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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주’ 엘, “연기하다 위경련 났지만 링거맞고 촬영장 직행”①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망원동 한 카페에서 인피니트 엘(김명수)을 만났다. 지난 5월부터 방송된 40부작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에서 천민 이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인터뷰 장소로 들어설 때부터 엘은 분위기를 압도했다. 큰 키, 잘생긴 얼굴에 시원시원한 태도가 멋졌다. 현장 스텝과 취재진에게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그와의 인터뷰가 어려움 없이 흘러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차 한 잔씩을 앞에 두고 앉았다. 먼저 그에게 ‘군주’ 종영 소감을 물었다.

“좋은 감독님, 선배 연기자, 스텝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천민 이선을 사랑해주신 시청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답변을 받아 적다 손을 멈추고 엘을 바라봤다.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했다. 막힘없이 줄줄 답해서, 외워온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부탁했다. 편하게 답해달라고. 곧 돌아오는 답이 더 놀라웠다.

“저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그렇다는데 할 말이 없었다. 고개를 갸웃하고는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러나 곧 이 의구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군주’는 그가 찍어온 작품들 중에서 가장 호흡이 길었다. 또 첫 사극이기도 하다. 촬영하면서 어떤 기분이었는지, 또 종영하고 나니 어떤 기분인지 물었다.

“주변에서 칭찬 많이 해주셨고, 좋은 반응도 많았는데 저로서는 아쉬웠습니다. 사극이라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고, 연기적으로도 더 어려울 수 있는 현장이었죠. 그런데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셨습니다, 선배님들 연기를 보면서 연기하니 제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방송 모니터링하고 편집실에서 촬영본도 직접 많이 봤습니다.”

“보신 분들이 ‘물고문신(31회)’에 호평 많이 해 주셨는데요. 저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다른 감정선으로 연기해봤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더 좋은 그림이 나왔을 것 같아서 아쉬웠죠. 그래도 ‘군주’를 하면서 배운 점이 많습니다.”

엘은 촬영 동안 성실하게 자기 연기를 분석하고 준비해 나갔음을 밝혔다. 또 작품을 통틀어 가장 호평을 받은 장면에도 아쉬움을 드러내 연기에 대한 열정이 적지 않음을 느끼게 해줬다.

그가 맡은 ‘천민 이선’은 안타까운 캐릭터다. 천민으로 태어나 이름조차 없이 살다가 세자 이선(유승호)과 한가은(김소현)을 만나며, 이름을 얻고 가슴 속에 꿈을 품게 된 인물이다. 그러나 편수회 대목(허준호)의 흉계 때문에 수년간 세자 이선 대신 꼭두각시 왕으로 살며 고통을 겪는다. 가은을 사랑해 그녀와 이뤄지기 위해 친구였던 세자 이선을 배신하기도 한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조각처럼 잘생기고 남자다운 그가 소화해내기엔, 영 아쉬운 역할이다. 연기하며 심적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는지 물었다.

“천민 이선은 당당한 왕 아니라 꼭두각시 왕입니다. 또 완전히 흑화(착한 캐릭터가 급격하게 악인으로 변하는 것)도 안 되고, (시놉시스 상 있는) 천재성도 안 드러난다고 말이 많았던 것 압니다. 제가 생각하는 흑화와 시청자분들이 생각한 흑화가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저는 천민 이선이 왕위에 올라 아역에서 성인으로 넘어오는 5년 동안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를 생각했죠. 대목과 대비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자기 위치를 어떻게 잡았나? 보통 사람이라면 해 내기 어려운 꼭두각시 왕으로 (그 시간을)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게 천재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흑화’해서는 자기편을 하나씩 만들어 가며 편수회와 맞섭니다. 세자에 대해 쌓인 것도 풀어가비낟.”

이쯤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누리꾼들이 지적한 문제를 하나 짚지 않을 수 없었다. 극 시작부터 끝까지 천민 이선은 어깨를 둥그렇게 말고 고개를 수그린 포즈로 등장한다. 왕이 되어서도 그런 포즈를 유지했다. 이를 두고 답답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엘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제 자세에 대해서도 반응이 많았습니다. 촬영 전부터 감독님과 대화 많이 하면서 연기한 것입니다. 조선 신분제에서 천민은 하류 계층이죠. 위축된 포즈는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왕이 되어서도 꼭두각시 왕으로 살 때는 위축된 모습 보이다가, 흑화가 된 이후엔 제가 뭔가를 지시하거나 신료들을 대할 땐 가슴과 어깨를 편 모습으로 나옵니다. 연기적으로 제가 표현해내는 게 아쉬웠습니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연신 아쉬움을 표하는 그에게 살짝 덧붙여 물어봤다. 그 지적 받은 게 마음에 많이 남느냐고.

