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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017]가와무라 다케시 “연극 ‘4 Four’, 세월호와 맞닿을 것”
일본 가와무라 다케시 작가
일본 가와무라 다케시 작가ⓒKawakami Naomi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연극인들이 가장 동시대적인 언어로 ‘세월호’를 말하는 무대 ‘세월호 2017’ 프로젝트에 일본 작가 가와무라 다케시의 작품도 포함됐다. 연극 ‘4 Four’다. 8개의 작품 중 유일하게 해외 작품이다. 가와무라 다케시 작가는 ‘세월호’를 염두에 두고 이 희곡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이 “‘세월호’와 맞닿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희곡 ‘4 Four’에는 F, O, U, R 이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F, O, U, R를 제외한 나머지 한 명까지 포함해 총 5명이다. F, O, U, R 캐릭터는 ‘사형제도 존폐 여부’를 두고 각각 배심원, 법무부장관, 교도관, 살인자(미결수)로 분하여 역할 연기를 수행한다. 사형제도를 찬성해야 하는지, 반대해야 하는지,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죽일 권리가 있는지, 죽음을 앞둔 자는 어떤 심정인지 F, O, U, R의 입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확실히 사형제도를 말하고 있지만 확실히 사형제도만 말하지 않는다. 제도를 뛰어 넘어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종국적으로 ‘세월호’와 맞닿아 있다. 그렇게 맞닿아 있는 지점을 한국의 마두영 연출가가 해석하여 무대화했다.

희곡 속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성의 고찰...
세월호와 맞닿을 것

희곡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위해 일본에 있는 가와무라 다케시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번역은 이홍이 번역가가 도움을 줬다.

가와무라 다케시 작가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연극인들의 무대에 자신의 작품이 오른 것에 대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희곡을 선택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하지만 곧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희곡에 나타나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성에 대한 고찰. 남겨진 가족에게 있을, 가해자를 향한 마음에 대한 고찰이, ‘세월호’와 맞닿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사형제도는 여전히 민감한 문제다.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도 민감하게 다루는 사안이다. 일본도 예외가 없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가와무라 다케시 작가가 사형제도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엔 이유가 있었다.

“일본이 사형제도를 존속시키고 있다는 현실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 이 희곡을 쓰기 1년 전, 저는 최고재판소에서 국민재판 배심원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는데, 그것도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제가 사형판결을 내리는 입장이 된다면 어떨지를 상상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후보로만 선정된 것이었고, 실제로 배심원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희곡 속엔 배심원 역할이 등장한다. 배심원으로서 느낄 법한 감정과 심정이 구체적이고 촘촘하게 묘사돼 있다. 물론 다른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등장인물 F,O,U,R은 각각 배심원, 장관, 교도관, 사형수(미결수) 역할을 맡아 연기하다가, 또 서로서로 역할을 바꿨다가, 다시 원래 역할로 돌아갔다가, 누가 빠지면 다시 역할을 대신해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등장인물을 숫자 4(f.o.u.r)로 표현한 뒤, 이들이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다른 사람의 역할을 맡도록 한 의도가 있었다.

“평범한 이름을 부여하면 그것이 인물의 캐릭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four라는 네 사람으로 했습니다. 익명성과 무명성을 인물에게 부과시킴으로써,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했습니다. 역할을 바꾼 것은, 네 사람(다섯 사람)이 여러 입장과 직무를 연기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덮친 현실에 대해 온 힘을 다해 해답을 구하고자 하게 한 것입니다.”

작품 속에는 살인을 심판하는 자, 심판을 돕는 자, 피해자, 피해자 가족, 가해자, 가해자 가족, 자살한 사람 등 이 세상 모든 죽음에 대한 것들이 등장한다. 죽음에 감정적으로 편중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죽음’은 함부로 결정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죽음에 대한 경외심마저 든다.

“분명 여기에는 여러 가지 ‘죽음’이 그려지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삶’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죽음’은 실로 그 사람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희곡은...사형제도 옳고 그름 말하는 게 아냐
인간의 생과 사, 죄와 속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가와무라 다케시 작가는 희곡에 대해서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커다란 죄와, 살해를 저지른 사람을 누가 어떻게 심판해야만 할까에 대해 썼습니다”라며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죄라는 것은 명백한데, 사람이 사람을 심판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그런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질문은 희곡 속에도 짙게 묻어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다. “이해가 안 되는 인간을, 과연 똑같은 인간이 벌할 수 있나?” 가와무라 다케시 작가는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 답은 우리 스스로가 내려야 할 문제다.

“사형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누가 죄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일까? 저는 사형제도가 굉장히 부조리한 것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내 가족이 살해당한다면, 가해자를 사형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을 거라고 상상합니다.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삶만 잘 본다. 삶 뒤에 달린 죽음에 대해서는 잘 못 본다. 이 희곡은 그 보이지 않았던 ‘죽음’에 대해서 고찰시켜 준다. 죽음을 잘 알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야 말로 삶의 소중함도 알 수 있다. 이 희곡이 단순히 ‘사형제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작품이 아닌 이유다.

“이 희곡은 궁극적으로 사형제도의 옳고 그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죄와 속죄, 증오와 용서, 생과 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희곡이 마지막에 제시하는 결말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이는 씁쓸해 할 것이며, 어떤 이는 슬플 것이다. 어떤 이는 다독거리며 우뚝 일어설 것이다. 동시에 이 시대의 다양한 죽음을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물론 세월호도 떠오른다. 끝으로 가와무라 다케시 작가는 관객에게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 하지만 어렵지만,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싶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미미한 가능성일지라도요. ‘무(無)’는 단순히 부정적인 것으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곤란함의 끝장까지 도달했을 때 그 스타트 포인트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저는 관객 여러분들께 제 생각을 되도록 주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느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와무라 다케시 작가가 쓰고 마두영 연출가가 연출한 연극 ‘4 Four’는 오는 7월 16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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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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