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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리] 오만한 미군, 레이더 설치도 ‘일방적’ 이전도 ‘일방적’
26일 오전 오산미공군기지에 설치된 레이더의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6일 오전 오산미공군기지에 설치된 레이더의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민중의소리

주한미군사령부는 6월 25일 경기도 평택의 오산미공군기지에 설치한 레이더의 이전을 통보하였다. ‘설치’도 일방적이더니만, ‘이전’도 일방적이었다.

지난 3월말 오산미공군기지(K55)에 록히드마틴사가 해병대용으로 제작한 AN/TPS-59 레이더가 설치되었다. 공군기지에 해병대가 운용하는 레이더가 설치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레이더가 주택 밀집지역에서 10m도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레이더는 설치 이후 하루종일 멈추지 않고 작동하면서 주민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주민 동의는커녕 환경영향평가 절차도 밟지 않았다.

주민이 민원을 제기한 후에야 레이더 설치 사실을 인지한 국방부와 평택시는 주한미군으로부터 ‘레이더가 발생시키는 소음과 전자파는 인간에게 해를 주지 않으며, 일시적으로 설치했지만 언제 이전할지는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K55는 살아있는 탄저균과 페스트균을 들여와 실험훈련을 하면서도 한국정부에 통보하지 않아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곳이다. 이로 인해 여러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주한미군의 자세는 털끝만큼도 바뀌지 않았음을 재확인하게 됐다.

이 사건은 미군이 자국 내에서 군사시설을 설치할 때와는 180도 다른 처리방식 때문에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2005년 미군은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토비한나 육군기지(TOBYHANNA ARMY DEPOT)'에 현재 K55에 설치된 레이더 시설 공사를 계획했고, 이에 따라 2년 6개월에 걸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였다. 해당 지역은 이미 미 육군기지 내에 있고 레이더 설치 예정지도 허허벌판의 부지였지만 미군은 설치 공사 이전에 다시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 어찌 한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환경법은 이리 깡그리 무시할 수 있을까? 미국 국민의 안전만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도 중요하고, 미국의 법만큼 대한민국의 법도 존중받고 준수되어야 한다는 상식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주한미군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좋은 이웃이라는 정신으로 그동안 우려를 불러일으킨 레이더를 이동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면서 “레이더는 사람들에게 우려를 일으키지 않아 안전하지만 기지 내 다른 위치로 이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멀쩡한 전등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신형 에어컨이 오작동하는 일이 벌어졌고, 주거지역의 소음기준을 뛰어넘는 소음을 유발한 것이 명백한 사실인데 사과는커녕 ‘안전한데 한국 사람이 문제다’라며 마치 특혜를 베푸는 듯한 그 오만함은 또 어찌해야할까?

주한미군이 진정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한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그리고 그간의 피해에 대해 책임있는 보상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레이더 이전은 깨어있는 시민과 시민단체의 헌신성이 이뤄낸 소중한 성과였다. 앞으로 더 이상 평택시민의 생존권과 대한민국의 주권이 유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가야한다. 나의 권익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기지평화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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