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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2017 여우락 페스티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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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제공

다시 ‘여우樂(락)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로 여덟 번째. 2010년부터 국립극장에서 열어온 여우락 페스티벌은 지난 7년간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주제로 한국 전통음악에서 뻗어나간 다양한 크로스오버/퓨전 음악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2010년 9월에 시작한 여우락 페스티벌은 첫 해 공명, 노름마치, 소나기 프로젝트, 들소리가 출연하면서 대장정을 시작했다. 2011년에는 양방언, 바람곶, 공명, 들소리, 토리 앙상블이 출연했고, 2012년에는 미연&박재천 듀오, 이자람, 정가악회, 노름마치, 꽃별, 정민아로 확장했다.

2013년에는 황병기/양방언/배병우, 푸리, 강은일, 고래야, 정가악회, 그림/공명, 김정희/임동창, 사이먼 바커, 앙상블 시나위, 김수철, 국립국악관현악단/한영애/양방언, 김용우, 억스가 무대를 키웠다. 2014년에는 양방언, DJ소울스케이프, 윤석철, 두번째달, 고래야, NOK 유니트, 서영도일렉트릭앙상블, 강태환, 장영규, 한승석, 정재일, 최희선밴드, 고구려밴드, 강은일, 사이토 테츠, 사와이 카즈에가 더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2015년에는 나윤선, 허윤정, 프렐류드/전영랑, 정재국/원장현/이태백, 고은, 불세출, 이상은, 김정열/이봉근/최고은, 사토시 다케이시/에릭 프리드랜더/선우정아, K비트앙상블(남궁연, 민영치)/김주원, 뉴엔 레/바라지, 이로 란탈라/정은혜으로 이어진 호화로운 라인업이 빛났다. 지난해에는 이생강/신관웅 재즈밴드, 조재현/황석정/두번째달, 장진우/준백, 이희문/프렐류드, 박종훈/조윤성, 김영재, 이지수/국립국악관현악단, 김백찬/박경훈, 최수열/클래시칸 앙상블, 송창식/김영재/함춘호/이봉근/원영조가 참여했다. 그동안 예술감독 양방언, 장재효, 나윤선 등이 이렇게 많은 음악인들과 함께 여우락 페스티벌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2017 여우락 페스티벌(7.12.수) 달빛 협주곡- 두번째달
2017 여우락 페스티벌(7.12.수) 달빛 협주곡- 두번째달ⓒ국립극장 제공

지금까지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오랫동안 축적된 한국 크로스오버/퓨전 음악의 변화가 한 눈에 보인다. 1970년대 말 강준일, 김덕수, 김영동, 백병동 등이 주도한 한국 음악의 크로스오버 작업은 한국 전통음악과 대중음악, 고전음악 등으로 두루 퍼져나갔다. 젊은 전통음악인들이 팀을 결성해 치고 나갔고, 대중음악계에서도 꾸준한 시도가 이어졌다. 해외에서도 호평이 적지 않았다. 1990년대에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함께 퓨전국악이라는 담론이 확산되었다. 2000년대부터는 더 많은 시도가 벌어지는 중이다.

여우락 페스티벌 뿐만 아니라 전주세계소리축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축제들이 그 노력들을 껴안았다. 21C 한국음악프로젝트, 에이팜 등의 지원사업도 힘을 다해 돕고 있다. 여우락 페스티벌이 진행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들이 함께 일군 결과임이 분명하다. 한국 전통음악이 전통과 아카데미즘 안에서만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일 때 일군의 뮤지션들은 과감하게 오늘 지금 이곳과 만나고자 했고, 음악 언어와 주제의식을 갱신하려 했다.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장르의 문을 열고 한국 전통음악과 만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한국 음악계에서 퓨전이나 크로스오버 음악을 만나기는 쉬워졌다.

그리고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퓨전과 크로스오버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실험과 모색 중에서 옥석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 전통음악을 대중화하고 현대화한다는 문제의식만으로 음악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적 불명의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것만으로 퓨전/크로스오버가 끝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퓨전이고, 어떤 크로스오버인지를 물어야 하고, 무엇을 위한 퓨전이고 크로스오버인지를 물어야 한다. 아니, 무엇이 한국적인 것이고 무엇이 다른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팝과 록을 겉핥기로 흉내내는 음악들이 퓨전과 크로스오버를 대체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다고 명확한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우락 페스티벌은 일종의 인증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의 실험과 도전이라면 괜찮다는 인증. 2010년 여우락 페스티벌을 시작한 후 48,000여명의 관객들이 운집하고 객석점유율은 95%에 이른 이유는 바로 여우락 페스티벌의 큐레이션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우락 페스티벌을 통해 마니악한 시도가 좀 더 알려졌고, 만나지 못했던 음악인들이 어울려 새로운 소리의 판을 열 기회가 생겼다. 장르와 연령, 국경을 가리지 않으면서 지금 이렇게 음악을 만드는 이들이 있고, 한국 전통음악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으로서 여우락 페스티벌은 특별했다.

하지만 여우락 페스티벌이 늘 성공하지는 못했다. 한국 퓨전과 크로스오버의 지층이 아주 단단하지는 못한 탓이다. 좋은 공연을 올리고 싶어도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아무리 뛰어난 안목을 가진 예술감독이 눈을 까뒤집고 찾는다해도 없는 뮤지션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게다가 새로운 음악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음악인의 명성에만 홀려 무대에 올린다면 도전도 없고 감동도 없는 게으른 무대밖에 볼 수 없게 된다.

2017 여우락 페스티벌(7.14.금) 씽씽락락-씽씽
2017 여우락 페스티벌(7.14.금) 씽씽락락-씽씽ⓒ국립극장 제공

그런 점에서 올해의 여우락 페스티벌은 꽤 기대가 된다. 박은하, 김정희, 김복만, 원일, 잠비나이, 바라지, 단편선과 선원들, 두번째달, 마더바이브, 선우정아, 강이채, 노선택과 소울소스, 씽씽, 공명, 무토, 박순아, 박석주, 국립국악관현악단, TIMF앙상블, 신현필, 박경소, 블랙스트링, 유태평양, 장서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과감한 도전이 돋보이는 공연이 있고, 당연히 여우락 페스티벌에 올랐어야 할 공연이 어우러져 있다. 한국 전통음악을 계승하는 작업은 딱 어때야 한다고 규정했다면 함께 하기 어려웠을 공연도 있다.

사실 여우락 페스티벌이 해내야 하는 작업은 한국 전통음악의 어법을 얼마나 잘 지켜내고 있는지를 깐깐하게 검수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한국적이고 전통적이라는 것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는 음악을 발굴하고 그 질문을 확산시킴으로써 한국음악의 가능성과 경계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쉽게 넘어올 수 있고, 넘어갔다가도 언제든 되돌아 올 수 있게 해야 많아지고 넒어진다. 한국적이라는 것은 무한히 열려있는 가능성이지 단단하게 고정된 우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올해의 여우락 페스티벌 역시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가능성을 나누는 징검다리나 마당으로 왁자지껄해야 한다. 그리고 여우락 페스티벌이 끝났을 때 더 많은 질문이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져 일년 뒤에 돌아와야 한다. 올해의 여우락 페스티벌은 작곡가 원일이 예술감독을 맡고 한웅원과 공명이 음악감독을 맡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올해에는 어떤 질문을 만나게 될까. 거침없다 못해 발칙하고, 묵직하다 못해 새로운 전통이 될 공연들을 기대해본다.

2017 여우락 페스티벌(7.15.토) 공명-공명
2017 여우락 페스티벌(7.15.토) 공명-공명ⓒ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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