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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017]김태현 “세월호 어머니들은 ‘세젤연’이에요”

편집자 주

얼마 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세월호 침몰 원인을 원점부터 다시 조사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근혜 정권은 끝났지만 세월호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역시 세월호 참사를 사건의 결말이 아닌 사건의 시작으로 보고 세월호 공연들을 7~8월 무대에 올린다. 기획초청공연 ‘세월호 2017’를 통해서다. <민중의소리>는 가장 동시대적이면서 개성적인 언어로 표현된 세월호 공연 8편을 취재해 연재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연출가가 아닌 작가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세월호 발생 당시 공연들이 퍼포먼스에 치중돼 있었다면 이번엔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연극인들은 깊게 사유된 세월호를 대본에 녹여내려 했다. 그런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시대의 아픔인 세월호를 재조명하고 남은 자들이 취해야 할 태도를 모색하고자 한다.

김태현 연출가
김태현 연출가ⓒ김태현 연출가

“쌀밥 한 공기 딱 멕이고 싶은디, 김치찌개에 돼지고기만 쏙쏙 골라 묵어도 좋고, 펄펄 끓는 닭죽 퍼먹다가 입천장 까져도 좋으니, 제대로 된 밥 한 끼 맥일 수만 있다면.”

교통사고로 10년째 누워만 있는 아들 태식을 뒷바라지 하는 영광 할아버지가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순애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다.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이고 싶은 마음은 영광 할아버지나 순애나 똑같다. 자식 이야기를 도란도란 주고받는 이 장면은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 작품에 세월호 엄마들이 배우로 출연한다. 연습을 하며 엄마들은 참 많이 울고 참 많이 웃었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두 번째 작품인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선보인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선보이기 전에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을 선보인 바 있다. ‘그와 그녀의 옷장’이 세월호 어머니들을 위로해 준 시민들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시민들의 아픔을 안아주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를 내세웠다면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조금 다르다. 이번엔 세월호 유가족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좀 더 짙게 베어 나온다.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안산의 한 연습실에서 김태현 연출가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월호 연극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머니들 터전 이야기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두 번째 작품은 좀 더 세월호 가족 당사자가 나오는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세월호 엄마들이 살아가는 터전인 동네를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다. 그 중에 이웃이 있다. 사실 참사 이후에 가장 많은 상처를 준 사람이 이웃이다. 이웃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날아오니까 엄마들이 많이 아팠다.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힘을 준 것도 이웃이었다. 세월호 가족들이 살았던 동네 이웃을 보며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이웃으로 존재해야 할 것인지 사색해 볼 만한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민중의소리

이번 작품은 류성 작가의 원작을 김태현 연출가가 각색한 것이다. 40~50%정도가 달라질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달라졌다고 해서 무턱대고 고친 것이 아니다. 김 연출가는 세월호 어머니들과 수많은 대화와 인터뷰를 통해서 실제 사례를 녹여 넣었다. ‘같은 이웃인데 정말 세월호 어머니들에게 저런 말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믿기 어려운 장면들도 등장한다. 작품은 그렇게 우리 시대의 아픔과 많이 맞닿아 있다.

“각색 할 때 어머니들에게 꾸준히 물어보며 각색을 했다. 당연히 어머니 의견이 반영된 부분들이 있다. 직장에서 밥 먹는 장면, 그것도 어머니들이 실제 겪었던 일이다. 전도사가 찾아오자 어머니가 ‘신이 있긴 있어요?’ 이것도 실제 있었던 일이다. 또 연습하면서도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엄마들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이건 유례가 없는 일이래. 교통사고 비슷하게 어쩌다 생긴 일에 이렇게 보상금 많이 주는 경우가 없대. 막말로 나라를 지키다 그렇게 된 것도 아니잖아.”(세월호로 아이를 잃은 순애에게 직장 동료가 하는 말)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세월호 유가족, 가난한 예술가, 고등학생, 노동자, 약자 등이 살고 있는 한 동네에 영광 할아버지가 이사 오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변화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영광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이웃들 사이엔 작은 변화들이 발생한다. 차가움이 따뜻함으로 승화해 가는 과정이 피부로 느껴진다.

하지만 연극은 이런 명랑하고 따뜻한 지점만 담아내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꽤 불편한 감정도 끄집어낸다. 연극은 절정을 향해 달려갈수록 ‘세월호’를 대했던 이웃으로서의 나를 자꾸 맞닥뜨리게 만든다. 유언비어에 휩쓸려 유가족에게 차가운 말을 내뱉지는 않았는지, 우리 가족에게 발생한 참사가 아니니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2016~2017년 촛불집회 때 함께 진상규명을 해나가자는 뜨거운 약속을 잊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시리게 아프고 쓰리게 부끄러운 마음도 들게 만든다.

