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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의 Digital 道] 창작 지망생에게 없는 11가지(4)

7. 다시 읽을 수 없다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작행위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자신의 창작물을 다시 보는 것입니다. 이건 전문 창작자들도 싫어하는 일이지만 초보 창작들은 아예 포기해버리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오타투성이 업무용 이메일이 전송되고, 맞춤법 틀린 글이 블로그에 넘쳐나며, 읽을 수도 없는 모음과 자음의 나열이 소셜미디어에 난무하는 것입니다.

창작물을 검토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고 역겨워 계속 들을 수 없듯이, 휘갈겨 쓴 내 글을 마주 대하면 너무나 초라한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나도 그래서 방송 요청을 받아 카메라 앞에서 말을 하긴 하지만 정작 그 방송을 보지는 않습니다. 이상한 목소리, 어색한 내 행동을 영상으로 보는 것은 고역입니다.

누구나 남들에 대해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원하지 않아도 나서서 지적을 해주려고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하는 행동이며, 절대로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때문에 이런 충정에서 우러난 지적을 못 견디고 싫다고 반응하는 상대방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에 대한 지적은 참을 수 없습니다.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참견하는 것은 꼰대질, 지적질, 훈장질일 뿐입니다.

내가 내 창작물을 다시 볼 때 이런 이율배반에 빠집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적이 가능하지만, 내 글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한 모든 작업이 다 이해가 가고, 내가 왜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는지 글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까지 감안해서 그 까닭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내 창작물은 내 머리 속에 있던 것을 끄집어내서 형상화 시킨 것이므로 그 자체로 완벽합니다. 더 이상 고칠 것이 없습니다. 일단 내가 완성한 것은 사람들의 평가를 받은 후에 다시 보던지 할 것입니다.

내 생각을 온전히 담은 글을 고친다는 것도 그렇고, 고치기 위해 다시 읽는데 드는 시간도 아깝고, 고치려고 해봤자 잘 되지도 않습니다. 억지로 다시 읽어보면 내 목소리를 듣듯 유치하고 어색함만 느낄 뿐이어서 다시 읽고 싶지 않습니다.

맞춤법이나 오.탈자 등도 내가 보면 잘 찾아지지 않습니다. 비문이라고 해도 내 생각을 축약하다보니 나온 것이고, 글이란 것이 꼭 문법에 맞아야 한다는 법도 없기 때문에 독자들이감안하고 읽어주면 됩니다.

자신의 창작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창작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pixabay

행동치료 과정 중에 하나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돌려보는 것입니다. 영상 속의 내 모습이 평소에 생각하던 내 모습과 너무나 달라 충격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행동치료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나는 아마추어 시절 발동이 걸리면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쏟아내듯이 짧은 시간에 글을 써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쓴 글은 이상하게 다시 보기가 싫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고 싶어서 사람들을 괴롭히긴 했지만 제 스스로 글을 다시 읽으며 다듬을 생각은 잘 못했습니다.

아까운 시간에 한 자라도 새로운 것을 더 만드는 것이 낫지, 이미 쓴 글을 다시 고친다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모든 이유의 바탕에는 내 목소리처럼 어색하게 느껴지는 내 글을 다시 읽기 싫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었습니다.

내 글을 다시 읽을 수 있어야, 전문 창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글을 객관화 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평가할 때와 같이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반복적으로 검토하여 창작물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한번 더 읽을수록 조금 글의 생명이 조금 더 연장됩니다. 내 글을 반복하여 읽을 수 있게 된 이후에야 스스로 전문 창작자라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창작물을 스스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최초의 창작 작업 당시에는 내용에 집중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초고에는 오.탈자와 틀린 맞춤법, 비문에 쓸데없이 긴 문장까지, 읽는 사람이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수많은 장애물이 곳곳에 박혀 있습니다.

기본적인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틀린 글을 참고 읽어줄 독자는 없습니다. 오.탈자를 보면 글쓴 이를 게으르다거나, 지적인 능력이 떨어진다고 여깁니다. 비문과 지나치게 긴 문장은 글의 이해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반드시 처리해야 합니다.

간단한 문법적인 잘못은 워드의 맞춤법 교정기능으로 처리 가능합니다. 앞에서 얘기한 부산대학교 맞춤법 교정 사이트를 활용하면 좀더 깊은 수준의 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컴퓨터가 비문과 쓸데없이 긴 문장에 대한 교정까지 해주지는 못하므로, 고차원적인 교정 능력은 스스로 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분야 전문가라고 해서 글쓰기 분야까지 전문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쓴 글을 교정, 교열, 편집을 해주는 편집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이 모든 작업을 스스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편집자가 아무리 애쓰더라도 초고 이상의 수준을 넘을 수는 없습니다. 훌륭한 초고가 훌륭한 결과물을 만듭니다. 내 작품을 다시 보면서 내 손으로 다듬고 고친 후에 남에게 넘겨야 합니다. 내 손을 떠난 이후에 더 좋아지는 작품은 없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내 창작물을 객관화 시킬 수 있습니다. 컴퓨터로 작업했다면 모니터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프린트 해서 보면 좀더 거리를 둘 수 있습니다. 내 작품이라도 종이에 인쇄된 실물로 손에 잡히면 마치 남이 쓴 책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나도 어딘가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문건이면 반드시 프린트 해서 검토를 거칩니다.

