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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대기업 저격수’ 최수진 변호사, “스타벅스가 사과만 제대로 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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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1만원밖에 안되는 돈 때문에 소송까지 간 거에요.”

최근 ‘1년치 무료 음료 쿠폰’이라고 경품을 내걸었다가 소비자에게 ‘1잔 무료 음료 쿠폰’만 제공했던 스타벅스 소송을 승소로 이끈 최수진 변호사의 말이다.

‘최다르크’(잔다르크와 합성어) 혹은 ‘대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최 변호사의 이야기는 2009년 10월 배스킨라빈스 홈페이지에서 일본 여행 경품 추첨에 당첨되면서 시작됐다. 당첨자와 동반 1인까지 일본 여행 숙박권과 항공권이 포함된 경품이었다.

최수진 변호사
최수진 변호사ⓒ최수진 변호사 제공

당시 홈페이지에 숙박일수가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최 변호사가 2일치 숙박권을 요구했으나 1일치를 주겠다고 했다. 회사측은 당첨자가 발표되고 홈페이지에 1박만 가능하다고 내용까지 바꿨다.

“거기 팀장, 과장하고 한참을 이야기했는데 ‘죄송하다’ 라고만 하면서 숙박은 하루밖에 줄 수 없다고 했어요. 1일치 숙박권이 11만원 가량 됐는데 당연히 주어야 하는 것을 못 주겠다 하니 화가 나서 소송 말고는 할 게 없더라고요.”

최 변호사는 배스킨라빈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는 2일치 숙박·항공권과 지연이자까지 배상금으로 내야 했으나 이를 미루다 본사의 에어컨 4대가 압류되는 굴욕까지 맛봤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배스킨라빈스의 굴욕’ 사건이다.

지난 2010년 최 변호사는 KT의 2G 서비스 중단 소송에서도 소비자들의 입장을 대변한 바 있었다. 당시 KT는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기존의 이용자들을 3G로 이동시키려 했다. 이같은 갑작스러운 조치에 놀란 소비자들이 반발해 소송을 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최수진 변호사와 남편
촛불집회에 참석한 최수진 변호사와 남편ⓒ최수진 변호사 제공

“2G 같은 낡은 기술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죠. 하지만 폐지를 할 때 절차는 지켜져야 합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19조에 따르면 사업폐기 60일 전에 이용자에게 공지를 해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안 지켜서 분노한 이용자들이 많았죠.”

대법원까지 간 소송은 소비자들의 패배로 끝났다. 결국, 2G 서비스의 종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2G 쓰는 사람이 15만이 넘었어요. 웬만한 중소도시에 사는 사람 수와 맞먹어요.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2G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짧은 시간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건 도시의 통신을 끊는 것과 같아요. 당시 제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지 않았나 하는데 지금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1년치 무료 음료 쿠폰’ 주겠다고 해놓고 쿠폰 한장만 준 스타벅스

“제 의뢰인이 처음부터 소송할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니에요. 스타벅스에서 공개사과만 했어도 소송까지 가진 않았을 겁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스타벅스는 특별한 사연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하면 100명을 추첨해 ‘1년치 무료 음료 쿠폰’을 주겠다고 공지했다. 당첨자가 발표된 후 스타벅스는 공지가 실수였다며 무료 음료 쿠폰을 1장만을 지급했다. 최수진 변호사의 의뢰인이 회사 측에 항의하자 쿠폰 20장과 플래너를 주겠다고 합의를 시도했다. 사과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고 그해 12월 최 변호사를 찾아왔다.

“이벤트 공지 내용에서 1년을 한잔으로 바꾼 부분에 대해 공개사과를 해달라고 했는데 스타벅스 쪽에서 ‘그건 안된다. 공개사과하면 누구 하나 회사 나가야 된다’ 하면서 거부했다고 했었어요. 제 의뢰인이 회사에서 책임져야 할 일을 말단 직원에게 다 떠넘기는 태도에서 크게 분노했었죠.”

소송이 시작되고 판사가 제세공과금 정도를 제외한 액수로 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으나 스타벅스는 너무 크다며 거부했다. 스타벅스 측 법률대리인은 법정에서 거짓말까지 했다.

“스타벅스 쪽 담당자가 법정에서 ‘50만원 정도 선에서 합의하려 했는데 원고가 응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쪽에서 소송 전에 얘기했던 쿠폰 20장과 플래너를 합쳐도 50만원이 안되고, 50만원 준다는 이야기도 없었어요. 없는 얘기를 저렇게까지 지어내야 하나 싶어서 어이가 없더군요.”

소송에서 지고도 사과 한번 없어

소송은 최씨 의뢰인의 승리로 끝났다. 스타벅스는 커피 1잔 값인 6300원을 기준으로 364일치 가격에 해당하는 229만 3200원에 지연이자와 소송비용까지 모두 내야하는 처지가 됐다. 당사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하는 상황임에도 끝까지 하지 않았다.

“스타벅스에서 당첨자 99명에게 메일을 보내서 미지급 쿠폰을 모두 지급하고 소송까지 갔던 일에 대해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어요. 정작 소송 당사자한테는 메일도 안 보냈고 요구했던 공개사과도 안 했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물론 99명한테 죄송해야 하는 건 맞지만 소송까지 간 당사자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아요.”

스타벅스와 소송 결과가 보도된 후 최 변호사에게 메일로 혹은 전화로 상담요청이 부쩍 늘어났다. 일일이 응대해주지 못할 만큼 많아졌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만큼 대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수진 변호사는 대기업들의 기만행위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소비자들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귀찮다고 ‘누가 해줬으면 좋겠어’ 이러지 말고 의지를 가지고 (소비자들이)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억울한 소비자들을 위해 한국소비자보호원도 있고, 소비자 기본법에 집단 분쟁조정제도가 있어요. 다수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들을 위해 조정 결정을 해줍니다. 사업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무효가 되지만 소송으로 가면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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