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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일회용품 취급받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세상을 바꾸는 투쟁
책 ‘들꽃, 공단에 피다’
책 ‘들꽃, 공단에 피다’ⓒ기타

2015년 5월29일, 구미공단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노조를 만든 지 한 달 만에 170명의 노동자들이 문자 한 통으로 해고됐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농성을 하고,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법정에서 다투며, 2년을 거리에서 버텼다. 그리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 바로 ‘아사히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이야기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문자로 해고가 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쟁을 이어가는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선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너무 자주 들어 이제는 면역이 되어버렸을 지 모르지만 해고와 뒤이은 끝을 모르는 투쟁은 엄청난 고통이다. 그런 고통을 이기고 해고와 탄압에 맞서 투쟁과 연대로 세상을 바꾸어가는 당당한 노동자들의 이야기, ‘아사히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투쟁 이야기를 담은 책 ‘들꽃, 공단에 피다’가 나왔다.

“연매출 1조 기업 아사히글라스에서 비정규직에게 주어진 점심시간은 20분이었습니다. 20분 만에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담배도 피워야 하는 반인권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해야 했던 공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을 받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도리어 해고되는 현실, 법은 있으나마나한 현실, ‘노동3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담았습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참고 일했지만 하루아침에 문자 한 통으로 쫓겨난 노동자들의 이야기에는 억울하고 절박한 사연, 생계의 어려움과 가족들의 고통, 불공정한 사회구조에 대한 분노, 미래에 대한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함께 고생해온 동료들에 대한 사랑과 가족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읽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아사히 노동자들은 “그래도 우리는 아직 스무 명이 넘는 동지들이 함께 투쟁하고 있다. 갈등의 고비도 있었지만 지금도 이 자리에 있는 건, 싸울 수 있을 때가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2년 넘은 우리 투쟁도 긴 시간인 것 같은데, 연대를 다녀보니 그렇지도 않다. 장기투쟁사업장이 전국 곳곳에 있는 현실이 슬프다. 아사히 자본은 우리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기만을 바라겠지만, 힘차게 이겨내서 우리의 희망이 이루어질 날이 오리라 믿는다”면서 농성장에서 동료들의 밥을 짓는다.

차헌호 아사히 비정규지회장은 “우리는 이제 현장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비뚤어진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구미지역을 조직하고 전국의 동지들과 공동의 힘으로 투쟁하며 세상을 바꾸는 노동자가 되었다. 지금 우리는 승리만큼 소중한 투쟁의 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투쟁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5월29일은 아사히 비정규직지회가 만들어진 지 2주년 되는 날이었다. ‘들꽃, 공단에 피다’는 아사히 노동자들이 2년 동안 싸우고 생활해온 기록이면서, 앞으로의 투쟁에 대한 고민과 결의를 담은 약속이다. 비정규직이 철폐되고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눈물겹게 싸워온 아사히 노동자들의 글에서 우리가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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