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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세상으로] ‘통일교육’ 이름의 반공교육, 이제 그만

2000년 6월 13일 오후 9시 뉴스 화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평양 공항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 손을 마주 맞고 환하게 웃는 얼굴. 인민군 의장대가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하는 모습. 평양시내로 향하는 길에 평양시민들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장면. TV를 통해 평양 소식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어느 할아버지의 모습.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아마도 남북관계일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사라지고, 남북 민간 교류는 허용되지 않고, 휴전선에 다시 대북 스피커가 설치되고, 남북 핫라인이 폐쇄되고, 사상 최대의 한미 군사훈련은 계속되고 급기야 개성공단까지 없어졌다. 북은 다시 북한이 되고, 당장이라도 북의 핵미사일이 우리 머리 위에서 폭발할 듯 매일 뉴스를 보낸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룬 6.15선언, 10.4선언은 사라졌다.

200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분단 후 남북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0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분단 후 남북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자료사진

아이들도 호칭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2017년 촛불의 힘으로 이루어낸 정권교체. 누구나 이제 남북 화해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북 화해를 방해하는 많은 세력이 있다. 그들의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남과 북이 화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2004년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교육자통일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금강산으로 가기 전날 설악산 인근 숙소에서 안기부 직원이 소위 ‘안보교육’이라는 것을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내용은 ‘북한’이라고 호칭하지 말고, 북, 남, 북쪽, 남쪽, 북측, 남측, 이라고 불러 달라는 것. 혹시라도 김일성, 김정일을 호칭할 일이 생기면 주석, 국방위원장이란 호칭을 붙여서 이야기하고 나쁜 말도 하지 말라는 것. 또 금강산에는 김일성 주석이 다녀갔다는 표지석이 많으니, 절대로 밟거나 올라서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말이다. 아마도 우리가 남쪽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나 생각이 모처럼 만들어진 화해 분위기가 작은 차이로 인한 충돌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 서로를 존중하는 것은 바로 호칭에서 시작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 줄 때,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는다. 종종 아이들을 부를 때, “야”, “거기”라고 하면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들어도 아주 기분 나빠한다. 그럼 남과 북은 어떤가? 남과 북이 회담을 하거나 대화를 할 때 서로를 인정하는 호칭을 불러줘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측을 “조선민주주의공화국”, 북은 우리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르지는 못할 지라도 서로가 싫어하는 말 북한(북쪽 한국), 남조선(남쪽 조선)이라는 호칭은 삼가야하지 않을까? 615 공동선언이 나오기 전 남측 언론사 대표들이 방북을 앞두고, 그들 스스로가 남한 북한이라는 표현 보다는 남측, 북측이라고 사용하자고 합의했다고 한다. 이러한 합의로 방송과 신문에서는 북측, 남측이라는 말이 사용되었으며, 615공동선언에서도 [2.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남, 북, 남측, 북측 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제 북한 남한이란 말을 버리고 남,북, 남측, 북측이란 말로 정리할 때가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통일교육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많은 교사, 학생들이 통일, 북측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이야기를 해도 TV에서 ‘미사일’ 뉴스나 ‘핵실험’ 뉴스 하나면 그동안 이야기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6학년 아이들은 2005년도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북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것은 선생님이 금강산에 가서 북측 선생님과 만나 이야기도 했고, 함께 금강산 구경도 했으며, 2015년에는 평양에 갔다 왔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1) 그리고 사진을 보여주면 그 때서야 조금 호기심을 갖고 들어준다.

그러나 다행히 6학년 사회교과서는 일제강점기, 815광복과 분단에 대해서 배운다. 이 과정을 잘 설명하고, 공부한 친구들은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여야 한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최근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찾은 여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 능라물놀이장, 슈퍼마켓, 햄버거가게, 디즈니 가방을 멘 아이들 등 북측 사진을 보여주면 아무런 감흥이 없다. 왜 그런가 물어보면 우리나라에도 있으니, 당연히 북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교육이라 말하고 반공교육을 하는 교육현실

평화통일을 말하고 실제로는 흡수통일을 이야기하듯 ‘통일교육’이라 말하고 ‘반공교육’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러 단체 소속 사람들이 학교로 와서 통일교육이라고 강연을 하고 간다. 내용을 들어보면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북한의 실상이라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북한 김정은이 독재를 하고... 내가 어떻게 탈북을 했는지 아느냐? 여러분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세요’ 의 말을 쏟아 놓고 간다. 아이들은 지금이 행복하지 않은데 억지 행복을 강요하고, 보고 싶지 않은데 영양실조에 걸린 북녘 아이들의 사진을 봐야 한다. 통일교육을 빙자한 반공교육 이제 학교에서는 사라져야 한다.

초등학생들이 군부대를 방문, 안보교육을 받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군부대를 방문, 안보교육을 받고 있다.ⓒ뉴시스

지난 몇 년 동안 통일교육을 해왔다. 그 내용으로는 분단의 과정, 북측이해, 화해 협력 사례, 차이와 차별, 갈등해결, 통일 코리아의 장점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가장 좋은 통일교육은 뉴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615선언이후 남쪽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통일분위기를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친구가 금강산, 개성, 평양으로 체험학습 간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수학여행으로 금강산에 가고 싶다. 커서 군인이 되어 백두산을 지킬 것이다’ 이런 생각이 마음속에서 생겨날 때 통일교육이 효과를 갖는 것이라 할 것이다.

완전한 통일은 언제 다가올지 모른다. 남북 어느 정부도 완벽한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다. 다만 남과 북이 대결과 경쟁이 아닌 평화체제가 유지되고 협력과 교류가 지속될 때 비로소 통일은 되었고, 완전한 통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주1) 2015년 10월 28일(수)~31(토). 평양에서 열린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 응원단으로 참석함.

수원 능실초등학교 교사 장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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