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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음반

글쎄, 언니네 이발관의 새 음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면 좋을까. 무려 9년만의 새 음반이자 밴드의 공식적인 마지막 음반에 대해, 그러니까 언니네 이발관의 23년 역사를 마무리 하는 마지막 음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면 좋을까. 아무래도 이런 글이라면 일단 언니네 이발관이 언제 어떻게 결성되었고, 그들의 전작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일일이 되짚으며 구구절절한 의미를 부여해야 마땅하겠지만 이미 정설이 된 이야기를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이번 음반이 진작 나왔어야 할 음반이었다는 이야기, 음반을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마다 대개의 음반 제작 과정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도 반복하지 않기로 하자. 녹음과 마스터링 방식이나 최종 음원을 결정하기까지 들였던 수고에 대해서는 이미 보도된 내용을 찾아보는 편이 빠를 테니까.

언니네 이발관
언니네 이발관ⓒ블루보이

9년만에 나온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

사실 완성된 음반 [홀로 있는 사람들]에 담긴 사운드와 노랫말의 총체만큼 흥미로운 지점은 언니네 이발관의 음반이라는 결과물에 대한 반응이다. 언니네 이발관의 역사와 그간의 작업으로 쌓여진 신뢰 때문이겠지만 언니네 이발관의 지난 5집에 이어 이번 음반에 대한 전적인 열광은 갈수록 음반 단위로 음악을 향유하지 않고, 음악과 뮤지션을 등치시키지 않는 시대, 록 음악이 시대의 중심에서 밀려나가는 시대에 저항하는 정서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그러니까 이 음반은 이석원과 이능룡을 비롯한 밴드 언니네 이발관이 아티스트로 고뇌하고 자의식을 드러내며 완벽을 추구하려는 고집스러운 작업을 통해 도달한 진정한 예술작품이라는 인식과 함께 향유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 느낌은 나의 오해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이 별로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뮤지션이 오랜 기간 공들여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나 내밀한 자기 이야기를 담았다는 사실과 음악적 완성도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때로는 대충 만든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 오히려 더 문제적이고 트렌디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말하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을 통해 이른바 작가주의 음악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뮤지션 역시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언니네 이발관이나 소속사가 딱히 그 부분을 부각시키려 한 것은 아니지만 평단과 팬들의 열광은 어쩌면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 때문이어서 언니네 이발관을 어떤 신화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언니네 이발관의 모든 음반이 이렇게 특별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번번히 열광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언니네 이발관의 다른 음반들이 쉽게 만들어졌을 리는 만무하다. 분명 나름의 고투를 통해 겨우겨우 만들어졌을 음반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갔다고 알려진 6집의 소리와 메시지는 그렇다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니네 이발관 6집 커버 이미지
언니네 이발관 6집 커버 이미지ⓒ블루보이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23연간의 연재를 끝낸다“

총 9곡의 노래가 담긴 이번 음반 [홀로 있는 사람들]에 대해 밴드의 리더 이석원은 “정서적인 면에서는, 저희는 이번 앨범을 23년간 세상에 연재되어온 언니네 이발관이란 제목의 어떤 연재물로 보았는데 '나'라는 입장에서 사랑과 삶, 관계 등 일관된 테마에 천착해온 화자가 마지막 곡 혼자 추는 춤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발 딛고 나아가는 모습을 끝으로 긴 연재를 끝내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밝혔다.

먼저 공개되었던 첫 번째 곡이자 타이틀 곡인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흔들어’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자괴감을 특유의 리듬감과 선명한 멜로디로 드러내고 있다. 3분 45초의 곡은 갑자기 뚝 끊어지듯 끝나면서 무력감과 자괴감을 강조한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좋은 곡 가운데 하나인 ‘창밖엔 태양이 빛나고’는 긴 길이의 곡으로 여러 번의 변화를 감행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킨다. 결국 남은 것은 ‘잊지 못할 날들 같은 건 없다’는 자탄과 ‘추억이란 너무 덧없다’는 절망. 화려한 곡의 구조로 슬픔과 절망의 서사를 한 편의 음악극처럼 가시화하는 곡은 누구든 경험했을 이별과 그 후의 단절 그리고 자기 부정과 후회의 시간을 아릿하게 담고 있다. 온전한 성숙의 시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나 함부로 폄하할 수도 없을 자기애는 음악을 통해 강한 설득력과 공감대를 획득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음반에서 언니네 이발관이 해낸 것이다.

