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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문재인 정부에게 바라는 음악산업 진흥정책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도종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었다. 하지만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원장은 여전히 공석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75,6%에 달할 만큼 높다. 사회 각 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음악계는 어떤 변화와 개혁이 필요할까.

우선 한국음악산업의 현실부터 살펴보자. 《2016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음악산업 사업체 수는 36,770개이고, 종사자는 총 77,490명이다. 매출액은 4,975,196백만원, 수출액은 381,023천달러이다. 매출은 전년대비 8.0% 늘었고,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5% 늘었다. 음악산업백서의 통계가 좀 더 세밀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음악산업이 성장 추세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가 한국음악산업의 변화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우선 매체의 영역에서 음악은 음반보다 온라인 음원의 형태로 더 많이 소비되고 있다. 여전히 음반을 제작하고 소장하지만 다수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향유하고 있다. 매출 규모가 더 큰 음반 시장이 축소하면서 세계 공통적으로 음악시장의 규모는 줄었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음악을 향유하게 되면서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음악시장의 규모는 음원 이전 규모로 완전히 복구되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음악을 음원 형태로 온라인에서 향유하면서 더 이상 음악을 소유하거나 소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온라인 유통과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더 커졌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듣기보다는 순위권 안의 음악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경향도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는 기존의 TV/라디오가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뒤흔들며 성장하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음악을 듣는 비중이 59%에 이를만큼 많다. 그만큼 방송 역시 다양한 실험과 도전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끌어내고 있으며, 제작과 흥행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음악 소비문화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변화시키며 문화산업을 급속하게 달라지게 만들고 있다.

지드래곤 '권지용' 앨범 자켓
지드래곤 '권지용' 앨범 자켓ⓒ사진출처 = YG라이프

한국음악산업이 국내만을 대상으로 유지되지 않은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케이팝(K-Pop)으로 대표할 수 있는 아이돌팝 음악은 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주와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내면서 케이팝은 한국음악산업의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음악산업은 한정된 장르와 기획사를 주축으로 운용되면서 편중된 장르와 비주류 음악인에 관한 문제들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의 음악산업 정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음악산업 정책이 주류와 비주류, 대기업과 중소제작자 간 균형 절실
독립된 음악산업 진흥기구 신설이나 부서 확대 편성 필요

일단 가장 중요한 방향은 음악산업 정책이 주류와 비주류, 대기업과 중소제작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음악산업은 대형 기획사들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TV와 온라인 차트를 기반으로 대개 한정된 장르와 제작사, 아티스트가 상업적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음악, 다양한 음악을 내놓더라도 인기를 얻고,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할 수 있게 되기는 매우 어렵다. 누구나 뉴미디어를 통해 신속하게 인기를 얻고 스타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공연과 페스티벌 시장도 성장했지만 성공사례는 극히 일부에게만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제작자와 기획자, 뮤지션이 좋은 음악을 내놓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창작과 유통과 흥행 모두가 제작자와 뮤지션만의 책임이 되는 현실은 힘겹다. 이미 잘하고 있는 대기업과 유통 플랫폼, 미디어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도를 다듬어야 하는 동시에, 어렵게 버티고 있는 음악인들이 더 많이 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국내외를 아울러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해야 서로 다른 신과 장르의 음악 산업이 고르게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R&D(연구 개발) 투자가 확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류와 비주류를 아울러서 고른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와 불공정 행위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지점은 단지 법적 제도적 개선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비롯한 매스미디어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매스미디어의 적극적인 개입과 활용을 통해 음악산업의 고른 성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성공의 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안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같은 규모의 한국콘텐츠진흥원 운영과 민간의 지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극소수 인원이 맡고 있는 대중음악산업 지원 부서 운영을 중단하고, 별도의 독립된 음악산업 진흥기구 신설이나 부서 확대 편성을 통해 음악산업 전반에 개입하고 구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단지 한 개 기관에서만 할 일이 아니다. 민과 관이 함께 참여해 음악산업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집행하며,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음악 제작과 공연에 관련된 기존 지원사업이 가진 의미가 있지만 그 정도의 정책과 지원만으로는 세계 10위 규모의 음악산업 국가의 음악산업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음악 관련 지원 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민관 협력 체계를 획기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해외에서 케이팝이 인기를 끈다고 자랑하고, 좋은 음악들이 묻힌다고 개탄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 민관의 협력 과정에 주류와 비주류가 함께 참여하고, 상업적 성공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음악환경과 향유 시스템, 문화를 함께 개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뿌리내리고 지속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음악산업 정책의 또 다른 목표는 더 많은 이들이 음악을 즐기게 되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맞춰져야 한다. 당연히 교육과 노동, 복지의 문제가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안된다. 다양한 음악의 가치를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음악이 삶으로 더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스템의 마련은 단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육부, 학교, 기업, 지자체, 지역문화재단이 함께 참여하고 노력할 때 구체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음악인들과 음악산업 종사자들에 대해서만 별도의 지원을 강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은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온라인 음원 요율을 개선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그 정도만으로 음악인의 삶은 달라지지 못한다. 음악을 하건 하지 않건 안정된 삶을 구가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음악인도 두려움 없이 음악을 할 수 있고, 대중들도 음악을 하고 즐기는 일이 ‘돈도 안되는 쓸데 없는 일’이 되지 않는다. 과연 새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얼마나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음악인들이 먼저 더 만나고 목소리를 내고 이야기를 나눌 때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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