글을 다 쓴 후 바로 검토하기보다는 며칠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밤에 쓴 연애편지가 아침에 보면 부끄럽듯, 글 쓸 때의 격정이 사라진 후에 다시 보면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때도 부끄럽지 않다면 최소한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온라인에 올리면 더욱 더 객관화가 됩니다. 남들도 보고 있다는 사실이 글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만듭니다. 나 혼자 보고 있을 때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것이 확실하게 눈에 띕니다. 나는 초고를 검토한 후 블로그에 올리는데 발행하기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잘못들이, 일단 발행하고 나면 너무나 많이 보여서 놀라곤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발행은 위험한 방법입니다. 아직은 나는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파워블로그가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글을 올려도 누군가 곧바로 캡쳐할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사람들이 비난할 만한 내용을 공개한 후에도 검토할 시간적 여유는 있는 편입니다. 여태까지 블로그에 올린 글의 내용에 문제될 만한 부분을 발견한 적이 많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발행한 후에 수정해도 별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유명세가 있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창작물을 관리하는 것은 자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생각없이 트위터에 글을 썼다가 수천 통의 문자항의를 받은 정치인,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 잘못 올렸다가 사과문까지 발표하고 계정을 닫아야 했던 연예인, 술먹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가 만 개이상의 댓글 폭탄을 받고 사죄해야 했던 기자 등 온라인에 검토없이 뭔가를 올렸다가 일생동안 쌓은 명예를 한 순간에 잃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문 창작가가 되려면 자신의 작품이 남들 손에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 검토와 재검토를 반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들자마자 남들의 평가를 받으려 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더 검토해야 합니다. 내 작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본인은 알기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의 객관적인 검토까지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검토를 원할 때 알게 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글을 검토해줄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8. 평가해줄 사람이 없다

전문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검토해줄 편집자가 있습니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낸다면 편집부에서 교정, 교열부터 내용에 대한 검토, 제목과 표지 디자인까지 맡아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웹툰을 연재하는 경우에도 온라인에 공개하기 전에 담당 편집자가 내용과 그림까지 검토합니다. 편집자의 감수를 통과하지 못하면 연재를 계속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기자들이 쓰는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편집부는 대중과 기자 중간에 있으므로 기자보다 좀더 객관적인 기준으로 기사를 검토하여 개선시키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특히 제목은 거의 다 편집부에서 붙입니다. 편집부는 글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여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목 짓기에 많은 투자를 하고있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가 붙인 제목보다 편집부의 제목이 훨씬 눈길을 끄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창작자들은 이런 편집 시스템의 혜택을 볼 수 없습니다.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어떻게 쓸 것인지, 쓴 글을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합니다. 내 작품에 대해 제대로 된 의견을 주는 사람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줬을 때 "재미있네"이상의 평가는 받기 힘듭니다. 그들은 내 작품보다 인간관계를 더 중요시 하기 때문에 절대로 솔직한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내 작품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안 그래도 바쁜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만들다 만 듯한 아마추어의 창작물을 정성스럽게 들여다보기는 어렵습니다. 잠깐 들여다볼 수는 있겠지만 대개가 계속 보게 만들 동력이 거의 없는 것들이므로 끝까지 다 볼 수도 없습니다.

남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마치 반찬투정과 같아서 절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를 해칠지도 모를 말을 할 사람은 없습니다. "가장 값싼 미덕이 직설적인 충고이다"란 격언이 이 때문에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창작자인 친구의 발전을 위한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말했다가는 "입바른 소리나 하는친구"로 찍혀 관계가 멀어질 것입니다. 때문에 누군가 자신의 창작물을 보여주며 평가를 부탁한다면 그 대답은 언제나 "재미있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재미있다는 대답 이외에 절대로 다른 말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창작자가 비평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편집 의견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고, 자기 객관화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창작자들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창작자 자신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좋은 평가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좋은 평가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pixabay

웹툰 작가중에서 "그림을 못 그리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듣고 기분 나쁘지 않을 작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 창작자라면 이런 비판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이것이 아마추어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충분한 기준이 된다고 믿습니다.

물론 자기 스스로 자기 그림에 만족하는 작가는 없을 것입니다. 스스로 못 그린다고 말하는 작가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남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런 비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어떤 작가는 "그림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고 스타일이 다른 것"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문 작가는 이런비판을 수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웹툰계에서 가장 유명한 강풀은 스스로 자신의 그림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림 실력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평가도 문제지만 "재미있네" 이상의 지나친 공치사도 금물입니다. 정말 좋다고 느꼈다면 이런 칭찬도 상관없지만 실제로 잘 만든 것이 아닌데 과한 평가를 한다면 창작자 본인이 입에 발린 소리라는 것을 금방 눈치채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치사보다는 차라리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못 봤다.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할 것입니다.