이에 반해 아이유와 함께 부른 ‘누구나 아는 비밀’은 가벼운 팝처럼 들린다. 네 번째 곡 ‘마음이란’ 역시 가볍게 만든 곡처럼 들리지만 건반과 트럼펫을 비롯한 여러 악기들을 무심하게 곡의 곳곳에 심어놓으며 기교를 극대화했다. 가볍게 들리는 곡의 사운드와는 대조적으로 도저히 알 수 없는 마음의 변화, 아니 마음 그 자체를 노래한 곡의 메시지는 만만치 않다.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시대와 정치 같은 거대 담론을 노래하기보다는 섬세하고 연약하며 옳지도 않고 틀리지도 않는 인간 그 자체에 대해, 그 마음의 풍경에 대해 노래해온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에는 그래서 마음이 기울고 마음이 기대어진다. 우리 역시 우리 자신에 대해 다 알지 못하며, 자신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저 미워하거나 증오할 수는 없는 마음을 껴안고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럴 때 예술은 바로 그 마음을, 그 마음의 주체인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다. 마음을 응시하고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그려낸 풍경들을 기록하며 이것이 너의 마음이라고, 다른 이들의 마음 역시 다르지 않다고 일러준다. 예술가는 그렇게 바로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시대를 더 깊이 들여다 본 사람이고, 더 명징하게 드러낸 사람이다.

'언니네 이발관' 이능룡
'언니네 이발관' 이능룡ⓒ블루보이

'언니네 이발관‘의 역사를 마무리하기에 부족함 없는 작품

이번 음반의 완성도를 이끄는 또 다른 좋은 곡 ‘애도’는 기타팝처럼 시작하는 곡 안에 ‘날씨가 좋구나 너를 잊으러 가야지/너를 잊으러 가는 이 길이 아직 슬퍼’라는 노랫말로 아물지 않는 상처와 자기 연민을 담아내고 있다. 사실 상처를 완전히 잊고,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이기적이고, 자신의 상처가 가장 아프고 깊다. 바로 그 사실을 예리하게 드러내는 곡은 섬세한 자기 연민과 센티멘탈리즘이야말로 언니네 이발관의 특기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인상적인 멜로디와 서서히 악기가 더해가며 완성되는 곡의 구조는 이러한 정서를 음악적으로 완성하면서 듣는 이들이 자신의 삶으로 노래를 투사하게 만든다. 영롱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나쁜 꿈’에서도 무력감과 자기 연민은 반복된다. 특유의 리듬감과 영롱한 멜로디와 사운드는 차라리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아득한 절망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심리를 소박한 연주로 고백하면서 변화를 주고 있다. 자기 확신과 당위 대신 노력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곡의 흐름이 ‘홀로 있는 사람들’에서 “그 모든 게 내 잘못은 아니라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요청하고, “그 모든 게 네 잘못은 아니라고”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홀로 있는 사람들’이지만 “어디서나 언제까지나 함께 노래해”라고 노래하는 이유는 단지 이 음반이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음반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소박한 일렉트로닉 팝 스타일로 변화를 준 이 곡은 “나는 세상이 바라던 사람은 아냐. 그렇지만 이 세상도 나에겐 바라던 곳은 아니었지."라는 노랫말만으로도 자신 하나만을 감당하기에도 힘겨운 이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섬세한 개인주의자들에게 전하는 송가의 창작자였던 언니네 이발관은 음반의 마지막 곡 ‘혼자 추는 춤’에서는 ”춤을 추면서“, ”작은 희망들이 있는 곳/내가 사랑할 수 있는 곳/내가 살아가고 싶은 곳/누구도 포기 않는 곳“에 대한 ”꿈을 꾸“는 마음을 드러냄으로써 의지로서의 낙관을 고백한다. 이 마음은 체제에 비해 무력하지만 끝내 단념하고 포기할 수 없으며, 서로 스며들어 채워지고 싶어하는 마음을 드러냄으로써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피워올렸던 촛불의 시간에 닿는다. 결국 자신에 대한 연민에서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확장되는 곡은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음반을 음반 전체로 들어야만 하는 완결체로 완성한다. 세상 혹은 세상 속의 개인은 각자의 마음과 위치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것이나 언니네 이발관은 자신의 눈에 비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까지를 자신의 음악 언어로 담아냄으로써 관찰자이자 기록자, 대변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역할에 이르렀다. 언니네 이발관의 역사를 일단락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이제 우리는 이 음반을 듣고 또 듣다가 어느새 언니네 이발관을 잊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 언니네 이발관의 삶에도 다시 이야기가 쌓일 것이니 언젠가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니네 이발관만이 할 수 있을 이야기. 언니네 이발관만이 할 수 있을 노래를 들으며 삶이 채워지고 저물 수 있기를.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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