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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칼럼] 유전자조작 유채종자, 결국 법제도가 문제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새 정부는 공약에서 학교급식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을 퇴출할 것이며 유전자조작농산물 완전표시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 번도 이 문제가 그 어떤 선거에서도 공약으로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그러나 그 엉뚱한 문제가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는 아니었다. 언제나 위험성은 존재했고 그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 어디 그뿐이랴. 그 대안까지도 정부가 아닌 우리 농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내놓았고 직접 실행해가는 중이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차근히 한 번 풀어보겠다. 문제가 어디서 불거졌고 왜 이런 일이 방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GMO 설명회 갖는 농촌진흥청
GMO 설명회 갖는 농촌진흥청ⓒ뉴시스

1996년, 유전자조작농산물이 미국을 시작으로 처음으로 대규모 상업적 재배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그 때 이미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1998년 처음으로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2000년에는 유전자조작식품반대생명운동연대가 공식 출범하였다. 그때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해 왔던 것은 지금까지 거의 변함이 없다. 소비자의 알권리, 선택할 권리를 위한 표시제 도입뿐만 아니라 수입에 의존하는 먹거리 문제, 식량자급의 문제, 종자의 문제 등 언급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결국 유전자조작농산물의 문제는 먹거리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농업의 문제라는 것을 계속 주장해 왔다. 특히 농촌진흥청을 비롯하여 상당수의 대학교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그러했다. 2002년 당시 농림부 장관이 간담회를 통해 처음 유전자조작농산물을 개발 중이며 몇 년 내에 상업적 재배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이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이후 2015년 다시 농촌진흥청에서 상업적 재배 계획을 발표할 때까지 정부가 나서서 직접 재배에 대한 계획을 발표한 적이 없었다. 거기다 더해 2011년부터 가공용이나 사료용으로 수입된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유통과정에서 낙곡 등으로 인해 자생하는 경우가 발생했어도 정부기관이 적절하게 대응을 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유채꽃 축제에서 유전자조작종자 사용했다 들통나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지난 5월 태백의 유채꽃 축제에 사용했던 종자가 유전자조작종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 해당 종자가 수입될 때 같이 수입된 종자가 상당량 유전자조작종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정부보고에 따르면 전국 약 60여 곳에 판매가 되었고 실제 심어진 곳은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법이 정하고 있는 것이 수입승인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전자조작생물체를 수입하려고 할 때는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고 승인내용대로 수입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정부기관의 일이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처럼 유전자조작종자로 승인을 받지 않고 일반종자처럼 수입이 되는 경우에는 수입 당시에 특별한 조치가 없다. 물론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경검사를 통해 유전자조작식물을 검역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검사해야 할 유전자조작농산물 내지는 종자가 어디까지인가가 불분명하다. 구체적으로 법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제36조와 그에 따른 통합고시 제3-28조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수입승인을 얻지 아니하거나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검사대상품 및 농림축산업용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유입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해당 저장소, 창고, 선박, 차량 또는 항공기 등에 출입하거나 관계인에게 질문할 수 있으며, 검사에 필요한 최소량의 시료를 무상으로 수거하여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즉, 검역본부가 하는 것은 수입승인이 된 품목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수입승인이나 신고가 되지 않은 품목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자면 검역본부는 유전자조작종자라는 의심이 갈 경우에 검사를 한다. 그럼 어떤 경우에 의심을 하게 될까? 검역본부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전 세계적으로 개발․승인되어 상업적으로 유통되거나 유통 가능성이 있는 품목으로 종자용, 사료용 또는 농업가공용으로 수입되어 원형상태로 환경에 방출될 우려가 있는’ 품목에 대해 검사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 다음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에 수입된 종자는 중국산이다. 그리고 중국은 이미 많은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지만 대부분 면화이고 일부 파파야와 포플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이는 전세계적으로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자 만든 기관인 ‘농업 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에서 발표한 것이니 축소되었을 리는 없다고 가정한다).

즉, 중국에서 유전자조작유채를 재배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유전자조작유채종자도 없다는 말이다. 이제 검역본부는 무엇을 의심할 것인가? 검역본부가 중국은 유전자조작유채가 없는데 거기서 들어온 종자가 유전자조작종자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또 수출업자도 수입업자도 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면 말이다. 당연히 검역본부는 중국산 유채종자를 ’의심‘하여 유전자조작 여부를 검사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유채종자가 무려 90톤 이상 수입되었다. 그 중 유전자조작유채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든 축산 Non-GMO 곡물로 키우기 선포식에 참석한 생산자와 자연드림 조합원들이 GMO 완전표시제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선포식에서 자연드림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축산을 Non-GMO 곡물로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든 축산 Non-GMO 곡물로 키우기 선포식에 참석한 생산자와 자연드림 조합원들이 GMO 완전표시제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선포식에서 자연드림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축산을 Non-GMO 곡물로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김철수 기자

이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유전자조작유채종자가 국내에 들어왔고 유통되었고 재배되었다. 그러나 법에 따르면 누구 하나 그 책임을 온전히 부담하는 것조차 불분명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이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입승인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이 가지는 한계이다.

용도가 무엇이든, 품목이 무엇이든 간에 ‘전 세계적으로 개발․승인되어 상업적으로 유통되거나 유통 가능성이 있는 품목’뿐만 아니라 한번이라도 ‘개발되어 시험재배된 적이 있는 모든 품목’에 대해서 어떤 용도로 수입되건 우리나라로 유입될 때에는 검사를 하도록 정했어야 한다. 유통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히 콩, 옥수수, 유채, 면화 등 상업적 재배가 승인된 것이고 시험재배가 된 것이 있는 것은 쌀, 밀 등이다. 이미 쌀과 밀에서 몇 차례 문제가 된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법을 개정해서 검사 내지는 승인 품목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듣지 않았던 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미 각 부서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님을 법적 근거를 들어 발뺌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관련 부서가 십 수개에 이르는 유전자조작생물체에 관한 제도가 가진 맹점에서 비롯된다. 많은 부서가 관여한다는 것이 철저한 관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인정해야 한다. 품목, 용도 상관없이 일관된 방식으로 관리하도록 법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든 이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것이다. 이미 불거진 문제는 철저히 사후관리를 통해 더 이상 확산이 안되도록 막아야 할 것은 당연하다. 거기에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유전자조작생물체의 관리체계를 전향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결국 문제의 원천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에 대한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농업이 살아야 하고, 농업이 산다는 것은 단순이 농산물 생산이 잘 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종자의 문제 역시 외국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 땅에 우리 종자를 심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만이 대통령이 약속한 ‘안전한 먹거리’에 관한 공약을 잘 지키는 길이다. 정부가 국민이 안심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는 먹거리기본권은 종자주권에서부터 시작된다. 종자를 잃으면 결국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김은진 원광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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