온라인에 창작물을 올리고 평가를 받으려는 작가도 있지만 이것도 최선은 아닙니다. 비전문가들의 간단한 댓글 평가는 작업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물론 그런 간단한 평가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창작물이 매력적이지 않는 한 거의 반응을 얻을 수 없습니다.

물론 댓글이 많이 달린다면 여러분의 창작물이 성공적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하지만 대개는 칭찬 댓글보다 비난 댓글이 더 많습니다. 초보 창작자라면 수많은 칭찬 댓글 속의 몇몇 비난 댓글에도 심각한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므로 온라인에 올리기 전에 많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경험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온라인에 올린 내 창작물을 보고 평가까지 해주는 사람은 정말 고마운 사람입니다. 남의 일에 자신의 시간을 쓰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저는 이런 사람들을 천사라고 느낄 정도입니다. 특히 창작물을 보고 기부까지 하는 사람은 하늘에서 갓 내려와 아직 땅에 발조차 디뎌본 적이 없는 순수 그 자체인 천사라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창작자 입장에서는 악플이 훨씬 더 도움이 되므로 악플러도 변신한 천사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창작자들은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악플러를 일베 등 상종 못할 부류로 재단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절대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습니다.

스스로 평가를 바란다고 하지만 결국 아마추어 창작자가 원하는 것은 칭찬입니다. 기대했던 칭찬과 다른 평가, 모자란 부분에 대한 비평을 기분나빠 하지 않고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아마추어 창작자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평을 달게 들을 수 있어야 전문 창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족은 확실한 내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창작활동에는 가족들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아내에게 제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 제대로 읽어준 적이 거의 없습니다. 꼭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건네준 프린트물을 들고 잠들어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여러분의 작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중에 솔직한 평가를 해줄 사람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작품을 제대로 평가해줄 사람이라면 수고비를 주고서라도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솔직한 평가는 여러분을 전문 창작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비밀열쇠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평가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결국 중학교 다니던 첫째 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직 어려서 아빠 말을 잘 듣던 딸은 아빠가 평가해달라고 준 프린트물에 빨간 펜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 틀린 곳을 가차없이 표시해서 돌려주었습니다. 중2 입장에서 어색하다고 느낀 부분에 빨간 펜이 죽죽 그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딸이 교정한 프린트물을 보고 처음에는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니가 뭘 안다고 이런 부분까지 지적하냐"며 딸을 혼내기까지 했습니다. 아빠가 시킨 일을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혼이 난 딸은 그후 교정보기를 거부했습니다. 아쉬웠던 저는 딸에게 선물까지 주며 달랜 후다시 교정을 부탁했습니다.

첫째 딸은 나름 똘똘한데다 규칙을 잘 지키는 성격이었고, 마침 학생이라 한창 맞춤법 등에대해 잘 알고 있었던 시기라서 (아빠가 혼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제 글을 검토할 때 가차없이 지적을 하곤 했습니다. 저는 교정지를 받아볼 때마다 분노했지만 결국 지적사항을 고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냉정하게 검토해주는 사람은 세상에서 단 한명, 제 딸뿐이었기 때문에 딸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딸이 이 문장을 검토한다면 "수 밖에"가 아니고"수밖에"라고 지적할 것입니다) 딸은 매번하기도 싫고, 시간도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제 글을 검토해주었습니다. 저는 제 딸 한테 지적받지 않기 위해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호응등에 주의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내용이든지 중2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했습니다.

딸의 검토를 받은 지 6년 이상이 되면서 저는 "평가자는 언제나 옳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가자의 냉정한 평가에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그 어떤 의견도 달게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외모를 0.5초만에 평가할 수 있습니다. 1분이 넘어간다면 상대의 생각까지 다 알게 됩니다. 이런 천부적인 능력은 다른 사람의 창작물에도 발휘됩니다. 저는 중2가 아니라 초등학생도 훌륭한 편집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평가자는 언제나 옳습니다. 평가자가 어색하다면 어색한 것입니다. 평가자가 재미없다면 재미가 없는 것입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제가 옳을 수도 있으나 글의 내용이나 형식에 대한 것은 결국 평가자의 판단이 옳습니다.

저는 글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딸이 지적하는 것을 긍적적으로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부터 글이 좋아졌다는 대중들의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메시지를 포기해서는 안되지만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기교 부분은 평가자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최선입니다.

아마추어 창작자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평가해줄 사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평가자의 창작물에 대한 의견을 겸손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평가자의 창작물에 대한 의견을 자신에 대한 비난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야 전문 창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악플조차도 고맙게 여길 수 있게 된다면 사람들이 당신의 창작물을 칭송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편집자라고 하더라도 초고보다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편집자는 창작자의 작품을 잘라내고, 재배치하고 걷어내는 사람이지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사람이아닙니다. 전문 창작자가 되어 편집자의 도움을 받게 되면 맞춤법부터 게을러지는 사람들이 많지만, 작품의 완성은 창작자의 손에 달려 있음을 잊지 않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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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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