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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벨로주 시즌 4를 응원하며

벨로주가 다시 공간을 옮겼다. 2008년 서울특별시 마포구의 상수역 인근에 자리 잡은 지 9년만에 세 번째 이전이다. 이번에 자리잡은 곳은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의 상가 건물 4층. 망원동이 뜨는 동네라는데 그래서 옮겼나보다 생각할 수도 있고, 뜨는 동네로 갔으니 앞으로 잘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미 앞선 두 번의 이전이 자의와 타의가 섞인 결과였듯 이번 이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겉보기에 근사해 보이는 카페 주인, 공연장 주인의 삶이라 해도 실상은 자영업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의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어차피 본인이 선택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들을 자영업자 혼자 다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요즈음 서울 홍익대학교 앞 지역의 임대료 상승률이 얼마나 높은지, 그래서 그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높은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홍익대학교 앞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서촌, 신사동, 이태원 등등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상다반사이다. 그러다보니 건물주와 임차상인간의 분쟁도 드물지 않고, 이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도 오래되었다. 그렇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개입은 느리고 부족하다. 여론 역시 실정법 조항을 따지면서 건물주의 입장을 옹호하는 여론이 훨씬 많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공직 후보자 가족의 임대료 수입에 대해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에 대한 논쟁과 반박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노동자의 잉여노동을 착취함으로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노동자가 자본주의의 윤리를 자기화 하고 윤리화 할 때, 그러니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스스로 부정할 때 자본주의는 자발적 주체들의 욕망으로 스스로 작동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철저히 비참한 약자가 되어 읍소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가혹하고 잔인한가.

박지하의 벨로주 공연
박지하의 벨로주 공연ⓒ서정민갑

라이브 카페 겸 스튜디오 하나 옮겼을 뿐이지만

라이브 카페 겸 스튜디오 하나가 옮겼을 뿐이고 단순히 임대료 때문에 옮긴 것도 아닌데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물방울 하나, 쌀 한 톨에도 우주가 담겨 있듯 벨로주의 이전은 변화하는 홍익대학교 앞의 생태계까지 드러낸다. 국내 젊은 소비층이 홍익대학교 앞으로 몰리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가세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홍익대학교 앞 상권은 기존의 홍익대학교 앞을 홍익대학교 앞으로 차별화시켰던 문화예술 관련 공간들을 홍익대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 홍익대학교 앞에서 오랫동안 운영되었던 라이브 클럽들 가운데 여러 곳이 하나둘씩 문을 닫거나 옮겨갔다. 라이브클럽데이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오던 라이브 클럽 가운데 타를 비롯한 몇몇 곳이 문을 닫은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이 문을 닫은 이유가 전적으로 임대료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대중음악의 트렌드가 밴드 음악에서 힙합과 일렉트로닉 등으로 바뀌면서 밴드 음악을 중심으로 한 라이브 클럽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트렌드가 변한 것이다. 당연히 트렌드에 맞춰 운영하지 못한 자영업자의 책임이라는 반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특정 지역을 특정 지역답게 만들었던 공간과 매장들이 상권을 키우고 사람들이 몰리게 만들었을 때, 그 노력은 모두 자영업자의 책임이고, 그 이익이 건물주에게 집중되는 것은 정당한가. 그에 대해 국가나 공공이 개입할 여지는 없는가. 특히 문화예술관련 공간은 단지 수익을 발생시키는데서 그치지 않고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 생태계의 기반으로 작동하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고 우리의 삶을 살찌우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온전히 자영업자와 예술가의 선택과 노력의 영역으로 내버려두어도 좋은 것인가. 이제 홍익대학교 앞에서 망원동이나 연남동으로 발길을 돌리기만 하면 되는 일인가.

이러한 질문을 두서없이 던져보는 이유는 바로 지난 9년 동안 벨로주가 해냈던 어떤 역할 때문이다. 세상에 라이브 공간이 벨로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벨로주는 홍익대학교 앞에 자리잡은 록 밴드 중심의 기존 라이브 공간들과는 다른 톤과 분위기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증명했으며 자연스럽게 깨닫게 만들었다. 벨로주 시즌 1 시절 카페에서 열렸던 월드뮤직, 재즈, 팝, 포크 뮤지션들의 공연은 작고 소박하며 따뜻한 공간에서 좋은 음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벨로주 덕분에 홍익대학교 앞에서 볼 수 있는 라이브 공연이 조금 더 다양해졌다는 것을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벨로주는 시즌 3 때까지 한결같이 관객들에게 좋은 음악을 전해주는 공간의 가치와 품격을 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인이 존중받으며 자신의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공간으로서의 가치 역시 성실하게 지켜나갔다. 음향과 조명 전문 엔지니어가 친절하고 성의있게 뮤지션의 입장에서 함께 공연을 진행했고, 정산을 비롯한 절차 역시 깔끔하게 처리했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서 벨로주는 어느새 많은 음악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연장이 되었고, 음악인들 역시 한번은 꼭 공연해보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이 모든 성과는 바로 맹렬한 음악 마니아이자 합리적이고 다정한 대표 박정용의 노력 덕분이다. 음악 마니아이자 비평가였고, 포털 사이트의 컨텐츠 기획자였던 그는 자영업자로서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면서 동시에 자신을 감동시킨 음악과 음악인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그 덕분에 음악인들은 마음 편히 공연을 할 수 있었고, 홍익대학교 앞은 신촌이나 종로와는 다른 지역으로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

최성호 특이점의 벨로주 공연
최성호 특이점의 벨로주 공연ⓒ서정민갑

전국의 벨로주들을 응원하며

그러나 부박한 세상은 그를 자주 힘들게 했다. 공공의 가치와 윤리, 공동체와 공존에 대한 예의와 배려, 음악과 음악인에 대한 존중이 가볍게 무시되는 세상은 한 사람의 선의만으로 돌파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았다. 벨로주의 지난 10여년은 벨로주의 위치만이 바뀐 시간이 아니었다. 서울 홍익대학교 앞의 상권과 생태계가 바뀐 시간이었고, 한국 대중음악 산업이 바뀐 시간이었으며, 선의를 가진 한 사람의 기획자가 안간힘을 다해 견디고 버티며 살아온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음악과 사람이 만나고 추억을 쌓으며 삶을 이어간 시간이기도 했다. 삶은 공간에서 이어지고 음악 역시 공간을 벗어나서 존재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사람을 위해 공간을 열고, 그 곳에서 음악을 준비해야 한다. 대표 박정용은 바로 그 일을 10여년째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하려고 하고 있다. 진심이라는 말조차 가벼워진 세상이지만 어떤 진심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망원동으로 옮긴 벨로주에서는 시즌 1처럼 카페 영업을 겸하며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새 조금은 지치고 더 나이 든 그의 모습을 보면 삶이라는 것, 세상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쓸쓸하게 조금은 숙연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디 만만치 않은 이 세상에서 그래도 마음 기댈 수 있고 그래도 버틸 수 있게 해준 벨로주 같은 공간이 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전국의 수많은 음악 카페와 라이브 클럽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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