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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봄] 엇갈리는 USB앨범 논란...지드래곤에게 아쉬운 것
지드래곤 '권지용' 앨범 자켓
지드래곤 '권지용' 앨범 자켓ⓒ사진출처 = YG라이프

지드래곤이 출시한 USB 형태의 앨범 ‘권지용’ 논란이 뜨겁다.

시작은 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의 ‘음반 아님’ 판단이었다. 저작권법 제2조 5항은 ‘"음반"은 음(음성ㆍ음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음을 디지털화한 것을 포함한다)’이라고 정의한다. 음콘협은 법에 따른 판단을 입장으로 내놓은 것이다.

참고할만한 과거 사례도 있다. 음콘협은 그간 지드래곤의 USB앨범과 비슷한 형태로 발매된 ‘키노’ 형식 앨범도 법적 의미의 음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드래곤은 음콘협의 입장 발표 직후 “누군지도 모르는 어떠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한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그저 '음반이다/아니다' 로 달랑 나뉘어지면 끝인가?”라고 시작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남겼다.

이어 “좋은 멜로디와 좋은 가사가 그게 전부다. 다른 건 중요치 않다.”라고 글을 끝맺었다. 사실상 음콘협의 판단에 불만을 표시한 것.

지드래곤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이후 음콘협은 ‘음반 인정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입장을 수정했다.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에 질의서를 보낸 상태라고 음콘협은 밝혔다.

그의 입장대로 단지 진심이 담긴 ‘노래’가 중요하다면 음콘협의 입장에 불만을 제기할 이유가 있을까. 음콘협의 판단이 무엇이건 더 좋은 음악을 발표하면 된다.

그런데 일각에서 음콘협의 판단을 구시대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USB 앨범을 혁신이라 주장했고, 논란이 커졌다.


USB 앨범이 혁신?

지디 새 앨범 '개소리' 커버 이미지
지디 새 앨범 '개소리' 커버 이미지ⓒ사진출처 = YG라이프

CD는 이미 ‘굿즈’화 되었다. 팬사인회에 가기 위해, 혹은 함께 들어 있는 다른 내용물을 모으기 위해 같은 CD를 다량으로 구매한다. 사실상 CD 그 자체는 음악 유통 매체로서 의미가 줄었다.

MP3 파일 공유 P2P인 ‘소리바다’가 쏘아올린 공은 유료 음원 시대를 열었다. 시간이 지나 PC에서 스마트폰으로 기반도 옮겨졌다. 손쉽고 값싸게 음악을 향유하는 방식으로 변해 왔다.

모바일 중심으로 변한 환경에서 PC 기반의 앨범을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간혹 USB메모리에 저장된 음악으로 자동차나 오디오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미 휴대폰 블루투스로 자동차와 오디오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원음을 구입 후 USB메모리에 저장해 이용하면 된다. 가격도 더 저렴하다.

참고로 주요 음원사이트들은 원음 파일 한 개에 900원, MP3파일 한 개에 600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지드래곤 말대로 ‘음악 외 중요한 건 없다’면 차라리 이걸 권장하는게 혁신이다. ‘추후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다’라는 말은 사족이다.

음원은 싼 가격과 편리성을 무기로 음반을 밀어내고 시장의 주류로 올라섰다. ‘혁신’이 되려면 기존 시장을 밀어낼 특장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모바일 음원유통이 활성화된 상황에 출시된 PC기반 앨범더러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간 발매된 ‘키노’ 앨범은 NFC 기능을 탑재해 스마트폰에 음원을 다운받고, 화보 등도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해외에서 발매된 USB 앨범에는 그간 나온 전곡이 수록되어 있거나, 특별한 디자인으로 제작되어 본래 가격보다 비싸게 중고로 팔린다.

살 사람만 사면 된다. 기존 CD도 그랬다. 구성이 부실해 보여도 예술 영역에서는 인정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CD를 대체하는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진짜 혁신이 필요한 건?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권지용)의 월드투어 콘서트 실황 영화 '원 오브 어 카인드 3D’ 언론 배급 시사회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권지용)의 월드투어 콘서트 실황 영화 '원 오브 어 카인드 3D’ 언론 배급 시사회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민중의소리

‘음반 아님’이라고 답한 음콘협에 지드래곤은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USB메모리 안에 음원 파일 없이 바로가기 링크만 있고 겉면을 도색한 잉크가 벗겨지는 것을 지적하며 ‘이런 게 음반 자격이 있냐’라고 반문하고 있다.

음반일 수도 있다. 이미 ‘팬 굿즈’화한 아이돌 음반을 볼 때, 음반 규정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잉크 벗겨짐도 아티스트의 예술 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엇갈리는 대중의 반응 속에 지드래곤이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영화 ‘옥자’를 넷플릭스와 함께 제작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못하게 된 봉준호 감독은 “멀티플렉스 측 입장을 이해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14일 ‘옥자’ 내한 기자회견에서 그는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넷플릭스가 갈등하는)이런 상황은 저의 영화적 욕심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아 영화관과 갈등하지 않지만 나는 ‘큰 스크린으로 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 욕심을 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봉 감독은 “저의 영화적 욕심 때문에 본의 아니게 휘말려 피로감을 느꼈을 영화계 분들에게 죄송하다”라며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에서 작지만 길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혁신은 반드시 기존의 시스템과 충돌하고 갈등한다. 대중적 아티스트라면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다. 대중문화의 혁신이란 결국 대중이 판단한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드래곤의 시도는 반갑고 귀하다. 여기에 조금더 대중을 배려하는 자세가 더해진다면 그 시도들이 더욱 빛날 것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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