“거북목이라니……. 배우 김명수한테, 엘한테는 그런 거 없습니다. 제가 어깨 쫙 펴고 평생 곧은 자세로 살아왔습니다.”

갑자기 자세를 고쳐 앉으며 어깨를 펴고 이 말을 하는 엘 때문에 웃음이 터졌다. 함께 웃던 그는 말을 이어갔다.

“캐릭터에 대해 섬세하게, 심도 있게 표현하고 싶었죠. 천민 이선이 그런 포즈를 취하는 장면이 유독 많아서 그런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표현 잘 못했나’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나오는지 배우가 시청자들께 인식시켜드려야 할 몫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기하며 그가 인상깊었던 장면은 없었을까. 이 질문을 하자 그는 개조식으로 하나, 둘, 셋을 꼽으며 조목조목 답변을 했다.

“첫 번째는 ‘물고문 신’이죠. 천민 이선이 고문당하는 장면(7회)과 고문하는 장면(31회)이 나옵니다. 선대 왕 한테 당했던 것을 양수청장에게 똑같이 복수하는 것이죠. 천민 이선이 배운 게 주변 사람들한테 배운 것이 전부라는 걸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선의 서사를 잘 그러낸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쌍하고 안쓰러웠죠. 본 것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 자체가 캐릭터 설명을 잘 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가은이를 대신해 칼을 맞고 죽게 되는 장면(39회)’입니다. 천민 이선은 세자와의 대립관계를 형성하면서 진실된 감정을 전하지 못하고, 가은에게도 좋아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출을 못합니다. 죽을 때는 가은이에게, 세자에게 진실을 다 털어놓습니다.”

“세 번째는 ‘왕이 되어서 동생과 재회하는 장면(17회)’입니다. 오랜만에 가족들 만나는 장면이라 가족에 대한 애정도 표현해야 하고, 가족을 지켜야 하는 마음도 있어야 했죠. 그런데 하필 그 장면에 세자 이선이 등장합니다. 대목이 세자 이선을 볼까봐 센스를 발휘해서 대목을 잡고 그를 숨겨줍니다. 그 신이 절절했죠. 자신을, 가족을 살려달라고 대목에게 애원했던 모습이 인상에 남습니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들도 꼽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짐꽃환에 중독되서 해독약을 찾는 장면들이 힘들었죠. 몸에 텐션(긴장)이 들어가면서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 힘 주다보니 몸 여기저기 실핏줄이 터졌습니다. 방송분 보시면 제 눈에 핏줄이 다 터져있어요.”

“물고문신 찍을 때도 몸에 긴장 많이 들어가고 소리도 많이 질렀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몸이 아프더라고요. 결국 위경련이 일어나서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링거 맞고 바로 다시 촬영장으로 갔습니다.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과정 같습니다”

‘군주’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천민 이선을 연기하기 위해 엘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약에 중독되어 고통에 몸부림치고, 대목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공포에 떤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괴감과 짝사랑의 고통에 눈물을 흘린다.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애썼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였다.

연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던 점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제작발표회 때 제가 사극이 처음이라 우려가 많았죠. 또 기존의 제 연기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습니다. 저는 이 작품이 왔을 때 천민 이선이 사극에서 흔치 않은 역할이라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천민일 때, 왕일 때, 아역일 때, 성인일 때 다르게 연기하기 위해 톤, 말투, 행동, 자세 하나하나 다 잡고 연기했습니다. 구부정한 등도 다 준비해서 연기한 겁니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명수(그룹 인피니트 엘)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작품을 마치고 나서 시청자들의 평가는 어떤 것 같은지 물었다.

“방송 전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꽤 있었어요. 지금은 더 나아진 것 같습니다. 댓글 다 봤습니다. 이상한 것도 있지만, 정말 잘 정리된 비판적인 댓글도 있었습니다. 그분들 댓글이 도움이 됐죠. 참고해서 연기하면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염두해가며 연기 연습을 했습니다.

“시청자분들이 감정표현 잘 했다고 칭찬도 해주셨죠. 댓글 중에 제가 배우로서 듣고 싶은 말도 있었습니다. ‘엘이나 김명수가 아니라 본연의 천민 이선 같아서 좋았다’라고 써주셨습니다. 악역이라서 욕도 많이 먹었는데, 악역은 욕 많이 먹으면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시청자들께 드라마의 캐릭터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 할수록 일에 몰입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연기자’ 김명수의 모습이 엿보였다. 그가 막힘 없이 말할 수 있었던 건 오래 고민해왔던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연기자 엘(김명수) 인터뷰는 이어집니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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