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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대한민국에서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 ‘자취생 키우기’ 608팩토리
없음

‘바퀴벌레 몇 마리가 나왔을 때 가장 기분이 나쁠까?’

해충퇴치기업의 지면 광고에서 본 문구다. 정답은 반 마리다.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냉장고 문에 끼여 몸통 반틈이 납작하게 된 바퀴벌레를 본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 정답은 맞는 말이다.

당시 아무 생각 없이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그 괴이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당혹스러움, 바퀴벌레의 나머지 반쪽이 아직 꿈틀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공포스러움, 바퀴벌레의 머리 방향을 봤을 때 적어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다 참극을 맞이했다는 데 대한 안도감 등이 뒤섞인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무엇보다 저걸 혼자 처리해야 한다는 외로움, 이 좁은 공간 안에 저 생명체와 나 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이외에도 돈벌레(그리마)나 곱등이 등 불청객 뿐 아니라 학교, 직장, 아르바이트 등 자취생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것들은 많다.

이러한 팍팍한 자취생의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게임이 있다. 바로 모바일게임 ‘자취생키우기’다. 자취생활을 소름 돋는 공감 게임으로 옮겨놓은 게임 개발사 ‘608팩토리’를 만났다.

모바일게임 '자취생키우기2'
모바일게임 '자취생키우기2'ⓒ화면 캡쳐

“딱 우리 이야기니까요”

‘608팩토리’는 류소라, 홍윤정 대표 2명으로 이뤄진 게임 개발사다. 유소라 대표는 90년생, 홍윤정 대표는 91년생이다.

같은 학교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막 졸업한 두 사람이 내놓은 모바일게임 ‘자취생 키우기’는 실제로도 자취생이었던 이들의 경험을 그대로 녹인 게임이다. 때문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공감과 톡톡 튀는 ‘드립’이 눈에 띈다.

‘자취생키우기’는 류소라 대표가 대학시절부터 시작한 실제 자취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당시 자취방에서 밤새 과제나 졸업작품을 같이 작업했던 이가 홍윤정 대표였다. ‘608팩토리’라는 이름도 당시 이들이 머물던 자취방이 608호였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가장 쉽고 가장 친근한 소재로 만들어야 저희 수준에서 좋은 퀄리티의 게임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저(류소라 대표)는 자취를 하고 있었고, 윤정이는 대학교 다닐 때 과제하면서 밤샌 게 기억나서 자취생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고 해서 만들게 됐죠. 딱 저희의 이야기였으니까요”

‘자취생키우기’는 그동안 모바일 게임에서 봐왔던 ‘살아남아라 개복치’, ‘내 꿈은 정규직’ 등의 가벼운 컨셉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지방에 살다 서울의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님의 도움 없이 살아가는 자취생을 ‘생존’시켜 졸업하기까지의 이야기다.

졸업을 하기위해선 학점을 받아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해 월세를 내야한다. 450만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학자금은 학기마다 유저를 압박한다.

월세와 학자금의 압박으로 아르바이트에 열중하다 학교에 가는 것을 잊어 낙제하게 되면 게임오버다. 학점만 신경쓰다가 월세와 등록금을 낼 자금이 0원이 되도 게임오버가 된다.

주인공 캐릭터의 상태는 체력, 허기, 재미, 위생, 고통 등 수치로 나타난다. 알바와 공부를 하면 학점과 자금이 늘어나지만 이 수치는 하락하고, 모든 수치가 0이 되면 게임오버가 된다. 게임오버가 되면 ‘환생’을 하게 되는데 그동안 진행했던 것들이 날아가고 다시 1학년 1학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엄청난 등록금에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며 공부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건강관리는 먼 나라 이야기인 대학생의 생활을 소름끼치도록 공감가게 담아 놨다.

아르바이트나 학교에 가다가 어느 순간 ‘좌절사’하기도 한다. ‘오늘 내가 팀 발표자였는데. 주재중 전화 108통’, ‘(애완 고양이 때문에)심쿵사’처럼 폭소를 일으키는 ‘병맛’ 좌절사가 있는가 하면 ‘외로워서’, ‘이별해서’ 혹은 ‘돈벌레’, ‘꼽등이’, ‘바퀴벌레’, ‘초파리’ 등 자취생의 ‘불청객’ 때문에 좌절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들도 실제로 두 사람이 겪었던 이야기들이 섞여있다.

“좌절사 중에 과제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실제로 겪은 거에요. 3D 그래팩으로 작업을 다했는데 노트북에 전원을 안 꽂아놓고 있다가 꺼져서 다 날린 경험이 있었죠.(웃음)”

“벌레들도 많이 봤어요. 특히 돈벌래, 초파리가 많이 나와서 고생했죠. 꼽등이를 나타나서 기겁한 것도 넣었어요.”