“연극 속 대사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속마음이 드러난다. 세월호 유가족인 순애를 보면서 ‘아우 난 왜 저 아줌마만 보면 불편하지?’ 라고 말하는 이웃의 대사가 그렇다. 저는 이러한 불편함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 불편함이 자신에게 존재하는 것은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어떤 미안함이 깔려 있기 때문에 지금 불편한 것이다. 이웃들은 그렇게 불편함이라는 경계에 서 있는 것이다. 이제 이 경계에서 진짜 무관심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관심으로 갈 거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 불편함이라는 경계에서 관심으로 오자, 자신의 마음도 편해지고 이 관계도 잘 만들자는 마음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민중의소리

이 연극은 세월호를 소재로 했고 세월호 유가족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거대한 사건 자체를 다루지 않는다. 그 사건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우리들의 말과 태도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참사 당사자가 아닌 우리가 더 많이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이유다.

김태현 연출가는 연습실에서 한창 연습 준비 중인 세월호 어머니들을 “세젤연”이라고 소개했다. ‘세상에서 제일 연기를 잘하는’ 이라는 뜻이다. 연극을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게 된다. 어머니들은 세월호 사태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투박하지만 담백한 톤으로 표현해 냈다. 어떤 연기자라도 표현해 낼 수 없는 장면들이다.

어머니들 힘들어 하는 장면도 있어...
국가적 슬픔 앞에서 우리는 어떤 이웃으로 존재할 것인가

“장면들 중에 물론 어머니들이 힘들어 하는 장면도 있었다. 영광 할아버지가 누워있는 아들 태식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영광이가 태식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지만, 세월호 엄마들에겐 잃어버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밥 한 공기 따뜻하게 해서 먹이고 싶은, 김치찌개에 고기만 쏙쏙 골라 먹어도 좋은...이런 대사들이 영광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지만 세월호 엄마들의 심정을 담은 대사인 것이다. 또 회상 장면 중에서 은주랑 은주 엄마가 뒤 돌아서 연기하는 장면도 엄마들이 힘들어 하셨다. 지금은 조금 편해지신 것 같다.”

저 양반이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쉬쉬허냐 이 말이여. 나도 알 거 다 알어~ 최순실 나쁜 년, 박근혜 못된 년, 뉴스는 제이티비씨. 딱한 사정 있는 걸 뻔히 알면서 나 몰라라 하는 것도 도리가 아녀.(영광 할아버지의 대사 중)

김태현 연출가는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부터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까지 세월호 어머니들과 연극을 하면서 어머니들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 목도한 사람 중에 하나다. 그는 어머니들이 연극을 통해서 조금씩 치유되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기타

“어머니들이 연극하면서 자신이 가진 아픔과 상처를 직시하는 과정들이 있다. 그 아픔을 직시하는 과정은 목포 신항이나 광화문에서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그 슬픔이 너무 아프기 때문에 어머니들이 외면하려 했거나 피하고 싶은 부분도 존재할 것이다. 근데 어머니들이 연극을 계속 하면서 아픔을 정면에서 직시하는 과정을 반복했고 그러다 보니 조금씩 치유된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뿌듯하다.”

최근 세월호 침몰 원인을 원점부터 다시 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왜 침몰했는지, 인양 과정은 왜 이렇게 늦춰졌는지 조사해야 할 사실들이 산적하다. 세월호 참사가 끝이 아니고 시작인 이유다. 그리고 세월호 연극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정치인들, 국회의원들의 관심도 필수적이다. 지난 5월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관람한 뒤 사회적 아픔에 공감하고 ‘군 의문사 유가족’의 손을 잡는 행보를 보여줬다. 국가적인 위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그 연극에 대한 사연은 제가 정확히는 잘 모른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정숙 영부인이 저희 연극을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아무래도 와서 보시면 정책을 세우는데 있어서 더 마음을 써주실 수 있을 것 같다.”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7월 6~9일까지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볼 수 있다. 혜화동 1번지 6기동인의 ‘세월호 2017’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첫 번째 공연이다. 1주차 공연은 평일 7시 30분에 볼 수 있다. 토요일 3시·7시, 일요일 3시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민중의소리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민중의소리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다.ⓒ민중의소리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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