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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일본 ‘전공투’ 세대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끝나지 않은 투쟁
책 ‘나의 1960년대’
책 ‘나의 1960년대’ⓒ기타

1960년대는 정치 사회적 격변기였다. 전 세계에서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폭발한 시대였다. 1940년대와 1950년대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등 전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어야했다. 1960년대에도 베트남전 등 전쟁의 소용돌이는 이어졌고, 젊은이들은 전쟁과 기존 질서에 저항했다. 미국에선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졌고, 프랑스에선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1968년 5월 혁명을 펼쳤다. 이런 흐름은 우리와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1960년 4월 학생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4.19혁명을 이뤄냈다. 일본은 1960년대 초반부터 미일상호안보조약에서 일본의 주권 침해, 평화헌법 위배 등 여러 문제로 대학생들이 투쟁에 나섰고, 1968년 연대조직인 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전공투) 결성으로 이어지며 학생들의 투쟁은 격렬했다.

1960년대 일본의 전공투 투쟁은 기존 질서에 저항한 전세계 젊은이들의 투쟁과 궤를 같이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그들의 투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당시 도쿄대에서는 학생들이 야스다강당 건물을 점거하고 약 7개월에 걸쳐 학교와 대치하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에겐 당시 불타버린 야스다강당의 이미지와함께 전공투는 과격한 극좌학생운동의 대표적 사례로 인식됐다.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무엇이었는지는 잊혀진재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만나는 ‘회고담’으로만 여겨졌다. 이렇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전공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바로 야마모토 요시타카 전 도쿄대 전공투 대표가 쓴 ‘나의 1960년대’다. 이 책은 전공투 투쟁을 단순히 회고하는 차원을 넘어 오늘의 사회를 향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제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투쟁의 이야기다.

총력전체제를 떠받치는 ‘나’를 거부하고
전후 일본에 반기를 든 1960년대 일본 청년들

저자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1960년 대학에 갓 입학해 베트남 반전 운동, 전공투 운동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끝에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1969년 학교를 떠났다. 이 10년간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는 학생운동 중에도 줄곧 학문에 대한 추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서도 국책 엘리트 대학이라는 시스템 자체와 그 안에서 공부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어 마침내는 대학사회와 결별하게 됐다. 야스다강당의 함락과 전공투 운동의 종결 이후 그는 대중의 관심을 뒤로하고 입시학원 물리과 강사로 생계를 유지하며 과학사 관련 저술 작업과 전공투 운동 관련 자료집 편찬 등에 몰두해 왔다. 그는 사회 주류 진입과 현실 정치 진출 등은 물론 대학에 남아 학계에 진출하지 않은 채 본래의 급진성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왔다. 이제 노년이 된 그는 이 책을 통해 당시의 경험을 ‘지금 여기’의 시점에서 회고하며 자신들이 품었던 근본적인 이상과 그 현재적 의미를 다각도로 전하고 있다.

책 ‘나의 1960년대’ 저자 야마모토 요시타카 전 도쿄대 전공투 대표. 1969년 야스다 강당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책 ‘나의 1960년대’ 저자 야마모토 요시타카 전 도쿄대 전공투 대표. 1969년 야스다 강당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기타

60년대 전공투 운동은 고도경제성장과 대중소비 시대의 일본에서 전후 민주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 세대가 그 ‘전후 민주주의’의 모순적 현장이었던 대학의 개혁과 해체를 내걸었던 투쟁, 동시에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여전한 ‘총력전 체제’적 국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제기하고 타파해 나가려 한 투쟁이었다. ‘대동아전쟁 승리’의 자리에 ‘경제성장’이 들어왔을 뿐 국가는 여전히 국민을, 특히 젊은이들을 동원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리하여 대학은 취업 교육과 산학 협동 추구의 장으로 바뀌어 갔고 패전 이전부터 이어진 권위주의 체제는 계속 유지되는 한편으로 학생들은 교육을 거쳐 체제의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학생들은 그러한 기성 대학제도에 반기를 들어 분노했고, 전공투는 바로 그 흐름 속에서 결성되어 ‘대학 해체’ 또는 ‘자기부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투쟁을 이끌었다.

“이제 경제성장과 국제경쟁을
대신할 새로운 길, 저성장 속
민중 국제연대의 길을
찾아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제국주의 시대부터 엘리트 지식인을 배출해 온 ‘전 제국대학’이자 국책대학인 도쿄대, 그중에서도 저자가 몸담고 있었던 도쿄대 이공계 대학은 그 체제에서 핵심적 위상을 점하고 있었다. 국가체제와의 긴밀한 관련하에 그곳은 ‘과학입국’을 위한 인재를 공급하는 시스템이었고 갈수록 노골화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독점자본의 요구 앞에 ‘학문의 자유’, ‘대학 자치’는 절박한 구호였다. 젊은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도쿄대 공동체를 뒷받침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그를 통해 국가와 자본의 과학정책 부속품으로 기능하는 주체의 자기소외를 극복하고자 했다. 저자는 오늘의 일본, 그리고 세계를 향해 말한다.

“현재 출구가 보이지 않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위험한 배외주의 사상의 침투는, 평화헌법을 지켜 왔다고는 하나 과거의 제국 일본에 대한 진지한 비판과 반성을 결여한 채로 경제성장을 추구했던 전후 일본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우리 일본인에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성장과 국제경쟁을 대신할 새로운 길, 저성장 속 민중 국제연대의 길을 찾아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성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전하는 바가 크다. 지식과 학문의 권력 종속, 경제성장 제일주의 속에서 형식화된 민주주의, 출구전략 없는 원자력에너지 확대 계획, 과학기술이 가져올 리스크들에 대한 무방비함 등 이 책에 담겨 있는 문제의식들은 고스란히 한국 상황에도 적용된다. 이 책은 우리가 꿈꾸고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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