특히 아르바이트 중 진상 손님이 오는 경우나 ‘부실대학 선정’, ‘학과 통폐합’ 등 실제로 대학생들이 겪는 황당한 경우를 꼬집는 ‘좌절사’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대학에 다닐 때 제일 이슈가 되는 걸 넣었어요. 그런 게 딱 저희 이야기였으니까요.”

강의에서는 ‘스티븐잡스’나 ‘빌 게이츠’를 패러디하는 등 게임 곳곳에 깨알같은 유머도 유저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자취생 키우기’는 지난해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 페스티벌)’에 참가해 스폰서인 ‘유니티애즈’가 주는 상도 받았다. 당시 출품한 게임들 중 가장 많은 다운로드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BIC 참가를 계기로 만난 퍼블리셔를 통해 일본에도 진출했다. 일본 진출을 위해 여러 요소를 들을 계량한 것이 올해 2월에 나온 ‘자취생키우기2’다. 현재 ‘자취생 키우기2’의 누적 다운로드수는 30만 가까이 된다.

'자취생키우기2'에서 볼 수 있는 좌절사
'자취생키우기2'에서 볼 수 있는 좌절사ⓒ화면 캡쳐

“우리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것들”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두 사람은 처음부터 게임을 만들고자 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도 처음에는 졸업하고 나서 착실히 스펙을 쌓고 취업을 하려는 취준생이었다.

스펙을 쌓기 위해 들어갔던 스타트업 인디 게임 개발사에 들어갔지만 두 사람은 그곳에서 여자라서, 디자이너라서 무시당했던 기억만 얻었다. 결국 해당 스타트업 개발사가 좋지 않게 끝나면서 두 사람은 ‘우릴 무시하던 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독학으로 5개월만에 ‘608팩토리’의 첫 게임인 ‘전설의 만보로’를 내놓을 수 있었다. ‘러닝게임’인 ‘전설의 만보로’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항일단체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만들어져 관심을 받았다. 실전연습 삼아 만든 게임이지만, ‘608팩토리’는 이 작품으로 강남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자취생키우기’ 개발에 돌입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2015년 열린 BIC 페스티벌을 보면서 1년 뒤 BIC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자취생키우기’를 만들었고, 그 말대로 그 다음해인 2016년 BIC 페스티벌에 참가작으로 선정돼 당당히 한 부스를 차지했다.

“그때 BIC 페스티벌을 보면서 꼭 1년 뒤에 우리도 오자고 말했는데 드라마처럼 기회가 온 거죠. 정말 좋았죠. 막 소리도 지를 정도였어요(웃음)”

게임 개발에 뛰어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부모님의 반대였다. 그저 남들처럼 취업해서 월급이나 벌었으면 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게임 개발자의 길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두 사람은 말했다.

“취직도 안 하고 게임 개발을 하면서 1년 동안 수입도 없어서 엄청 부모님들이 뭐라고 하셨죠.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게 비전 있는 일이냐고 걱정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최근에 수입을 말씀해 드렸더니 그런 말씀들은 더 이상 안 하시더라구요. 정말 한 푼도 못 번다고 생각하셨나봐요.(웃음)”

게임 개발에 뛰어든 지 2년만에 일본 진출까지 성공한 비결을 묻는 말에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부끄러워하는 두 사람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욕심부리지 않았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최선의 게임을 내고 싶었어요”

‘자취생키우기’가 픽셀그래픽을 가지게 된 것도 이들이 가장 쉽고 빠르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두 사람이 학창시절에 했던 ‘다마고치’의 추억도 영향을 미쳤다.

608팩토리의 홍윤정 대표(왼쪽)과 류소라 대표
608팩토리의 홍윤정 대표(왼쪽)과 류소라 대표ⓒ민중의소리

두 사람의 목표는 계속 지금처럼 두 사람이 재미있게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희가 지금 가장 만족하는 게, 사회에서 취업하면 대부분 많은 여성들이 경력 단절이 되잖아요. 저희는 출‧퇴근 시간 구애가 없고, 경력단절 구애 없이 저희끼리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는 거에요. 취업을 했으면 꿈도 못 꿨을 일이죠. 미래에도 지금처럼 둘이서 재미있게 게임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608팩토리’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자취생키우기’처럼 픽셀 그래픽에 육성 장르의 게임이지만 다른 주제와 업그레이드된 컨텐츠를 갖춘 게임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나중에는 이런 게임도 만들어 봐야지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둘이서 많이 이야기해요. 네트워크로 유저들끼리 소통하고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전 게임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즐겁게 하고 싶은 걸 해나가는 ‘608팩토리’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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