6만 조합원은 기본적인 조직의 생명권 자체를 부정당한 상황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원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것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대표적인 이명박근혜 정권의 교육적폐를 청산하는 시초로 삼아야 한다. 또한 이것이 교육계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회복하는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다.

세월호 희생 기간제교사의 순직 인정 문제를 가장 치열하게 주장한 교육단체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전교조이다. 교육계의 적폐 중의 적폐인 사립학교의 부정부패 문제를 가장 앞장서서 척결하고자 했던 교원단체 역시 전교조임을 부정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이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회복시켜 주는 것은 바로 이 교육적폐 청산의 출발점이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김행수 전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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